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6/7 원폭 국제민중법정 1차 국제토론회-주제1 발표와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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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폭 피해자를 원고로 하여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 국제 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
- 주제1 발표와 토론 결과 -
● 일시 : 2023년 6월 7일(수) ● 장소 : 가야호텔 해인홀
⦁주제1 : 한국 입장에서 본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핵무기 투하의 정치·군사적 의미
김경인 전남대 일본문화연구센터 연구원의 사회로 주제1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발제자 발표]
발표를 맡은 이삼성 한림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시민운동이 주최하는 오늘 토론회가 국가나 기관으로부터의 지원 없이 자발적인 시민들의 후원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통사와 원폭 피해자들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원폭 피해의 유전성을 부정하는 현실에서 원폭 2세 운동을 하다 생을 마감한 고 김형률 선생을 떠올리며, 청년 김형률이 외친 반핵 인권의 이상과 미일의 사죄와 배상은 멈출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발표문에서 미국 트루먼 정부가 원폭 투하를 결정한 요인으로 일본의 조기 항복과 소련에 대한 견제를 들고 있습니다. 일본의 항복은 “미국의 원폭 투하와 소련의 참전이라는 소위 ‘더블 쇼크’가 군부의 강경론을 누르고 천황이 항복을 결정한 소위 ‘성단’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현장 발표에서는 관련 부분에 대한 소개는 생략됐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국가들은 자국의 도시에 대한 적국의 대량 폭격은 반인도적 포격으로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타국의 도시에 대한 자국의 대량 폭격은 ‘전략폭격’으로 정당화했다. 원폭 투하는 전략폭격의 절정으로서, 미국은 제국 일본이라는 ‘거악’을 응징한다는 명분 아래 원폭을 사용했으나 수십만 비무장 민간인을 대량살상하는 것은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소련 견제와 배제 및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 수립을 겨냥한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는 한반도에서 분단과 전쟁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는 핵 대결의 씨앗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원폭 투하 책임과 식민지배 및 태평양전쟁 책임을 사죄하지 않는 2015년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2023년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를 사례로 들어 미국이 일본의 이웃 나라들에 대한 사죄와 역사반성의 필요성을 면탈(免脫)해주며 일본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심리적 간극은 평행선으로 남아있고 이러한 동아시아의 분단체제의 정신적 폐쇄회로를 풀어내는 과제는 일본 사회와 동아시아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제기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그 첫 숙제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 투하의 반인도성에 대한 인식의 공유이며, 이는 특히 핵무기주의와 핵무기의 선제사용을 압도적인 안보 전략의 담론으로 삼는 현실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토론자 발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삼성 교수의 발표문은 미국의 원폭 사용 정당화 논리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 객관 사실에 초점을 두고 있어 규범적 비판적 평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컨대)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핵무기가 일반적으로 국제인도법의 원칙과 규칙에 반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국제법의 현 상태와 법정이 다룰 수 있는 사실 요소에 비춰 자기방어(self-defense)의 극단상황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ICJ의 입장이 절충적이라는 비판받고 있지만, 그 의견을 적용한다고 한다면, 1945년 미국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는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발표자의 생각을 듣고 싶다.”라고 제기했습니다.
또한 오동석 교수는 “토론 주제가 한국인의 관점에서 당시 미국의 원폭 투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 발표문에 추가로 보완됐으면 한다. 당시 한국인(조선인)은 식민지배를 받는 자기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가해자인 미국과 일본이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닌가, 또한 한국 정부도 가해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짚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원폭 투하로 인한 이중의 피해를 보았는데도 자기 결정권이 배제됐던 한국의 시각에서 원폭 투하의 정치 군사적 의미를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오동석 교수는 피폭이 비극적 유전을 통해 후대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피폭은 현재 진행형이며 피폭자의 인권적 측면에서의 정의를 실현하는 관점에서 과거의 잘못을 딛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역사의 진보이며, 현재의 법규범뿐 아니라 자연법과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오동석 교수는 “새로운 인류의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1945년 원폭 투하 문제를 한국인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쿠보 겐이지 변호사(일본반핵법률가협회 회장)는 “한국 피폭자는 이중의 피해자로, 가해국의 한사람으로 이 문제를 같이 푸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발제자가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예정됐었다는 제기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북한에 핵무기를 버려라'하는 것은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되는데, 핵무기 사용과 핵전쟁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또 핵무기를 없애자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안보를 위해 핵무기가 불가결하다는 핵 억제론자들이 많은데 결국 우리의 과제는 핵 억제론자들의 지배를 뛰어넘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 인류가 멸종위기종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며 핵 억제론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오쿠보 변호사는 “미국의 대일 원폭 사용 과정과 동기에 대해 살펴보면, 트루먼의 측근이었던 윌리엄 참모총장도 ‘일본은 이미 패배했고 항복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원폭 투하는 일본과의 전쟁 종료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다”라며 미국의 원폭 투하가 조기 종전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오쿠보 변호사는 일본이 패전한 결정적인 이유는 ‘전쟁’과 ‘식민지배’ 자체가 무모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발제자/토론자 토론]
이에서 발표자와 토론자 사이의 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오동석 교수의 제기에 대해 1996년 ICJ 권고의견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사하부딘 재판관 의견을 인용하여 국가의 생존이 달린 극단적인 자위의 상황이라고 해도 원폭 사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사하부딘 재판관은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며 국가 생존을 위해 원폭 사용을 허용한다면 결국 문명사회와 인류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핵무기 위협과 사용은 불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국가의 생존 위기라고 해도 국가의 소멸이 있을 뿐 사회나 문명의 소멸이 아니다. 핵무기가 1개가 사용되면 수백 수천 기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확전 가능성). 미국은 1950~60년대에 유라시아 전체에 대해 수천 기의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핵 작전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구 문명을 파괴할만한 숫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과 핵전쟁을 방지할 방안에 대해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정치적 해결뿐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아시아에서의 다자 군비통제와 군축이 필요하다. 핵무기 의존 정책은 군비증강으로 안보딜레마의 수렁에 빠질 뿐이다”라도 답변했습니다. 또 이삼성 교수는 오쿠보 변호사의 핵 억제론을 극복할 방안에 대해 “한미일이 모두 핵 동맹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미국은 핵 선제사용 옵션을 한 번도 폐기한 적이 없으며 그 구실을 자기방어 논리에서 찾고 있다. MD 등 첨단 군비경쟁은 동아시아 대 분단체제에서 정치적 해결의 틈을 더욱 좁힐 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청중 질의와 답변]
청중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과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이기은 청년 활동가는 이삼성 교수에게 “발표문에서 일왕이 ‘원폭 투하’와 ‘소련 참전’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항복을 결단한 것으로 쓰고 있는데, 자칫 일왕의 결단으로 조기 종전이 된 것처럼 읽혀질 우려가 있다. 당시 전쟁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일본 민중들의 분노와 같은 내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일왕을 평화주의자로 둔갑시킨 ‘성단’의 기만성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은가?"라며 이 교수의 생각을 구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일본 민중의 분노까지 포함한 포괄적 분석은 가능하다. 일본 지도층 안에서 항복 결정 과정에서 천황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일본 민중의 분노에 대한 평가는 별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삼성 교수는 토론 후 개별적으로 일본의 항복 과정에서의 일본 내적 요인 분석에 대해 더 연구해봐야 할 과제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쿠보 변호사도 청중들의 질문에 대해 “천황을 포함한 지도층이 자신들이 저지른 진주만 공격과 전쟁, 식민지배 등의 죄들을 덮는데 원폭을 핑계로 삼았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피폭자들에 대한 임상경험이 풍부한 후지와라 박사는 “1945년 원폭 투하는 사실상 생체실험이었다. 무고한 생명을 죽일 수 있는 핵무기의 위력은 핵 억제론이 생긴 배경이다. 현재도 핵 군비 확장과 핵 억제론을 주장하며 미국이 사실상 핵 위협을 하며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핵무기 금지조약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제안했습니다.
그 외 원폭 2세 이태재 선생도 미국의 원폭 투하가 천황의 전쟁 책임을 덮어버렸다며 분개했고 최봉태 변호사도 원폭 투하가 조기 종전과 조기 해방을 끌어냈다는 주장을 철저히 거부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임병언 대전 평통사 준비위원장은 평통사는 핵 동맹 폐기, 확장억제 폐기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원폭 투하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주권 면제라는 장벽을 넘어설 방안에 관한 연구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주제 1 토론은 발표자와 토론자, 청중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핵심 쟁점인 원폭 투하와 종전의 인과 관계 및 군사적 필요를 내세워 원폭 투하를 정당화하는 주장 (전쟁의 조기 종결이나 전쟁 지속시 잃어버렸을 인명(미군 및 일본군, 나아가 일본 민간인)을 구했다는 주장)의 문제점에 초점을 둔 집중적인 토론이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핵대결이 격화되는 현재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서 핵 억제론과 확장억제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핵 동맹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히 짚어지지 않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논점과 추가적 연구 과제들은 후속 과정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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