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4/04/04] [한겨레3/29] 셀리그해리슨-북미관계 정상화가 우선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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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 정상화가 우선




부시 미국 행정부는 진정 북한 핵프로그램 해결을 위한 협상에 흥미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궁극적인 평양 정권의 교체를 위해 은밀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가.
사실 은밀한 게임은 존재한다. 부시 행정부를 학문적으로 적극 옹호하는 조지타운대 교수 빅터 차는 다트머스대의 데이비드 강과 함께 최근 쓴 책 〈북한의 핵: 개입정책에 관한 토론〉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하고 있으며, 미국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 회담 같은 다자협상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차 교수는 김정일이 군사적 위협을 그만두고 서방세계를 향해 문호를 개방하려 한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그는 체제위기의 탈출구를 애타게 찾고 있는 평양이 “전면전이 아닌 다른 형태의 폭력”, 예컨대 “남한에 대한 제한적이지만 강력한 정면공격”을 활용해 서울과의 협상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봉쇄와 고립” 정책이 북한의 이런 의도를 꺾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남한의 협력을 얻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향후 (북한을) 벌주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은 연합 대상국들에 “대결적 방식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다자 협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매파의 개입정책”은 외교적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벌주기 위한 연합을 구축하려는 손떼기 전략”이고 “북한의 변치 않는 진정한 의도를 밝혀내는 수단”이며 북한 엘리트층 내부의 긴장을 고조시켜 “갑작스럽게 위로부터의 체제붕괴를 일으킬지 모를 내부충돌과 쿠데타 시도를 부추기기 위한” 희망섞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제 베이징 2차 6자 회담이 끝난 지 겨우 한달이 됐지만 “매파의 개입정책”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음이 이미 명백하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는커녕 중국, 러시아, 남한과 미국의 관계를 더욱 더 손상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가 당선돼 내년 1월 한국 정책을 재조정하게 된다면 그는 최근 출간된 책 〈한반도의 위기: 북한 핵을 다루는 방법〉에 있는 몇몇 아이디어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 정부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마이클 오핸런과 마이크 모치즈키는 “대규모 거래”를 제안했다. 이 제안을 보면 북한은 10년 동안 매년 20억달러의 지원을 받는다. 재원 대부분은 일본이 조달하지만 미국도 3억달러를 내놓는다. 대신 북한은 “몇 해에 걸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이고, 중·장거리 미사일의 실험과 생산, 배치, 수출을 하지 않고 적어도 모든 형태의 주요 중무장 병력 50%를 일괄 감축하는 것이다. 이는 광범한 무기통제 협상의 한 부분으로 미국과 남한도 이에 상응해 한반도에 배치된 재래식 전력을 감축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평양과의 관계 정상화를 북한의 핵개발 중단에 대한 보상으로 이용하는 지난 10여년간의 미국의 노력을 좀더 정교화한 것일 뿐이다. 이런 접근이 되풀이 실패한 뒤이니 이젠 이 접근을 재평가할 때다.

남북한 양쪽을 종종 방문한 존 페퍼는 명료하고 적극적인 검토서 〈북한, 남한: 위기의 시기에 있는 미국 정책〉에서 이를 시도했다. 페퍼는 미국은 관계 정상화와 북한 비핵화를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기 위한 과정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상화된 관계는 거래를 위한 카드라기보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모든 쟁점을 다루는 기본틀, 뼈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안보전문가 니시하라 마사시도 2003년 8월14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핵 문제와 관계 정상화의 분리해결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평양이 요구하는 불가침 약속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니시하라는 “불가침 조약 대신 미국이 일본, 남한과 함께 평양을 외교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의 공식화는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과 일본이 정책전환을 통해 북한 정권교체 목표를 완전히 버렸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하며, 일본과 미국 주도의 국제 원조기관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워싱턴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할 경우 전략적 억지력에 의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벌주기 위한 연합전선”이 결국 구축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차의 “매파 개입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남한의 정책은 이런 연합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 북한 비핵화의 과정을 촉진하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존 케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협상을 통해서 가능해질 것이다. 또 누가 당선되든 현재의 교착상태가 장기화한다면 페퍼와 니시하라가 제안한 “관계 정상화 우선” 정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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