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4/06/11] [민변 성명서]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 전면 재협상에 나서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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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관하여
[성명서]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관하여 자주적 태도를 견지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서라


1. 지난 7~8일 서울에서 열린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9차 회의의 주의제였던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결렬되었다. 용산기지 이전 방침은 우리의 기대나 이익보다는 미국의 세계전략 즉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에 따른 것이었음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일찍부터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대체부지 규모의 적정성, 천문학적인 기지이전비용의 한국 측 전액부담의 부당성을 누누이 지적해온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은 국가적 자존심을 내팽겨친 정부의 굴욕적인 협상 태도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새로운 협상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해 왔는바, 이번 회의에서 가서명이 이루어졌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2. 먼저,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이 보여준 오만하고 후안무치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협상 결렬의 주된 원인은 미국측이 기존에 합의된 312만평 대체부지에 더하여 50만평을 추가로 요구한 데 있다. 미국은 기존 합의된 부지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없이 추가부지를 더 강요한 것에 나아가 “(기지 이전을) 빨리 합의하지 않음에 따를 위험” 운운하고, 심지어 협상 대표인 리차드 롤리스는 일부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50년 동맹의 한미관계에서 30만평의 차이가 쟁점화 돼 좌절감을 느낀다"거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한미군 재편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 국민"이라고 하면서 대국민 협박성 발언, 보수층 자극을 통한 내정 간섭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외교적인 결례, 협상대표의 몰염치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자신의 패권적인 GPR에 따라 평택 지역을 대북한 선제공격 기지 및 대동북아 군사기지로 조성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대한 초조감의 발로이자, 그들의 신군사전략에 있어서 주한미군의 재편, 변형이 얼마나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이에 우리 모임은 타국의 주권, 타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힘의 우위를 내세운 패권적 전략에 따라 한반도를 분쟁의 근원이 될 동북아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해 노골적인 협박까지 동원하여 굴욕적 협상을 강요하는 미국의 행태를 엄중히 규탄한다.

3. 한편 우리 모임은 현 상황이 도래함에 있어서 우리 정부에 주요한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 주한미군 감축을 통보 받았음이 최근 들어 밝혀졌다.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재배치 등 일련의 진행이 해외주둔미군의 재배치전략에 따른 것이고, 주한미군의 성격이 동북아지역안정군 내지 신속대응군으로 변화될 것임을 사실상 이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이를 은폐해 왔으며, 용산기지 이전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이 명백하였음에도 기지이전 소요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의 변질된 성격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까지 제공하려 했다. 우리는 이런 주한미군의 성격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군사분쟁에 관여하는 경우 한반도 또한 군사분쟁에 휩쓸려 들어갈 수 있는 심각한 안보상의 우려를 내포하는 것으로써, 이러한 재편 움직임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편 용산기지 이전 협상의 경우 일각에서 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이와 같은 굴욕적이고 부당한 내용에다 헌법상 적법절차까지 결여한 협상안을 그대로 추진하였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정부는 최근까지도 용산기지 이전은 우리의 요구에 의한 것이므로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강변을 일삼아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용사기지이전에 관한 협상안은 그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협상안의 모태가 되는 90년 합의각서가 국회동의를 결여하여 위헌인 점, 국회동의를 회피하기 위해 자세한 비용분담내용을 기재한 이행합의서(IA)를 별도로 체결하려고 하는 점, 동일한 내용을 포괄협정서(UA)와 이행합의서(IA)에 중복 규정함으로써 이후 개정 과정에서 상충으로 인한 위헌․위법의 소지를 안고 있는 점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게다가 주한미군의 감축이 가시화되는 현재 정확한 소요부지 산정도 어려운 것 아닌가.

그런데도 한미정부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 특별회의를 진행하고, 조만간 FOTA 10차 회의를 열 것이라 한다. 이에 우리 모임은 정부에 대하여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기지이전 소요 비용을 전액 우리가 부담해야 할 근거도 상실한 판에 단지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수준만큼 이전비용을 깎아보겠다는 소극적 태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용산기지 이전은 단순히 일개 미군기지 이전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은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를 포함하여 한미연합사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시대적 적절성 등 한미관계의 전면적 재검토가 요구되는 때이며, 남북의 평화, 공존을 넘어 가시화되는 통일을 준비하고 평화적인 동북아 질서의 구축이라는 틀에서 우리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한미군의 감축 규모, 역할 변화, 주한미군 기지의 성격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적극적인 공론화를 통하여 국민의 총의를 모은 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주체적 관점에서 우리의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모임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자주적 태도를 견지하고 국익과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려는 결연한 자세로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4. 6.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 석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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