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입장문] 정전협정 68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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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68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우리는 전국의 137개 평화단체가 꾸린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추진위원회입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4월 27일, 부산역을 출발해 대구, 대전, 수원, 광명을 거쳐 남북철도가 끊어진 곳, 임진각을 향해 행진하던 도중에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하여 행진을 잠시 멈추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행진을 통해서 지역적 차이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 마음속 저변에 깊이 살아 숨 쉬는 남북철도 잇기 염원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국민적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우리의 바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전협정 68년이 되는 오늘 우리는 판문점/평양 선언이 사문화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또다시 한반도가 극한 대결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그래서 68년간이나 지속된 정전체제가 다시 세대를 넘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됩니다. 

 

도대체 우리 민족이 2차 대전 이래로 그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장 오래되고 첨예한 대결로 점철된 정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민족이 대결과 전쟁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그 이유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패권 연장과 현상 유지를 위해 정전체제를 틀어쥐고 평화협정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역사적인 싱가포르 성명도 사장될 위기를 맞았고, 북미 관계도 장기간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협정 체결의 길이 험난할수록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의 고삐를 바짝 당겨 싱가포르 성명 이행을 다그치고 정전협정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책무가 문재인 정부에게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이 최초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천명한, 우리 민족의 평화 염원을 담아낸 문건입니다. 싱가포르 성명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남북 간 합의 이행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평화, 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대결과 분단의 구시대에 막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5.22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존중, 남북대화와 협력에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우리는 남북, 북미 관계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두 달이 넘도록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선 비핵화와 제재를 고집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제재 해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계속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임기 내에 남북 대화 재개와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10.4선언이 이행되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움직여야 남북대화 재개와 철도 연결의 기회가, 북미대화 재개와 싱가포르 성명 이행을 다그칠 수 있습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남북 분단과 대결 속에서 다시 한세대를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남북철도의 단절이 한 세기를 넘어서는 것만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판문점/평양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협력의 최우선 사업이자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가장 큰 철도 연결에 대한 국민 여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문화될 위기에 처한 판문점/평양 선언을 되살리고자 한 것입니다. 부산역에서 KTX와 경의중앙선을 타면 불과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임진각을 장장 3개월에 걸쳐서 남북철도 연결을 상징하는 한반도 조형물을 밀고 끌며 500km나 되는 거리를 힘겹게 도보로 행진한 것은 외세에 의해 단절된 민족의 혈맥을 우리 힘으로 잇자는 강력한 열망을 국민 여러분께 직접 전달하고자 하는 간절함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각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행진에 함께해 주셨고,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국민이 남북철도를 이어야 한다는 뜻에 공감하여 반가이 손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셨습니다. 비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시민과 눈을 맞춰가면서 인사하고, 유인물을 정성스럽게 나누며,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보실 수 있도록 현수막 위치를 바꾸고, 피켓을 두 팔 높이 들어 올리는 간절한 몸짓이 조금이나마 시민들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켰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긍지와 보람을 느낍니다. 국민 마음속에 평화와 번영, 통일의 철길을 놓겠다는 우리의 다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서울지역에 들어오면서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정상적인 행진이 불가능해졌지만 1인 시위와 1인 행진으로 우리의 뜻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코로나 상황이 누그러지면 중단된 행진을 재개하고 남북철도가 끊어진 곳 임진각에서 마무리 행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평화의 생명줄, 공동 번영의 젖줄인 남북철도를 잇자는 국민적 여론을 더욱 높여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남북철도 연결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싱가포르 성명과 판문점/평양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완전히 끝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열고자 합니다.

 

정전협정 68년을 맞는 오늘 남북정상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전격 합의한 것은 남북 간 신뢰 회복으로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릴 수 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도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판문점/평양선언 이행과 남북철도 연결은 냉전적 대결질서가 지배하고 있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변경을 통해 7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역동의 통일조국과 역내 국가들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수립하려는 역사적 거보입니다. 부디 이 길에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2021. 7. 27.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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