공지사항

[2003. 7. 27] 워싱턴평화대회 한반도피스포럼 홍근수 대표 연설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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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중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반도 평화실현의 길

홍근수 목사 (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

존경하는 상·하원 의원 여러분, 연방의회의 외교정책 담당자들과 한반도 전문가 여러분, 그리고 미국 언론과 미국 시민 여러분.
나는 뜻깊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 문제, 특히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민중의 시각에서 의견을 말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먼저 나의 견해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는 점을 밝힙니다. 나의 견해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의 공통된 견해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6월 13일 한국의 두 어린 딸들이 미군의 궤도차량에 치여 살해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들은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사건 당시 14세밖에 되지 않은 신효순, 심미선양 이었습니다.
두 여중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미군 병사들은 마크 워커 병장(Mark Walker)과 페르난도 니노(Fernando Nino) 병장입니다. 그들은 서울 북방 약 5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제2사단 제44공병대 소속입니다. 그들은 사고 당시 기동훈련 중이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국대사관, 그리고 미군 병사들은 여중생 살해사건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현행 한미행정협정(SOFA)은 살인사건의 피의자 미군 병사 두 사람이 미군 영내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스럽게 지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인들은 전국적 범위에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미국 정부에게 요구하였습니다.
1. 시민단체가 포함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
2. 부시 대통령이 한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3. 불평등한 한미SOFA를 개정할 것.
4. 살인사건의 피의자 미군 병사들을 한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할 것.
그러나 현행 한미SOFA에서는 주한미군의 공무 중에 발생한 사건은 미군 사법 당국이 형사재판권을 전적으로, 배타적으로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한국의 사법 당국은 미군 사법 당국에게 형사재판권을 포기할 것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미군 사법 당국은 다만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미군 사법 당국은 형사재판권을 이양하라는 한국 법무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체 재판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동두천 미 2사단(캠프 케이시) 영내에서 열린 재판은,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미군 병사 두 사람에게 무죄를 평결하였습니다. 그것도 한 사건 심리에서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실체적 진실'을 들어 무죄를 평결하였습니다. 7명의 주한미군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운전병에 대해서는 선탑자의 정지 명령을 못 들었다는 운전병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여 무죄를 평결하였으며, 선탑자에 대해서는 정지 명령을 내렸다는 선탑자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여 무죄를 평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은 선탑자가 정지 명령을 내렸다면 운전병은 정지 명령을 들었거나, 운전병이 정지 명령을 듣지 못했다면 선탑자가 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법정에서 통신장비의 정비를 담당한 미군 병사가 사전 통신장비 점검에서 통신장비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무죄 평결을 받은 두 미군 병사들을 신변 안전 등을 이유로 11월 27일 미국 등 해외로 출국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가해 미군들에 대한 기만적인 무죄 평결은 한국민의 반미 정서를 극도로 자극하였습니다. 가해 미군에 대한 무죄 평결로 한국의 사법 주권은 완전히 유린되었고, 국민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으며, 오만한 미국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물론 두 여중생의 죽음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주한미군이 지난 50년 동안 저질러 온 20만 건이 넘는 범죄의 일부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미SOFA는 한국 법정에서 주한미군의 공무 중 범죄를 심판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평등한 협정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전개되었던 수십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의 촛불시위는 바로 이러한 불평등한 SOFA협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의 표현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상·하원 의원 여러분, 연방의회 외교정책 담당자들과 한반도 전문가 여러분, 그리고 미국 언론과 미국 시민 여러분.
나는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가 한미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요인으로 등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한반도 외교정책 담당자들이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가 한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그 문제를 한국에 대한 외교정책에 정당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두 여학생을 미군의 궤도차량으로 죽인 사건에 의해서 촉발된 한국인의 반미 정서가 최근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의해 더욱 날카롭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세 나라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선제공격 전략의 대상국들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였습니다. 미국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정권을 전복시킨 뒤에 북한 정권을 교체할 것이라는 미 국방장관의 비망록을 작성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을 보면서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차츰 고조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한강 이남으로의 주한미군 재배치도 북한의 장사정포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대북 공격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자기의 군사전략에 따라 북한에게 선제공격을 가할 것이고, 북한도 대응공격으로 맞서게 될 것입니다. 만일 한반도에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전면전이 일어나면 한반도 전체는 초토화됩니다.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이 한국인의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첫 번째 요인입니다.
둘째,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군비를 증강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간 무려 110억 달러를 주한미군에게 투입한다는 것입니다. 주한미군 군비증강 예산 110억 달러는 한국 연간 국방비의 약 80%, 북한의 연간 국방비의 7∼8배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이 돈으로 주한미군은 최신 첨단무기로 무장할 것입니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증강함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한국인의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두 번째 요인입니다.
셋째, 부시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국방비를 증액하라는 압력을 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 압력에 굴복하여 2004년도의 국방 예산을 2003년보다 28.3%, 약 40억 달러나 증액시킨 약 180억 달러로 증액 편성하여 기획예산처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중 전력 증강비로 책정된 약 66억 달러 대부분은 미국산 무기를 도입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또한 최근 주한미군사령부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주한미군사령부를 평택·오산 지역으로 이전하고 한강 이북에 있는 주한미군 2사단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주한미군사령부의 이전 비용은 약 50억 달러이고, 미 지상군 부대의 이전 비용은 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100억 달러가 넘는 주한미군기지의 이전 비용을 한국 정부보고 전액 부담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압력을 보면서 부시 행정부가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내정간섭은 한국인의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세 번째 요인입니다.

존경하는 상·하원 의원 여러분, 의회의 외교정책 담당자들과 한반도 전문가 여러분, 그리고 미국 언론과 미국 시민 여러분.
아시다시피, 한반도의 문제는 한미 관계와 조미 관계에서 발생한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나는 한국 민중의 시각에서 다음과 같은 해결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중지하여야 합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중지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조미회담이 재개될 때, 한국인들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발견하고 반미 정서를 누그러뜨릴 것입니다. 클린턴 정부는 조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노력함으로써 외교적 성과를 얻었는데, 부시 행정부가 그 성과를 부정하면서 조미회담을 외면할 명분도 실리도 없습니다. 조미 두 나라가 회담을 재개하면 조미 두 나라에게 공히 이익을 안겨 줄 것입니다. 나는 부시 행정부에게 조미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합니다. 상·하원의 외교정책 담당자들도 부시 행정부에게 조미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부시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군비를 증강함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주한미군 군비증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부시 행정부가 주한미군 군비증강 계획을 철회할 때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는 누그러질 것입니다.
셋째, 부시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지하여야 합니다.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은 그 어떤 구실로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지할 때,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는 누그러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상·하원 의원 여러분, 연방의회의 외교정책 담당자들과 한반도 전문가 여러분, 그리고 미국 언론과 미국 시민 여러분.
앞으로 사흘 뒤인 7월 27일은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50년 간의 비정상적인 정전 상태는 이제 정상적인 평화 상태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정전협정의 한 당사자인 미국 정부는 한반도의 정전 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하는 역사적 임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50년 간의 정전 상태가 한미 관계를 불평등한 관계로, 조미 관계를 적대 관계로 묶어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전협정 50주년이 되는 올해 한미 관계는 평등한 관계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조미관계는 평화적 관계로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이 한반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한미 관계의 평등화와 조미 관계의 정상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고 동아시아의 협력과 번영을 추구하는 길이며,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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