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4/08/26]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께 드리는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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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께 드리는 항의서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귀하!

평택 주민을 비롯한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1차 FOTA 회의에서 굴욕적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안에 대하여 기어이 예비(가)서명을 하고 말았습니다.

장관님!

그런데 협상이 끝나면 모든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겠다던 당초의 공언과는 달리 정부는 협정안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가 협상 내용 공개를 요구했을 때, 협상 중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외교관례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해왔습니다. 그런데 협상이 끝난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용산기지 이전합의서(UA/IA)는 한미양국간 정식 서명되지 않은 합의 전 문서이며, 그 내용도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협정안 공개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통부가 제시한 사유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대상정보) 제2항에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만을 비공개대상정보로 적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즉, 합의 전 문서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정보공개법 어디에도 없으며, 아무런 단서도 없이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협정안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확대해석입니다.
특히, '국민의 알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제정된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적법한 근거 없이 협정안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외통부는 '부처간 협의'를 이유로 무려 2주일간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한 뒤, 이제 와서 결정적 단서조항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면서까지 협정안 공개 거부를 통보하였습니다. 합법과 절차를 그토록 강조하는 외통부가 이런 불법적이고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는 미국이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이전에 용산기지 협상에 대한 절차를 마무리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였고, 정부는 이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63명의 국회의원들이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려는 것조차 불법적으로 막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외통부가 협정안 공개를 거부하는 것도 협정안이 조기에 공개되어 그 문제점에 대한 논란과 파장이 확산되면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를 불법적으로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정까지도 미국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고자 하는 반기문 장관과 외통부의 비민주적이고 사대주의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협정안을 국민에게 즉각 공개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그런데, 반기문 장관님!

외통부가 불법적으로 협정안 공개를 거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독소조항을 대부분 개선했다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협정안 공개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협정안을 공개하여 제기되는 반론을 객관사실에 근거하여 반박하고 국민을 납득시키면 될 일 아
닙니까? 그런데 외통부가 이런 합리적인 길을 택하지 않고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으로 협정안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그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닙니까?
실제로, 정부는 독소조항을 대부분 개선했다고 주장하지만, 협상의 결과는 90년 협정보다 오히려 개악되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이전비용은 17억 달러에서 30∼40억 달러(정부 추산)로 늘어났고, 용산기지 대체부지는 26만8천평에서 52만평으로 확장되었으며, 이전의 수준은 '기준수준'에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른 임무와 기능을 충족시키는 수준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용산기지 이전협정안은 또한 외국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너무도 불평등합니다. 독일 라인마인 공군기지 이전의 경우, 이전을 요구한 쪽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 국제관례라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전적으로 독일의 요구에 따른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미군이 주력인 NATO에 비용 일부
(21.6%)를 부담시켰으며, 의회의 비준을 거친 협정에 이전비용 총액은 물론이고 세부항목별 건설방법·비용·완공시기까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용산협정의 경우, 협정안에 총액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측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고, 기본원칙 등을 담고 있는 기본합의서(UA)만을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행합의서(IA) 이하 하위 문서의 작성과 집행은 SOFA합동위와 그 산하기구들에 맡겨짐으로써 정부당국자들조차 정확한 비용을 알 수 없는 최소한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의 실질적 집행 권한을 대령급 실무자가 행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측은 이전비용을 모두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건설에 대한 전권을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 비용 소요에 대한 비토권조차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협정안은 90년 협정이나 독일사례에 비교해 보더라도 너무도 불평등하고 굴욕적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외통부는 협정안 공개를 회피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국민에게 떳떳이 내놓기도 두려운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다름없는 협정안은 마땅히 폐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과 악연이 있는 장관께서 또다시 역사에 오명을 남기기 원치 않는다면 이제라도 과감히 굴욕적인 용산협정안 처리를 중단하십시오. 그것이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길입니다.
만약, 귀하가 국민의 엄중한 요구를 끝내 거부한다면 역사적, 사법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해 둡니다.

2004. 8. 26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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