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5]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 김영재 회원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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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지인에게 4월 25일 자로 온 김영재회원의 편지입니다. 항상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던 김영재 님의 품성이 또박또박한 글씨에서 잘 드러나는 군요. 감옥에 있어도 동료 지킴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간절한 부탁을 많은 평통사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올립니다.
선생님,
하루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갑니다. 읽고 싶었던 책들,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 하나씩 챙겨보노라면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만큼 빠르네요. 강정에 있을 땐 없는 시간 쪼개가며 책을 봤었는데, 이곳에서는 하루가 온종일 저의 것이라 하고 싶은 것 실컷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갑작스런 저의 연행과 구속에 많은 분들이 당혹스러워 하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걱정하시는 것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고 마음 편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구속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었거든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저들이 작정하고 나를 잡았구나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강정에 남은 지킴이들 걱정이 더 되네요.
우리 지킴이들을 연행, 구속시키려는, 그래서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의 동력을 제거하려는 느낌이 강합니다.
각별히 주의시켜 주세요.
강정 현장에 있을 땐 잘 안보였었는데 이럴 때라도 좀 떨어져서 바라보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도 깨닫게 됩니다.
수십년간 처절하게 계속되는 우리 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평화 운동, 통일 운동 속에서 이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어떤 연속성을 가지고 그 의미를 이어 오고 있는지 또 그런 운동 가운데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이고 위치에 서 있는지 바라보게 됩니다.
정말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되고 있어요.
선생님,
비록 교도소의 독거실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지만 저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했으므로 후회도 있을 수 없구요.
내일 (4월 26일)은 작년 9월 케이슨 운반선에 올랐던 일에 대한 재판이 있는 날입니다.
반가운 얼굴들 만나게 되겠네요. 내일이 기다려 집니다.
선생님, 지킴이들 모두 너무 보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다들 움츠리지 말고 또 지치지 말고 행복하게 투쟁하라 얘기해 주시구요.
선생님도 건강 챙기시면서 활동하시길 바랍니다.
늘 신경써 주셔셔 깊이 감사드려요. 또 편지 올리겠습니다..
P.S. 마을 삼촌들께 특별한 안부 인사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2014년 4. 25
제주 교도소에서 영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