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2018. 10. 16] 10차 한미 방위비분담 협정 체결을 위한 8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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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대폭 삭감에 나서고 
미국은 터무니없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강요 중단하라!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8차 협상이 16~17일 한국에서 열린다. 지난 3월에 첫 협상이 시작된 이래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과 방위비분담금 총액 대폭 증액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언론은 미국이 현 방위비분담금(2018년 9602억원)의 1.5∼2배만큼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 8차 협상을 앞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부유한 나라를 지켜주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며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끔직한 군사협정”이라고 지칭하기도 하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상투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한국의 협상대표를 압박하여 양보를 받아내려는 술책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고압적이고 적반하장식의 발언은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에 반대하는 우리 국민을 더욱 격분시킬 뿐이다. 한국은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 1조 526억원(2015년 기준)보다 무려 6배나 많은 6조3천억원의 각종 주한미군 주둔비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무임승차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 2017년 12월 현재 9,830억 원의 방위비분담금이 미집행금으로 남아 있다. 이는 한해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초과하는 액수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사실상 2018년 마무리되기 때문에 2018년 현재 4,442억원인 군사건설비는 절반 이하로 줄어야 마땅하다. 이런 사실들은 현재 방위비분담금수준이 턱없이 높게 설정된 것이며 따라서 대폭 삭감되어야 하고 또 삭감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전지원’ 항목을 신설하여 미 전략자산전개 비용, 주한미군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을 분담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SMA협정은 주한미군이 고용하는 인력이나 보유하는 장비에 한정된다. 따라서 한국은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분담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다. 또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그 (평양공동선언) 정신과 분명히 안 맞는다”는 강경화 장관의 말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북미 정상의 합의에 어긋난다. 

또한 핵항모나 핵잠수함, B-52 폭격기 등의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가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지역 및 세계 규모로 운용되고, 주한미군 순환배치 역시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아태지역 기동군 으로서 임무 수행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전략자산전개 비용 분담과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요구는 한국에게 미국의 지역 및 세계패권전략 수행의 비용을 분담시키려는 저의임이 자명하다.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과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요구는 SMA협정 나아가 한미소파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불법 부당한 요구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이에 응할 수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 분담도 불법 부당한 요구이다. "편성 또는 지정된 고유 목적의 임무 또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 함정 또는 무기체계 장비의 준비태세 및 인원 준비태세를 모두 포함한다"는 미 국방부의 작전준비태세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 보듯이 작전준비태세란 그 범위와 경계가 거의 무제한적일 정도로 넓고 또 임의적이다. 따라서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구성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미국에 백지수표를 쥐어 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의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과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불법 부당함에도 문재인 정부는 굴욕적인 협상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국회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소화란 상대적 개념이어서 100%인상 요구에 대해서 50%인상이 최소가 될 수도 있는 등 그 절대적 기준이 없다. 인상률 최소화는 미국의 대폭 증액의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협상전략은 총액 삭감을 협상 목표로 제시했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못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군수지원비 항목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의 눈을 의식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강요에 굴복하는 태도다.  

지난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 때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한다. 그 뒤 언론은  "총액, 유효기간, 연(年) 증가율, 제도개선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 패키지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10.1)고 보도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사실상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제도개선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방위비 분담 총액문제와 제도개선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SMA협상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의 대폭 삭감을 바랐던 우리 국민의 요구를 무참히 저버리게 될 것이다. 지난 8차 및 9차 SMA 체결 때 제도개선에 관한 교환각서를 채택하였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이는 우리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총액 인상을 받아내기 위한 미국의 술수에 넘어갔음을 방증한다. 

한반도가 비핵화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와 역할의 변경 또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 논의는 불가피하다. 협정의 유효기간을 2년 이내로 함으로써 예상되는 정세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불필요한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또 우리는 물가상승률만큼의 자동 증액은 매년 방위비분담금의 미집행금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10차 SMA에서는 폐지되어야 한다.
 
촛불민심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대폭 삭감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위해 당당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미국이 불법 부당한 전략자산전개비용 분담이나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또 문재인 정부가 이런 미국의 불법 부당한 요구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한다면 이에 맞서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2018년 10월 16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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