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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대북 선제공격(타격)은 불법, 침략행위, 전쟁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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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선제공격? 그 위험천만함에 대하여

[주장] 대북 선제공격(타격)은 불법, 침략행위 그리고 전쟁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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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북 선제공격(타격)론을 주장한 이후, 이를 둘러싼 대선후보 진영간, 언론상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차기 정권의 남북·북미 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의 향배를 좌우할 중대 사안임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들 논쟁은 대부분 대북 선제공격(타격)의 실효성과 후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정작 더 중요한 적법성과 정당성 여부는 비켜가고 있다. 극히 일부 논자만이 대북 선제공격(타격)의 적법성과 정당성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극히 일면적이고 왜곡된 주장으로 진실을 가리고 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대북 선제공격(타격)은 유엔헌장과 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침략행위이자 전쟁범죄다. 선제공격은 선제타격을 함의한다. 선제타격을 규모가 축소된 선제공격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하나 적법성, 정당성, 후과에서 양자는 차이가 없다.


대북 선제공격은 유엔헌장을 위반한 불법행위
 

유엔헌장은 2조 4항에서 "모든 회원국은...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삼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제공격을 비롯한 모든 전쟁을 절대적으로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이로써 유엔헌장은 역사상 최초로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전쟁을 불법적, 부당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jus ad bellum, 개전권)를 전면 박탈했다.

 

 

 

다만, 유엔헌장은 51조에서 "...유엔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 공격(armed attack)이 발생한 경우...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self-defence)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무력행사금지(2조 4항)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선제공격을 받았을 경우 이를 격퇴하기 위한 무력행사, 곧 방어적 목적의 전쟁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합법적 무력행사, 정당한 전쟁행위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북한이 대남 선제공격을 해오지 않는 한 대북 선제공격은 그 어떤 경우와 방식에도 불구하고 유엔헌장에 따라 불법적·부당한 무력 행사가 된다.
 

그렇지만 미국은 선제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ce)은 "관습법상 주권국가의 고유 권리"(<전쟁법 해설서>, 국방부, 2013)라며 상대방의 무력 공격(선제)이 명백히 예상되는 '급박성(imminence)'의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는 관습법상 자위권에 의거해 선제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 일환으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미국은 선제적 자위권을 유엔헌장 51조의 자위권에 해당하는 합법적 무력 행사라고 주장한다. 관습법상 자위권을 인정해 유엔헌장 51조의 자위권을 선제공격을 포함한 광의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롤라인호 사건(1837)을 다룬 다니엘 웹스터 당시 미 국무장관의 외교 서신(1841)과 독일의 덴마크·노르웨이 침공(1940.4.9.)을 다룬 뉘른베르크 군사재판소의 판결(1946) 등을 근거로 든다.
 

캐롤라인호 사건이란 캐나다 독립을 꾀하는 반군을 지원한 미 국적의 민간 선박인 캐롤라인호를 영국군이 미 항구에서 나포해 방화한 사건으로, 10여 명의 미국인 사상자와 부상자·실종자가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당시 미 웹스터 장관이 영국에 보낸 서한(1841)을 영국이 미국 영해 침범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수용(1842)함으로써 종결됐다.
 

이 서한에서 웹스터는 "영국 정부는 어떤 수단의 선택도 어떤 숙고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는 급박하고(instant) 압도적인 자위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그 순간의 필요성에 의해 캐나다 지방 당국이 미국 영토에 들어오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영국 정부는 이들이 비합리적이거나 과도한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https://avalon.law.yale.edu/19th_century/br-1842d.asp)고 주장했다.
 

웹스터 서한은 영국군의 미국 영토 진입과 캐롤라인호 공격을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으로 인정한다는 가정 - 실제로는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음 - 하에 영국군이 자위권을 행사할 만한 '급박성'이 없었으며 비례성을 넘어서는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무력 행사를 했다는 항의였다.
 

따라서 웹스터 서한이 강조하는 '급박성'이란 이미 발생한 무력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피공격 국가의 자위권 발동 요건으로서의 '급박성'을 제시한 것이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무력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공격의 '급박성'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에 '급박성'의 요건만 갖추면 상대방의 무력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상대방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웹스터 서한의 '급박성'의 의미를 선제공격을 정당화하거나 합법화하려는 의도에 맞춰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덴마크·노르웨이 침공에 대해 뉘른베르크 군사재판소는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노르웨이 상륙·점령을 막기 위한 자위행위라는 피고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웹스터의 자위권 행사 요건 - '급박성' - 을 충족시키지 못한 불법행위로 판결했다.
 

군사재판소는 독일이 "덴마크·노르웨이 침공 계획 단계와 침공 당시에는 영국의 이들 국가에 대한 상륙 계획을 알지 못"(Tibori Szabó, K.J., 2010)했으며, "(독일의) 노르웨이에 대한 공격계획이 수립됐을 때 그것은 급박한 영국의 노르웨이 상륙·점령을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껏해야 미래 어느 날의 영국의 노르웨이 상륙·점령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https://avalon.law.yale.edu/imt/juddenma.asp)며 영국의 독일에 대한 무력 공격의 '급박성'을 부정했다.
     

 

▲  2차 세계대전, 독일의 덴마크와 노르웨이 침공(붉은색 화살표), 영국 등 연합군의 노르웨이 상륙/점령 시도(검은색 점선 화살표).

 


 
그러나 군사재판소의 웹스터의 자위 요건 적용은 잘못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웹스터의 자위 요건 '급박성'은 상대방의 무력 공격을 전제로 한 자위의 '급박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연합군의 독일에 대한 무력 공격이 없는 조건에서, 곧 독일의 자위의 '급박성'이 없는 조건에서 이를 독일의 덴마크·노르웨이 침공에 적용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아울러 군사재판소는 웹스터의 자위권 발동 요건을 독일의 덴마크·노르웨이 침공에 적용하면서 연합군의 노르웨이 상륙·점령 시점을 기준으로 '급박성'의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연합군의 노르웨이 상륙·점령 시점이 연합군의 독일에 대한 무력공격의 '급박성', 곧 독일의 자위의 '급박성'을 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군사재판소가 웹스터의 자위 요건을 독일의 덴마크·노르웨이 침공 재판에 적용한 것 또한 오류다. 이에 독일의 덴마크·노르웨이 침공 재판은 상대방의 무력공격이 '급박한' 조건에서는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선제적 자위권 개념을 적용한 재판으로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국제사회는 선제공격을 전면 불법화한 유엔헌장 창설 이후는 물론 그 이전 에도 자위의 이름으로 선제공격을 허용한 적이 없다.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미국 대 니카라과 사건(Nicaragua Case) 심리에서 국제관습법상 자위권을 검토해 "무력 공격에 비례하고 또 그것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만이 자위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라고 판시(김대순, <국제법론> 10판)했다. 과거 관습법상 자위권에 대한 ICJ 판결은 비록 선제적 자위권에 대한 직접적 판결은 아니지만 선제공격 발생을 전제로 한 자위권을 다룸으로써 우회적으로 선제적 자위권과 선제공격을 부정한 것이다.
 

나아가 국제사법재판소는 니카라과 사건 판결에서 "무력의 사용과 무력 사용의 위협 금지는 오래전부터 인정되어 온 국제관습법상 규범이고 유엔헌장 2조 4항은 이 규범을 성문화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김성호, 'Nicaragua Case'). 유엔헌장 51조가 이미 국제관습법상 자위권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력의 위협 또는 사용의 금지 원칙은 이제 일반 국제법의 강행규범 - 어떤 일탈과 위반도 허용되지 않은 국제법 규범 - 으로 되"어 "이 원칙에 위배되는 일체의 조약과 지역관습 그리고 기타 사태는 당연 무효"(김대순, <국제법론> 10판)다.
 

또한 유엔 창설 후 "다수 국가들의 태도는 명백히 선제적 자위권 개념을 수락하고 있지 않으며", "선제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관행 역시 성립되어 있지 않다."(정인섭, <신국제법 강의> 10판). 선제적 자위권과 선제공격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무력행사 금지와 국제평화 유지를 위해 국제법 원칙과 규범에서 국제사회가 이룩해 낸 이상의 성과에 비춰 볼 때 지난 시기의 관습법을 들어 선제적 자위권 행사와 선제공격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미국의 기도는 분명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관습법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자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대역행적인 것이다.

 

대북 선제공격은 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
 

대한민국 헌법은 4조에서 평화통일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또한 5조 1항에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는 침략전쟁을 부정한 유엔헌장(1조 1항, 2조 4항, 39조, 51조)에 완전히 부합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헌법은 5조 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군의 임무를 방어적인 무력 행사(전쟁)로만 한정한 것이다.

이른바 '급박성'을 명분으로 한 선제적 자위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군은 북한군의 대남 무력공격이 임박했다고 하더라도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 이에 군통수권자(대통령)나 합참의장 등 군 지도자가 국군에 대북 선제공격을 명령한다면 이는 위헌으로, 부대 지휘관과 구성원들은 그 명령을 따르지 않을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

 

헌법 5조.

 

대북 선제공격은 침략행위
 

'침략의 정의'(1974년 유엔총회 결의) 1조는 침략행위(act of aggression, 유엔헌장 1조 1항, 39조)는 "일국에 의한 타국의 주권, 영토보전 혹은 정치적 독립에 대한 또는 유엔헌장과 양립하지 않는 기타의 방법에 의한 무력의 행사"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헌장 2조 4항의 무력 행사 금지 원칙은 오늘날 강행규범 또는 대세적(erga omnes, 예외 없는) 의무에 해당하는 일반 국제관습법의 원칙으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그 중대한 위반은 침략을 구성"한다(김석현, 2003년). 이에 따라 대북 선제공격은 북한의 대남 선제공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헌법 4조, 5조 1, 2항을 위반한 침략행위다.
 

'침략의 정의' 2조도 "특정 국가가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무력을 선제 행사하는 것은 침략행위의 주된 증거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령 대북 선제공격이 한미 국방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급박성'이라는 선제적 자위권의 발동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침략행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른바 선제적 자위 요건으로서의 '급박성'이란 북한이 대남 선제공격을 하기 전에 대북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으로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헌법 4조, 5조 1항 등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병력과 장비를 전진 배치하고 미사일이 남한을 항해 발사 대기 상태에 들어가는 등 남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명백한 증거나 징후가 포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대남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대북 선제공격은 불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남 선제공격을 감행한 인민군에 대해 국군은 언제 대북 무력 행사를 행사할 수 있을까? 곧 합법적인 방어와 격퇴에 나설 수 있을까? 그 시점은 인민군이 남한의 영토, 영해, 영공을 침공한 시점부터다.
 

군사분계선 이북에 가상으로 설정한 전술조치선(Tactical Action Line)이 하나의 예다. 인민군 전투기가 궤도상 남한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명백하다고 하더라도 북한 영공에서 이를 격추 - 격추 시 침략으로 됨 - 시키지 않고 전술조치선을 넘어설 때 남한 요격기를 출동시켜 요격에 대비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영공을 침공하면 그때 요격하는 것이다.
 

순항·탄도미사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요격 시점은 어디까지나 남한 영공을 침범한 후다. 만약 발사를 위해 이동 중이거나 발사 대기 중인 북한의 미사일을 공격하게 되면 선제공격이 되어 유엔헌장과 헌법을 위배한 불법적인 침략행위가 된다.
 

상대방이 선제공격한 후 방어하는 것보다 선제공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이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국제사회가 오늘날까지 그토록 전쟁과 무력사용을 막고 이를 불법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선제공격을 불법화함으로써 전쟁과 무력 사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쪽이 선제공격을 합법화함으로써 전쟁과 무력 행사를 전면화하고 남용하는 쪽보다 인류의 생명과 자산을 지키는 데 훨씬 더 크게 복무하기 때문이다.
 

핵 시대이기 때문에 더 더욱 선제공격을 합법화하고 허용해선 안 된다. 핵 선제 사용은 핵 선제 불사용보다 훨씬 더 핵무기의 남용을 가져오며, 더욱이 비핵국가의 핵국가에 대한 선제공격은 핵국가의 핵사용을 촉진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의 존립 자체를 근원적으로 위협하고 인류의 파멸까지 초래할 수 있다.
 

 


휴전 상태에 미혹돼 국가 지도자와 군 지도자, 특히 군 지도자가 대북 선제공격의 유혹에 더 쉽게 빠져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군사전략과 작전 수립 및 언술에서 군 지도자의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의 엄격한 준수 의식이 필히 수반돼야 하는 까닭이다.  
한미연합군이 운용 중인 작전계획 5015와 이를 갱신할 새 작전계획은 한미연합군의 대북 선제공격이 단지 대북 억제를 위한 언술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실제로 이행된다는 점에서 유엔헌장과 헌법을 위배하게 된다.

 

특히 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대북 선제공격 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이행하는 것은 평화통일을 천명한 헌법 4조와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헌법 69조, 침략전쟁을 부정한 헌법 5조 1항, 국군의 의무를 방어로 한정한 헌법 5조 2항에 반한다.
 

아울러 한미연합군의 현·신 작전계획은 무력의 위협과 행사를 삼가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군대에 의한 영토 점령의 포기를 천명한 '유엔헌장에 따른 국가 간 우호관계 및 협력에 관한 국제법 원칙 선언'(유엔총회 결의, 1970년)과 '침략의 정의' 등 국제법 원칙과 규범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으로 된다. 나아가 대북 선제공격과 이에 따른 북한의 반격(그 역도 성립)은 남북 국가의 미래와 민족의 존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남북 국가와 민족의 주권 평등권, 자기 보존권, 생명권, 정치적 독립권·결정권, 간섭 배제권, 체제 선택권, 자유와 인권 등의 제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대북 선제공격은 전범행위
 

전통적으로 전쟁범죄는 전쟁법규(국제인도법)를 위반한 행위만을 뜻하는 협의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추축국의 지도자들을 전범으로 단죄하기 위한 뉘른베르크와 극동 군사재판소 헌장 이후 '평화에 반한 죄'와 '인도에 반한 죄'를 포함한 광의로 사용하게 됐다.
 

뉘른베르크 헌장 6조 a항은 '평화에 반한 죄'에 대해 "침략전쟁의 기획, 준비, 개시 또는 수행, 국제적인 조약이나 협정, 보장을 위반한 전쟁 또는 앞의 어느 것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계획 또는 공모에의 참여"로 정의하고 있다. 1946년 유엔총회가 결의 95(1)를 통해 뉘른베르크 헌장의 제 원칙을 일반 국제법상의 원칙으로 승인함으로써 광의의 전쟁범죄는 관습법으로서의 권위를 갖게 됐다('핵억제 역설에 대한 국제법 관련성', Fransis A Boyle, 1986). 나아가 '유엔헌장에 따른 국가 간 우호 관계 및 협력에 관한 국제법 원칙 선언'도 "침략전쟁은 평화를 해하는 범죄를 구성하며 국제법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유엔헌장을 위배해 위법적인 대북 선제공격을 계획, 공모, 집행한 국가 및 군 지도자 등은 '평화에 반한 죄'에 해당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돼 전범자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선제공격은 그 전격성으로 말미암아 과도한 무력 공격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방어하는 쪽 전투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거나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등 필히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협의의 전쟁범죄도 함께 수반하게 된다.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자들은 '평화에 반한 죄'와 함께 협의의 '전쟁범죄'에 의해서도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글을 마치며
 

키신저는 '모든 국가가 이용할 수 있는 선제조치를 일반원칙으로 삼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문 기고를 한 바 있다(E Henry Kissinger, Beyond Baghdad, New York Post, Aug, 11, 2002, p.24 : also in Washington Post, Aug, 12, 2002).
 

이 기고에서 키신저는 공격이 '급박한(imminent)' 경우에 선제적 무력공격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규칙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급박성(imminence)'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 시간인지, 하루인지, 한 주인지, 또는 한 세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국제법상 선제적 무력행사의 합법성에 관한 검토', 전순신, 2009에서 재인용).
 

부시 정권의 선제적 자위권 행사 주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외에서 선제적 자위권 행사 주장이 득세를 하던 시점에서 미국 안보 수장을 지낸 키신저의 선제적 자위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지금 이 시점, 특히 한반도 상황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이중성, 삼중성을 갖고 있다. 남북관계는 한편으로 남북간 합의에 따라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다."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는 국가간 관계다. 남북한은 모두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서 승인을 받았으며 유엔에 가입해 회원국의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국제법적 주체다. 게다가 남북한은 휴전 상태에 있다. 사실상으로는 평시, 법적으로는 전시 상태다.
 

남북한이 처한 이러한 복합적 상황 때문에 대북 선제공격에 국가 간의 관계를 규정한 유엔헌장 등의 국제법 원칙과 각종 규범을 전면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당장 휴전협정 하의 남북미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선제공격하더라도 유엔헌장 2조 4항이나 51조의 위반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강행규범(국가의 의지만으로 이탈할 수 없는)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한 유엔헌장 2조 4항은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만큼 남북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또한 휴전협정 하에서도 적용되고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남북 어느 한쪽에 의한 선제공격 방식(유엔헌장에 위배되는)의 전투 재개는 상대방의 군대를 격멸하고 정부와 체제를 전복시키는 영토 정복(북한의 선제공격에 대한 반격에 뒤이은 일시적인 북한 군사점령이 아닌)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침략과 정복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헌법과 유엔헌장, '유엔헌장에 따른 국가간 우호 관계 및 협력에 관한 국제법 원칙 선언', '침략의 정의' 등을 위반하게 됨으로써 침략전쟁과 전쟁범죄를 자행하게 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와 군 지도자가 유엔헌장과 국제인도법 등 전쟁을 포함한 무력 행사와 관련된 제반 국제법 원칙과 규범을 준수해야 할 의무는 평시보다 휴전 상태에서 오히려 더 강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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