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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7] [한겨레5/1] 셀리그 헤리슨- ‘핵’문제를 푸는 ‘공존’의 해법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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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한겨레5/1] 셀리그 헤리슨- ‘핵’문제를 푸는 ‘공존’의 해법
 날   짜
2004/05/27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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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를 푸는 ‘공존’의 해법




영국의 언론인 험프리 혹슬리의 신작 〈제3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북한은 2003년 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 폐기를 위한 협상을 벌이다 화가 난 채 결렬시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새로운 유화적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이 이것을 즉각 거부하자 강경파 장군 1명이 권력을 탈취하고는 김정일의 ‘유화책’을 비난하면서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반미 이슬람 테러단체와 음모를 추진하기 시작한다. 북한은 일본내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일본은 이에 핵무기로 보복하며, 동시에 파키스탄은 인도를 공격하는데 이는 다시 러시아와 중국,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시나리오일까 그렇지 않다. 소설은 김정일을 북한에서 ‘덜 악한 자’로 제대로 묘사하고 있고 6자 회담 교착상태가 북한과 미국에 가져다줄 예측 불가능한 위험스런 결과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의 패배를 기대하는 김정일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것과 중유공급 재개를 요구하는 등 베이징 회담 재개에 응하는 대신 받아낼 대가의 수준을 올리고 있다. 부시로서는 김정일과의 협상을 위해 양보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아울러 선거의 해에 한국에서 군사적 대결이 벌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따라서 2004년에 진정한 진전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만일 재선되면 부시는 군사적 위험성을 포함한 좀더 강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김정일로 대표되는 북한내 실용주의자들과 타협을 거부하는 군부 강경파와의 긴장을 높일 것이다.

부시가 검증 가능한 통제 아래 플루토늄을 동결하겠다는 최근의 북한쪽 제안에 대한 매몰찬 거부를 재고하지 않는 한 합의 전망은 점점 멀어 보인다. 걸림돌은 김정일이 미국에 대해 부시의 목표인 평양의 정권교체를 포기함으로써 미군의 군사공격을 배제할 뿐 아니라 북한의 주권도 존중해줄 광범위한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최근 한·미·일 세 나라의 제안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포괄적인 약속만을 담고 있다.

이 문제는 그 자체가 타협을 막을 수 있지만 이제 미국은 더 근본적인 결정에 직면해 있다. 바로 기존의 플루토늄 계획을 끝내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 아니면 농축 우라늄 개발 능력까지 동시에 끝내도록 계속 주장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농축 우라늄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27일 미국이 동시에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와 식량 지원을 해준다면 “핵시설과 핵물질을 사찰과 감시 아래 동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관건은 ‘핵물질’이었다. 이는 분명 북한이 재처리하고 있던 플루토늄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제안은 11월12일 나도 참석했던 조성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미국인 6명 간의 비공개 대화자리에서 조 국장이 자세히 설명한 이후 한·미·일 3국의 제안에 대한 북한쪽 반응의 하나로 12월8일 재확인됐다.

북한은 지금 당장 알카에다나 다른 이슬람 테러집단에 플루토늄을 팔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플루토늄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의 가능성보다 더욱 급박한 위협이다. 북한이 그런 무기를 시험하기까지는 북한이 협상 목적으로 핵능력을 과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 북한이 복잡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터득하는 데 성공할지, 또 그게 언제가 될지 여부는 더욱 불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8월27일 플루토늄 동결 제안을 발표하면서 2002년 10월 평양 방문 중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비밀 우라늄 농축계획과 관련해 자신들이 밝힌 것을 왜곡했다고 비난한 점이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켈리의 비난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은 선제공격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강석주는 냉전기간중 미 국방부의 정책은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적들이 추측하게 만드는 것이었던 것처럼 북한도 이제 미국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우선순위는, 분명하고 현재적인 위협인 플루토늄 문제를 다루는 데 두어져야 한다. 북한은 만일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고 있더라도 미국이 비핵화 절차의 마지막 단계로 경제, 정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상호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하고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이는 미국이 우라늄 문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단계적 비핵화 절차에서 미국은 협조적 태도와 경제보상을 연계하면서 우라늄 계획과 다른 비밀시설들을 찾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사찰 및 검증 접근을 위한 압박을 계속할 수 있다.

반복해 말하자면 11월12일 대화에서 북한쪽 대표는 핵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은 “공존”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에 따르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담긴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을 제거할 뿐 아니라 김정일 체제에 대한 미국의 인정과 지지를 본격화할 안전보장이다. 북한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더 이상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왜 핵무기를 필요로 하겠는가”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계속해서 정권교체에 대해 말하는데 왜 우리가 핵무기를 가질 권리를 포기하겠는가 문제는 아주 간단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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