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7/11/13] [강정구 교수 항소심 선고공판]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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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화) 오전 10시, 서울형사지법 423호에서 강정구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렸습니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방청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날 공판에서 부장판사 김한용은 5공 때나 볼 수 있던 반공냉전색채로 가득찬 판결문을 40분이나 읽어내려갔습니다.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항소요구를 모두 기각하고 1심 재판부의 판결을 확정한 재판부의 사고는 반공과 냉전으로 돌처럼 굳어져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도도히 밀려와도 그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강정구 교수 대책위에서 펴낸 성명서를 아래에 소개하는 것으로 이 날 공판 소식을 대신합니다.
강정구 교수 대책위는 오는 21일 그간 수고한 모든 분들을 모시고 조촐한 위로와 격려의 자리를 갖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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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국가보안법에 인공호흡을 시도한 재판
- 강정구 교수 항소심 선고에 대한 성명서 -


오늘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부장판사 김한용)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항소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철저히 냉전적 사고에 입각한 것으로, 검찰 측의 기소요지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북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적대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기보다 주관적 추정으로 점철된 판결문이었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 갈등을 이성적 판단으로 슬기롭게 조화시켜야할 재판부가 공안검찰이나 냉전수구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여 적대적 대결관계에서 평화와 통일, 상생의 관계로 전환되고 있는 남북 평화시대에 적극적으로 역행하려는 시도였다.

또한,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편협한 시각도 드러냈다.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연구의 자유’만 보장할 수 있을 뿐,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자의 학문적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학문이라는 것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자유의 실제적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장한 ‘학문의 자유’란 ‘지적 자기만족의 보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헌법에 명시된 학문의 자유가 당사자 이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연구결과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던가?

우리는 이제까지 항소심 재판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재판부 구성과 진행방식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애초 2007년 1월 25일로 예정되었던 항소심 선고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연기되었고, 항소심 재판부는 현 부장판사를 제외하고 새롭게 구성되었다.

당시 현 부장판사는 선고 취소와 심리재개 이유에 대해 선고에 필요한 근거의 미비를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동안 강정구 교수의 무수한 방어권 보장 요구를 ‘시급한 판결’을 이유로 묵살했던 재판부가 선고를 이틀 남겨놓고 심리연장을 일방 통지한 것을 어떻게 이해야 하는가?

바뀐 것은 충분히 방어권이 보장된 심리가 아니라 현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판사뿐이었다. 애초 선고가 취소되고 재판부의 인적구성이 바뀐 것은 근거미비 때문이라기보다 항소심 판결에 대한 의견대립 때문이었다는 말도 들린다.

강정구 교수는 이런 재판부에 맞서 지난 4월 30일 현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출했으나 이마저 기각되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추가 변호 요구는 모두 묵살되었고, 결국 오늘과 같은 철저하게 냉전적 사고에 입각한 판결문이 나오게 되었다.

우리는 이번 재판이 단순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넘어 사법부가 과거 독재권력을 유지시켜주었던 반북이데올로기의 재생산에 복무하는 냉전세력의 시녀로 회귀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강정구 교수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 나라 모든 국민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사법 살인이라 일컬어진 인혁당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며 사법부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귀가에 남아있는 이 순간에도 이런 판결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비통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훗날에도 오늘의 판결을 끝까지 떳떳하다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소수 수구세력의 주장과 한 치의 다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공체제의 틀 속에 가둬두려는 본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정치적 경쟁자를 협박해 왔던 수구적 행태가 다시금 도래하지 않도록 각계의 양심세력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결의한다.

평화시대 역행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수구세력의 앵무새, 사법부는 각성하라!
강정구 교수는 무죄다, 학문의 자유 보장하라!


2007년 11월 13일(화)

국가보안법 폐지와 학문의 자유 수호, 강정구 교수 탄압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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