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7/01/09] FTA발 제조업 붕괴 현실화되나

평통사

view : 1656

FTA발 제조업 붕괴 현실화되나
기계장비, 금속, 철강, 자동차 부문에 큰 타격… "제조업 공동화 우려 사실로 확인"

박운 기자/매일노동 기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일본·중국·아세안 등 4개 국가 및 지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제조업에서 향후 10년간 최대 28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1만9천개의 기업이 구조조정의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국회 예산신청 과정에서 지난 2005년 l1월 작성된 정인교 인하대 교수의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시장개방에 따른 구조조정지원 소요액 추산’)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면서 드러난 사실이다.

<매일노동뉴스>는 보고서 전문을 입수, 분석내용을 공개한다. 4개 FTA 체결로 예상되는 업종별 실직자수까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자부는 “보고서는 일시적 실업을 추정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FTA의 영향으로 고용이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최대 28만명이 길거리로

정 교수는 일반균형분석 모형(CGE)을 바탕으로 무역지수 분석, 투입산출표 분석(IO)을 보완해 실직자수와 구조조정 예상 기업을 도출했다. 6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FTA 상대국으로부터의 산업별 수입증가액을 국내 피해 추정치로 계산한 것(시나리오 1)에서부터 산업경쟁력과 수출가능성을 감안한 것(시나리오 6)까지 단계적인 계산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실직자수는 많게는 28만3천435명에서 적게는 5만1천305명으로 집계됐다.

6개 시나리오를 평균하면 14만8천134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1만9천124개의 기업이 구조조정의 압력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가 밝힌 FTA별 중복 계산수치(30%)를 감안하더라도 무려 10만4천명이 실직하고, 1만4천개에 달하는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한다.

가장 많은 실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FTA 체결국가는 일본이다. 한일FTA 체결에 따른 실직자는 최고 9만6천594명에서 최저 3만9천779명(평균 7만1천683명)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예상기업도 한일FTA의 영향이 컸다. 모두 9천553개의 기업이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 교수는 “수입량이 많으면 수출량을 늘리면 되지만 일본에서는 수출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FTA로 자동차 실직자는 없다?

평균적으로 한중FTA는 3만7천622명, 한미FTA는 2만7천241명, 한아세안FTA는 1만1천587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오는 1월 중순 6차 본협상이 예정돼 있는 한미FTA의 경우 예상 실직자수는 최대 6만7천806명에서 최저 7천793명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는 시나리오 가정상의 함정이 존재한다. 보고서는 6개의 시나리오 중 3개(3~6)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수출이 많고, 상대국의 수입이 많은 업종의 경우 FTA 무역자유화로 인한 피해가 없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평균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3개 시나리오(3-6)는 자동차와 부품, 철강, 금속제품, 기계장비 등에서 단 한명의 실직자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미FTA 평균 실업자수가 지나치게 낮게 추정된 배경이다.

기업의 경우 한일FTA의 충격이 가장 큰 가운데 한중FTA(3천980개), 한미FTA(3천670개), 한아세안FTA(1천921개)의 순으로 구조조정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 교수는 “실직자 추정치와는 달리 일본, 중국, 미국과의 FTA에서 모두 유사한 수의 기업이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뿌리째 흔들리는 금속산업

제조업 15개 업종에서 4개 FTA 체결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는 금속부문이다. 최대 28만명의 실직자를 예측한 시나리오(Ⅰ)에 따르면 업종별 실직자는 기계장비(8만38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화공(4만2천31명), 섬유류(3만1천896명), 금속제품(2만3천172명), 의류(1만8천68명), 비철금속(1만2천36명), 철강(1만766명), 자동차와 부품(5천2명) 등에서 실직자 발생률이 높았다. 금속제조업 실직자만 13만명이 넘는 셈이다.

이는 정부 주장과 다른 내용이다. 농업이나 서비스업에 타격이 있겠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일관된 선전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국내 금속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문주 금속노련 정책실장은 “그동안 노동계는 제조업 공산품 분야에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며 곧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며 “그 사실이 정부 보고서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한미FTA 체결시 기계장비(2만4천269명)와 화공(1만894명), 금속제품(6천395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FTA에서는 기계장비(3만6천928명)와 섬유류(4천675명), 화공(1만5천585명)에서 실직자가 많았다. 이에 반해 한중FTA에서는 섬유류(4천35명)의 실업자수가 기계장비(5천388명)와 화공(4천336명) 부문에 육박해 눈길을 끌었다.


FTA 전도사의 대량 실직 우려

보고서를 작성한 정 교수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표적인 FTA 찬성론자인 내가 언론보도로 인해 반대론자가 돼 버린 것 같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FTA 전도사’로 불리는 인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FTA연구팀장까지 지냈을 정도로 정부 FTA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대표적인 FTA 찬성론자의 대량 실직, 대규모 구조조정 예측은 한미FTA 찬반논란이 팽팽한 최근의 국내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지난해 4월 ‘제조업 등의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올해 4월 시행) 제정 당시 산자부의 근거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산자부는 2007년부터 10년간 기업(2조6천400억원), 노동자(2천73억원)를 포함해 2조8천47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전직 등에 대한 지원(노동자), 구조조정 지원 융자 및 보조금(기업)에 쓰이는 돈이다.

그런데 정 교수가 보고서에서 추정한 지원액수는 기업(2조6천544억원)과 노동자(2천73억원)를 합해 2조8천617억원이다. 우연찮게도 정 교수의 추정과 산자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다. 산자부가 무역조정지원법 제정 과정에서 정 교수의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정책을 마련했음을 알 수 있다. 대국민 홍보내용과는 달리 정부는 이미 4개 FTA 체결로 대량 실직과 기업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정 교수의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2007년01월08일 ⓒ민중의소리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