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4. 1. 1] 왜 한반도 평화는 실현 안되나 (4) - 김귀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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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반도 평화는 실현 안되나 (4)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입력: 2004/01/01 01:55) 

21세기 초, 많은 남북문제 전문가들이나 국제정치학자들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러시아의 재부흥, 일본의 재무장 강화, 유럽연합(EU)의 성장 등에 따라 미국 중심의 세계 단극체제가 다시 다극화체제로 나아가며 신냉전적 기류마저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이 현 과도기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 타이밍을 영영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일보로서 우리는 평화협정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정전협정이 1990년대 이래로 장성급회담으로 바뀌면서 무력화되어 있어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보장체제가 시급하다. 현재와 같은 과도이행기에 핵억지력이나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전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스크바의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우트킨 교수는 『21세기 세계질서』에서 2002년말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응징에 의해 남북 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는 공멸하며 세계대전으로 확전된다는 불길한 예언은 빗나갔지만, 2002년 하반기부터 2003년 현재까지 우리는 한반도 전쟁 위기의식을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러기에 한반도 평화구축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 평화에서 지렛대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평화협정은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불가침조약 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평화협정이나 불가침조약을 맺었던 나라들간에 전쟁이 있었던 사례를 무수히 보았다. 그러기에 앞으로 체결하게 될 평화협정이나 불가침조약에는 준수하지 않으면 안될 강제적 보장장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연합뉴스』2003.7.15.)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진정 미국이 세계의 평화적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인에게 넘겨야 한다. 즉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의 역할을 중단하고, 20세기초의 민족자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세계는 더 이상 냉전시대 이념과 진영에 따라 움직이던 시대가 아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패권전략을 고수하는 한 세계민들은 미국을 두려워 할지언정 존경할 수는 없다. 미국이 키웠지만 미국에 대항하는 제2, 제3, 제4의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인물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 민족주의자였던 장준하 같은 인물 역시 미국이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비호를 받던 박정희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중앙정보부의 희생양이 되었으나 민주화 운동의 대표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2003년 현재 미국이 우려해 마지않는 한국의 소위 ‘반미주의’자들 역시 미국식 교육 하에 미국식 빵과 우유를 먹고, 헐리웃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임을 미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 체제를 이룩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에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문제의 주체인 남북 당국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의해 한반도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민족공조의 역할이 중요함을 깨닫고 있다. 남북 교류와 대화가 더욱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통일의 방향이 비가역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상호 화해하고 신뢰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국가 수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세계화는 경제적 세계화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세계 시민사회의 연대와 교류를 확대시켰다. 2003년 미국의 대이라크 침략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세계 시민사회는 광범위하게 연대하여 21세기를 평화와 평등의 세기로 만들고자하는 의식 하에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하였다. 한국 시민사회는 2003년 들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하여 한국 내 연대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평화단체들과도 연대를 모색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위기감을 느낄 때만 진행된다면, 관성에 빠져 근본적인 치유는 하지 못한 채 미봉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문제가 개인의 일상생활의 평화의 문제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를 광범위한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알려야 한다. ‘촛불시위’는 한반도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나 카타르시스적인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또한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세계에 흩어진 한민족동포들의 광범위한 관심과 다양한 실천 활동이 필요하다. 세계 4위의 이민으로 일컬어지는 한민족들 역시 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피해자이다. 두 개의 조국(모국)으로 인해 아파한 사람도 적지 않으며, 특히 북핵 위기로 인해 조국(모국)에 대한 부끄러움을 겪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건강한 한민족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도 평화롭고 번영된 한반도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제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한반도 구성원들만의 문제이거나 몫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과 직결되어 있으며 세계민들의 바람이다. 누가 한반도 평화를 막는가?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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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성공회 대학의 연구교수이다. 
* 이 글은, 필자가『월간 한민족』2003년 창간호(10월호)에 게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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