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발표문] 2022원수폭금지세계대회 세부포럼-"민간법정 추진 계획과 법리적 쟁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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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원수폭금지세계대회

: 한국 원폭 피해자를 원고로 하여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민간법정

 

 

미국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인해 약 7만 명 이상의 한국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입니다. 그러나 한국 원폭 피해자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을 받지 못했으며 한국 정부는 한국 원폭 피해자 문제해결에 있어 피해자들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은 당연히 미국 정부와 트루먼 대통령 이하 관료에게 있습니다. 평통사는 한국 원폭 피해자와 함께 미국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 법정에서의 소송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주권면제와 ‘전투 중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미 국내법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당장은 소송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간법정을 통해 미국의 책임을 묻고, 그 과정에서 구축한 국제법적 근거와 정치적 정당성을 토대로 미 국내 법정 소송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원폭 투하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민간법정은 무엇보다도 피폭자의 짓밟힌 인권을 되살리고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나아가 미국의 원폭 투하를 불법행위로 규정함으로써 핵무기가 다시 사용되는 것을 막고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5~2027년 차기 NPT 회의를 전후로 미국에서 민간법정을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민간법정 국제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한일, 한미일 등 국제토론회를 개최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재 민간법정 준비모임은 월 1회 세미나를 진행하며 시모다 판례, 1996년 핵무기 사용 또는 위협의 적법성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과 재판관들의 개별 의견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06년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국제민중법정 사례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민간법정과 향후 미국 내 제도권 법정 소송의 기초자료가 될 피해 기록 수집, 구술 채록, 자료 조사, 미일 정부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 등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법리를 구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미국의 원폭 투하는 그 당시 이미 확립되어 있던 조약법과 관습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입니다.

 

우선 1963년 도쿄 지방법원(시모다 판례)은 미국의 원폭 투하가 방어되지 않은 도시(by whatever means, of towns, villages, dwellings, or buildings which are undefended)에 대한 공격을 금지(1907년 헤이그 제 4 협약 부속 육전 규정 25조) 하고, 군사 목표와 비군사 목표를 구별(1907년 헤이그 제 4 협약 부속 육전 규정 27조/1923년 공전법규 22조와 24조) 하도록 한 국제법 원칙에 어긋나며, 불필요한 고통을 일으키는 무기의 사용을 금지(1907년 헤이그 제 4 협약 부속 육전 규정 23조 e항)한 국제법 원칙에도 위반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1907년 헤이그 제 4협약 부속 육전 규정 23조 a항은 ‘독성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1925년 제네바 가스의정서는 ‘질식성, 독성 또는 그 밖의 가스 및 모든 유사한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는 독성이 강한 방사성 동위원소 또는 핵연료를 기본요소로 하고 있으며, 방사선의 효과는 독의 효과와 유사합니다. 따라서 핵무기의 사용은 1907년 헤이그 제 4협약 부속 육전 규정 23조 a항과 1925년 제네바 가스 의정서에 의해서도 금지됩니다.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이었던 위라멘트리는 자신의 반대 의견에서 “핵무기에 의해 발생하는 이온화 방사선은 신체 조직에 손상을 주는 물질적 실체이며 독성무기 금지 범주 밖에 있을 수 없다”라며 방사선이 독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의 나토 가입에 즈음해 체결된 파리협정 군비통제 의정서 부속 문서 Ⅱ(1954.10.23)에서는 핵무기를 “....폭발이나 달리 통제되지 않는 핵 변형을 통해 대량파괴, 대량상해, 대량 독성물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핵연료나 방사선 동위원소를 함유하거나 이용하도록 고안된 무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유엔총회도 1961년 결의(1653호)를 시작으로 핵무기 사용이 특히 1907년 헤이그 협약과 1925년 제네바 가스의정서에 의해 금지된다고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에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후 일본 정부가 스위스 정부를 통해 미국 정부에 보낸 항의 공문(1945.8.10)은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원폭 투하는 당시의 관습국제법에 의해서도 금지된 불법행위입니다. “…관례 및 인도의 법칙 및 공공양심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은 무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마르텐스 조항은 관습국제법의 확고하고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되었고 명백히 강행 규범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마르텐스 조항은 1899년 헤이그 제 2협약(육전에 대한 법률과 관습에 대한 협약)과 1907년 헤이그 제 4협약(육전의 법규 및 관습에 관한 협약) 전문에 명시되었으며 1949년 제네바협약의 1977년 제 1추가의정서에서는 1조 2항으로 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명시되었습니다.


“보다 완비된 전쟁법에 관한 법전이 제정되기까지는, 체약국은 그들이 규칙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 민간인 및 교전자가 문명국 간에 수립된 관례, 인도의 법칙, 공공양심의 요구로부터 유래하는 국제법 원칙의 보호 및 지배하에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긴다.” (1907년 헤이그 제 4협약 전문)

 

한편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법정은 마르텐스 조항이 명시된 1907년 헤이그 협약의 규칙들이 1939년부터 국제관습법의 일부로 되었으며, 따라서 그것들은 모든 국가에 구속력을 갖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뉘른베르크 헌장의 제 원칙과 판결은 1946년 유엔총회결의 95(1)를 통해 일반 국제법상의 원칙으로 승인되어 관습법으로서의 권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인도법 원칙에 합치되지 않는 1945년 미국의 핵무기 사용은 마르텐스 조항의 국가 의무를 위반한 것이자 뉘른베르크 헌장 6조 b항의 ‘전쟁범죄’에 해당합니다.

 

조약법과 관습국제법을 위반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데 있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법적 장애물도 있습니다.

 

우선 미국을 피고로 세우기 위해서는 ‘주권면제’가 극복되어야 합니다.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제인도법의 기본적 규칙들이 ‘국제관습법의 어길 수 없는 원칙’(권고적 의견의 paragraph 79)을 구성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국제인도법의 강행 규범적 특성을 인정했습니다. 강행규범은 어떤 일탈과 위반도 허용되지 않은 국제법 규범으로 주권면제보다 상위의 효력을 갖습니다. 미국의 원폭 투하는 강행규범 지위를 획득한 국제인도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기에 주권면제가 부정되어야 마땅합니다.

 

아울러 미국 내 제도권 법정 소송을 위해서는 ‘전투 중 행위’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미 국내법의 제약을 넘어서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원폭을 투하한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어떤 특수한 군사적 시설을 갖추지 않은 보통의 지방 도시였습니다. 시모다 판례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방어되지 않은 도시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두 도시 모두 일본군과 미군 간의 전투 공방이 있지 않았기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전투 행위 과정에서 투하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원폭 투하는 ‘전투 중 행위’가 아니며 그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 사용의 합법성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상설국제재판소(PCIJ)의 1927년 로터스 판결을 근거로 핵무기가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허용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주권국가가 성문법에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원칙은 인류 공동체와 국제법의 발전 추세에 따라 이미 오래전에 폐기되었습니다.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재판소장인 베자우위도 로터스 판결 시대는 국가 주권을 절대화했으나 국제법의 시대적 발전으로 “협력의 국제법으로의 점진적 대체”가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에 의해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이전, 이미 국가 주권을 제약할 수 있는 인류 공동체의 관점은 발달하고 있었고 협력의 국제법은 법의 정신이 되어 조약법과 관습국제법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전쟁범죄를 단죄하여 한국과 일본 피폭자의 원혼을 달래고 다시는 핵이 사용될 수 없도록 하여 핵 없는 세상 실현을 향해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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