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정부의 불법적인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 및 집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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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불법적인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 및 집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사상 초유로 정부가 법적인 근거 없이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으로 1조 389억 원을 편성하고 또 그 대부분을 집행해버린 일이 벌어졌다. 2020년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미체결인 상태에서 정부는 2020년 11월 말 현재 방위비분담 예산 6102억 원을 집행했고, 연말까지의 집행액은 7603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한겨레, 2020.12.7). 우리는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 위반, 헌법의 국회 예산심의·확정권과 조약비준동의권 침해, 직권남용 등의 불법과 전횡으로 점철된 정부의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 및 집행과 2021년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이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른 것이라느니, 2020년 방위비분담금 예산 집행이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제7조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느니, 과거 지급을 약속한 현물지원분의 미집행분을 집행하는 중이니 하면서 마치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과 집행이 정당한 것처럼 강변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불법적인 방위비분담금 예산 편성과 집행으로 1조원 가까이 되는 혈세가 낭비된 데 대한 국민적 지탄을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는 거짓 변명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는 불법적인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집행의 즉각 중지와 불법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의 진상규명, 관련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은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다.
국방부는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를 묻는 강은미 의원실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이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의거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기재부의 위 ‘예산편성 세부지침’은 “국제부담금은 이를 명시한 협정서가 있거나 관계부처 협의, 국무회의 또는 장․차관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우리정부가 부담하기로 결정된 경우에만 반영”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안에서 비목상 국제부담금으로 분류되는 부분은 미국과의 협정서에 의해서 발생하는 의무다. 따라서 협정서 즉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방부가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으로 각각 1조389억 원을 편성한 것은 기재부의 지침을 어긴 것이다.
국가재정법 제31조는 각 부처가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서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기재부의 지침에 어긋난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예산편성은 국가재정법 제31조 위반이다. 국무회의가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어긴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예산요구서를 그대로 수용해 정부안으로 확정한 행위 역시 정부 자신이 정한 ‘예산편성지침’을 어긴 것이므로 불법이다. 정부가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미체결인 상태에서 국회에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을 제출한 것은 국회에 법적 근거 없는 예산심의를 요구한 것으로서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침해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부의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은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는 바 이런 불법 행위의 재발과 국민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한 것도 불법이다
특별협정이 미체결인 상태에서 편성된 방위비분담 예산의 대부분이 집행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2020년 예산 1조389억 원의 집행 내역을 보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로 2956억 원, 군사건설비로 2340억 원, 군수지원비로 806억 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11차 특별협정이 미체결 상태에서 국방부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020년 방위비분담 1조389억 원의 배정을 요구할 권한이 없고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를 배정할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을 배정하고 또 배정된 예산을 집행한 것은 국방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이 월권한 것으로 형사법상 직권남용의 죄를 범한 것이 된다. 방위비분담금 집행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60조 1항에 따라 협정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가 사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예산 집행은 특별협정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없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조약비준동의권을 침해한 것이다.
불법성을 감추기 위해 특별협정의 왜곡조차 서슴치 않는 국방부의 기만적 행태를 규탄한다.
국방부는 다년간 군사건설사업의 경우 특별협정이 종료돼도 집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10차 특별협정 제7조를 들고 있다. 그러나 10차 협정 제7조에 대한 국방부의 이런 해석은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10차 협정 제7조는 “협정의 종료는 이 협정의 합의된 절차에 따라 매년 선정되었으나 이 협정 종료일에 완전하게 이행되지 않은 모든 군수비용 분담 지원분 또는 군사건설 사업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10차 협정의 방위비분담금 합의액 1조389억 원의 범위 안에서 적용되는 조항이다. 만약 이 조항이 협정액 1조389억 원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한국이 군사건설과 군수분야 사업비를 보장하는 조항이라면 이는 10차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되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10차 협정 7조는 2019년 군사건설 및 군수분야 예산 중 2020년으로 이월된 예산에 대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협정 7조에 따라 2020년에 집행할 수 있는 범위는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월된 군사건설비 93억 원과 군수지원비 91억 원 등 184억 원 이내여야 한다.
2020년도 군사건설 예산 사업설명서를 보면 군사건설예산 3710억 원 가운데 다년간 계속 사업비는 3116억 원이다. 만약 국방부 주장대로 10차 협정 제7조를 해석하게 되면 한국은 2020년에 11차 협정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10차 협정 제7조에 따라 3116억 원의 지불의무가 발생한다. 즉 10차 협정의 방위비분담 합의액은 1조389억 원이 아니라 거기에 3116억 원을 더한 1조3505억 원이 되는 것이다. 이는 1조389억 원을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10차 방위비분담협정을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10차 협정 7조를 근거로 2020년 방위비분담금 군사시설개선비와 군수지원비를 집행할 수 있다는 국방부 주장은 성립될 수 없는 주장으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예산의 불법 집행을 가리려는 둘러대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집행 현물지원분’을 집행 중이라는 국방부 주장 또한 기만적이다.
국방부는 2020년 군사건설과 군수지원 본예산의 집행이 과거 특별협정에서 지급을 약속한 현물지원분의 ‘미집행 현물지원분’을 집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면서 2019년 12월 말 현재 ‘미집행 현물지원분’이 9079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0차 협정(제3조)은 “연도 말에 현물 지원분이 남아있을 경우 ... 이행약정에서 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다음 연도로 이월... 미집행 지원분의 최소화를 위하여 ...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로 되어 있어 ‘미집행 현물지원분’이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월되는 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184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방부가 말하는 9079억 원의 ‘미집행 현물지원분’은 협정 상 개념과 다른,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에 불과하며 우리가 줄 필요도 이유도 없는 돈을 미국에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방부는 ‘미집행 현물지원분’에 우리 국고로 회수되어야 할 불용액(세계잉여금)도 불법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불용액이란 사업을 정상대로 수행하고 남은 잔금을 말한다. 불용액을 ‘미집행 현물지원분’에 포함시켜 미국에 추후 보전해 주어야 할 ‘미집행’된 돈으로 보는 국방부의 입장은 재정주권을 포기한 굴욕적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국방부는 ‘미집행 현물 지원분’에 특별협정 상의 방위비분담금보다 줄여서 예산편성을 함으로써 생긴 차액(이른바 감액분, 협정액-예산편성액)도 불법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감액분 역시 우리가 미국에게 보전해 주거나 지급해 주어야 할 이유도 법적 의무도 없는 것으로, 이를 ‘미집행’된 것으로 보는 국방부의 시각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감액분은 협정상 합의액대로 예산을 편성할 경우 매년 이월액과 불용액이 너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한미가 합의 하에 예산을 줄여 편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감액분이 예산 편성이 됐다면 필히 남았을 부분으로 이는 ‘미집행’된 것이 아니라 사용할 용도가 없어 사용하지 않은 돈, 결산과정에서 불용액 처리가 될 부분이다. 이는 감액분에 대해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집행 계획이 없는 것을 저희가 지급을 안 한 것”(2013년 6월 14일 국회답변)이라던 당시 김관진 장관의 답변에서도 확인된다. 또 8차나 9차 특별협정은 이미 그 유효기간이 끝나 한국이 미국에 감액분을 지급할 법적인 의무도 없다.
국방부는 9079억 원에 이른다는 ‘미집행 현물지원분’의 연도별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평화통일연구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합당하지 못한 이유를 들어 비공개하고 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미집행 현물지원분’은 불용액을 포함하고 10차 특별협정 상의 개념과 배치되는 불법적·자의적 개념이라 떳떳하게 그 내역도 공개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미집행 현물지원분’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의 불법집행에 대한 책임을 가리기 위한 것이자 앞으로도 계속 불법 집행을 해나가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민을 속이려는 기만적인 주장을 더 이상 펴지 말고 방위비분담의 불법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한편, 불용액과 감액분의 존재는 그 자체로 방위비분담금이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삭감해야 할 근거가 된다. 이에 정부가 2019년 수준의 1조 389억 원을 2020년과 2021년 예산으로 제출한 것도 과도하며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한미간 협상에서 13% 인상안을 제시한 것도 과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집행을 중단하고 한미간 협상에서도 13% 인상안을 폐기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 편성 때 방위비분담이 함께 되지 않으면 정부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된다는 국방부 주장은 거짓이다.
국방부는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2021년 예산안을 편성 제출한 것에 대해 “협상이 타결되면 신규 사업에 대한 방위비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정부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한겨레, 2020.12.7). 그러나 국가재정법(89조1항③)은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1차 특별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 얼마든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정부 예산 편성 때 같이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해야 정부재정 운용에 부담이 안 된다는 국방부 주장은 행정편의적 사고의 발로이자 우리의 주권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대적 사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11차 특별협정 체결 전에 방위비분담 예산을 미리 편성하는 것은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최소한 2019년 수준의 방위비분담금 지급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하는 것이어서 정부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축소하는 전략적인 우를 범하는 것이다.
막아야 할 미국의 방위비분담금의 사드부지 건설비나 평택미군기지건설비로의 불법전용은 막지 않고 미국에게 방위비분담금을 보장해주고자 예산의 불법적인 편성과 배정, 집행도 마다하지 않는 정부의 반주권적 행태에 대해서 우리는 엄중히 규탄한다.
우리는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편성과 집행을 중단시키고 우리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직권 남용과 불법행위를 한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하는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임을 밝혀둔다.
2020년 12월 9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