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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방예산 문제점 10화] 미군기지 오염, 면죄부 악순환 끊어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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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시킨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정부가 정화하다니

미군기지 오염, 면죄부 악순환 끊어야... 정부, 환경주권수호 의지 세우면 얼마든지 가능

 

[오마이 뉴스 기고] 오염시킨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정부가 정화하다니

 

주한미군이 우리 땅을 오염시키고 우리 국민이 이를 정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022년에 645억 원의 국방예산이 14곳의 반환미군기지 정화사업비로 지출된다. 2019년 반환된 4곳과 2020년 반환된 7곳, 2021∼2022년 반환 예상기지 3곳 등이 그 대상이다. 2008∼2021년 사이 미군기지 정화비용에 쓰인 국방예산은 3629억 원이며 2022년 예산까지 포함하면 약 4274억 원이다.

 

2020년 말 반환 결정된 12개 미군기지

▲  2020년 말 반환 결정된 12개 미군기지


 

국민 세금으로 미군기지 오염 치유?... 국내법-한미소파 위반

국내 환경법이나 국제환경법은 오염원인자가 치유책임(비용)을 지게 돼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제10조의 4 ①)은 "토양오염의 발생 당시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 토양오염 관리대상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운영자"는 "정화책임자로서 토양정밀조사, 오염토양의 정화 또는 오염토양개선사업의 실시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면 주한미군 기지의 정화책임자는 당연히 주한미군(미국)이다. 그런데 2022년도 국방예산에 따르면 오염원인자가 아닌 국방부가 미군기지의 정화책임자로 돼 있어 토양환경보전법을 위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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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소파 제7조(접수국 법령 존중)는 "주한미군 구성원은 한국의 법령을 존중하여야"한다고 규정한다. 한미소파 합의의사록(제3조 제2항에 관하여)은 "한국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한미소파 및 합의의사록에 따르면 미국은 토양환경보전법을 존중할 의무가 있으며 마땅히 반환미군기지의 정화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부가 밝힌 한미 '공동환경영향평가절차(JEAP, 2009)'의 주요 내용에도 '반환 예정 미군기지는 환경조사 및 위해성을 평가하며 "합의된 치유방안은 SOFA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시행되며, 미측이 반환국일 경우는 미측의 비용으로 미측이" 정화'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반환미군기지 정화책임을 우리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어 한미소파와 한미합의의사록을 위반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게 반환미군기지 정화책임을 면제해주고 있어 국내환경법 즉 환경주권 수호를 포기하고 있다.

 

반환 미군기지 12곳 중 9곳이 기준치 훨씬 초과

환경부는 2020년 12월 반환이 결정된 미군기지 12곳(극동공병단, 서빙고 정보대 등)에 대해서 위해성을 평가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의해 공개됐는데 9곳이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뉴스타파>, 2021.2.3.).

이 9곳 가운데 서울 니블로베락스(2022년 예산 11억 원), 서울 캠프 킴(73억 원), 서울 극동공병단(62억 원), 대구 캠프워커(18억 원), 성남 골프장(21억 원) 등 5곳은 2022년도 환경조사 및 치유 사업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 5곳은 모두 위해도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다.
 

가령 공공주택 예정지인 용산 캠프 킴의 경우 주거 지역 발암 위해도가 2%다. 이는 환경부 고시 '토양오염물질 위해성평가 지침'의 기준치 10⁻⁵~10⁻⁶를 최소 2,000배나 초과한다. 캠프 킴 부지에 들어설 주택 거주자 100명 중 2명이 암에 걸릴 확률이 있다는 의미다. 대구 캠프 워커의 경우 발암 위해도가 주거지역 기준치의 22배를 초과하고, 비발암 위해도도 주거지역 기준치의 어린이는 19배, 성인은 17배를 초과하고 있다.

 

환경부 위해성 평가 전면 부정하는 미국의 태도... '불법부당'
 

외교당국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한국)는 환경부 주도 하에 환경비용을 추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우리의 기술‧방식‧기준 등을 두고 미국 측은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측은 (비용추산에) 자기들이 참여 안 했고, 국내법과 다른 환경조사 기법을 쓰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맞게 되는 것인지 위험도 평가가 되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다"(<뉴스1>, 2021.7.29.)고 한다.
 

미국은 환경부의 위해성 평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미국의 태도는 정당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한미소파 부속문서)에 의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ISE로 불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공동환경평가절차(JEAP)는 미군기지를 반환 받기 전에 그 오염정도가 KISE(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야기하는 오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한국이 위해성 평가를 하게 돼 있다. 환경부의 위해성 평가는 바로 이런 JEAP에 따른 것이므로 법적인 근거를 갖는다.

 

KISE를 3∼5년 내 발병 확실한 수준의 오염으로 보는 주한미군, 법적근거 없어
 

KISE에 대해 한국은 '70년간 10만 명 당 1명이 암에 걸릴 확률을 초과하는 오염'으로 본다. 반면 주한미군(미국)은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으로 본다. 그러면 주한미군이 KISE를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출처 : 「2020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국회 예산정책처(2019.10)

▲  출처 : 「2020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국회 예산정책처(2019.10)

 

주한미군이 주장해 온 KISE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돼 있어 원래는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나 JEAP에 들어가서는 안 될 개념이었다. 앞으로 KISE를 삭제하고 환경치유기준은 국내법에 따른다고 개정돼야 한다.
 

KISE에 대한 주한미군의 주장(해석)은 미 국방부의 "해외미군기지의 환경오염치유" 지시(4715.08)에 따른 것이다. 이 지시는 '인간 건강과 안전에 대한 실질적 영향(substantial impact to human health and safety)'을 '3~5년 내에 발병하는 수준의 오염노출'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 지시는 어디까지나 내부 지침에 불과하며 아무런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를 한국이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더구나 미국 연방환경법에 규정된 KISE는 주한미군의 주장과도 다르다. 미 연방환경법(자원보전과 복구법)에 의하면 "'위험'(endanger)은 실제 해를 입히거나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급박한'(imminent)은 수년 동안 그 해가 인식되지 않았더라도 환경이나 보건에 앞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치라면 긴급한 것에 해당한다.
 

'실질적인'(substantial) 위험은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해를 끼칠 분명한 원인이 있다면 해당된다. 엄청난 위험(risk)일 필요는 없다."(박기학, 미국의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책임에 대한 법적 시각, 19쪽) 미 연방환경법에 따르면 KISE에 대한 한국 측의 해석이 타당하다는 의미다.

해외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에 대한 미 국방부 지시(4715.08)

▲  해외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에 대한 미 국방부 지시(4715.08)

 

한편, 한미소파와 관련 문서(합의의사록,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JEAP)를 봐도 KISE를 주한미군이 주장하듯이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으로 정의하는 어떤 규정도 없다. 미국은 한미소파 및 한미합의의사록에 따라 우리 환경법을 존중해야 하며 국내 환경법에 근거한 기준 즉, 10만 명 당 1명이 70년 안에 암에 걸릴 확률을 초과하는 오염을 환경치유기준으로 삼는 한국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

 

수세적이고 패배적인 정부의 태도가 문제


현행 한미소파와 환경조항, 미국 연방환경법, 미 국방부 지시 등을 종합한다면 주한미군이 기지 오염에 대한 정화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며 더구나 주한미군이 KISE를 "3∼5년 안에 발병이 확실한 오염 수준"으로 주장하며 오염 정화를 회피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한 억지이고 횡포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런 주한미군의 억지 주장에 밀려 국내법적인 근거를 갖는 KISE에 관한 자신의 해석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수세적이고 패배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그간 한미의 협의 결과 현행 SOFA 체제 아래서는 협의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경향신문>, 2019.9.28.). 이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SOFA 4조 1항(원상회복 의무 면제)을 내세워 환경오염 정화 책임을 외면해 온 미국의 주장을 수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SOFA 4조가 환경 정화 의무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미국에 맞서 왔'(<연합뉴스>, 2020.12.11)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한미소파 합의의사록 제3조(2항에 관하여) 중 "한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는 규정이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의 "미국은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며"라는 규정, JEAP의 "합의된 환경치유방안에 대해서는 미국이 비용과 시행을 담당한다"는 공동환경평가절차 규정 등은 미국에게 오염치유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법적인 근거들이다.

이는 "독일환경법을 존중하고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나토소파 독일보충협정과 비교하면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지만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런 법적 구속력은 한미소파 환경조항과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라서 주한미군기지가 반환되고 있는 사실로부터 증명된다.
 

한편, 한미간 이견이 지속될 경우 중재방안이 전무하다는 정부의 주장도 터무니없다. 미국의 오염정화 책임에 관한 한미 간 협상을 누가 중재한다는 말인가? 중재방안이 없어 미국에게 정화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말은 정부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의 정화책임에 관한 한미 간 협상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협상력이다. 이는 법적인 근거, 확고한 환경주권 수호 의지, 국민적 지지에 의존한다. 미국의 책임을 물을 법적인 근거가 있는데도 이를 관철하는 데 소극적이고 또 선반환 후 정화책임 논의와 같이 미국에게 정화책임을 정면으로 묻는 것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국민에게 철저히 미군기지반환 협상을 숨긴다면 협상력은 생길 수 없다.
 

정부의 수세적이고 패배적인 자세는 선 반환 후 협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외교부는 2019년 12월 또 2020년 12월 한미 SOFA 합동위에서 각각 4개 기지 및 12개 기지를 "오염정화 책임에 대한 논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으로" 반환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단 반환을 받으면 JEAP에 규정된 환경협의 절차(미국과의 공동조사 등)를 생략하게 되는 등 미국에게 정화책임을 묻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일단 미국 입장에서는 반환을 마치게 되면 기지를 자신이 관리할 책임이 없고 또 한국이 자신의 재정으로 치유를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치유 책임을 논의하는 협상에 적극적일 유인이 없게 된다. 이 점에서 미군기지를 반환받기 전에 환경협의를 거치도록 한 JEAP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정부의 처사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정부의 수세적이고 패배적인 태도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 과정에 대해 철저히 우리 국민에게 비밀로 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한미소파 합동위 결과나 반환될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 결과 등에 대해서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조사의 경우 법원이 공개명령을 내리면 그 때서야 핵심적인 부분을 빼고 공개한다. 이런 비공개 태도는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대미 저자세로는 우리의 환경주권을 지킬 수 없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 계획, 출처:국토부

▲  용산 미군기지 반환 계획 (출처:국토부)

 

지금 한미 사이에는 용산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29일 한미 소파 합동위원회가 열렸다. 여기서는 "2022년 초까지 약 50만㎡ 규모의 용산기지 반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외교부 보도자료, 2021.7.29.)하기로 했다. 또 12월 2일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한국의 적절한 보안 울타리 설치 후, 2022년 초까지 상당한 규모의 용산기지 토지가 반환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위 두 회의발표를 보면 용산기지의 정화책임을 미국에 묻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다는 언급이 없다. 또 용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그에 대한 정부의 발표도 없다.
 

용산기지는 그 오염면적이 다른 미군기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그래서 정화비용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 비용을 또다시 우리 국민이 질 수는 없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수세적이고 패배적인 태도에서 정부가 벗어나 환경주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올해 초 반환되는 용산미군기지 스포츠 필드

▲  올해 초 반환되는 용산미군기지 스포츠 필드

  

2022년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사업 예산 645억 원이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보건의료인력 및 의료기관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예산 약 1700억 원의 38%에 해당한다. 정부는 더 이상 우리 국민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민생과 복지, 코로나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영세상공인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반드시 미국에 대해 정화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환경법, 한미소파 7조 및 한미합의의사록,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등을 근거로 미국의 오염치유 책임을 당당히 물을 것 또 미군기지 반환 협상 및 환경조사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그와 함께 환경주권에 대한 한미 소파의 법적 구속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시말하면 국내 환경법을 미국이 존중할 뿐만 아니라 준수한다는 명확한 규정을 두고 KISE와 같은 자의적이고 모호한 환경치유기준은 삭제하도록 한미소파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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