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3~24] 김영재 회원과 박석진 팀장 재판에 다녀왔습니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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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목)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변해가면서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는 일이 잦아집니다.
이 날도 오전 10시 15분에 예약한 비행기는 1시간이나 지연되어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정오가 다 되었네요.
연락을 해보니 김영재 회원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신 그의 형님과 배종열 상임대표, 그리고 지킴이 몇 분이 이미 김영재 회원과 면회를 하고 도청 앞 서울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계십니다.
서울식당 사장님은 열렬한 강정앓이죠. 이제 주말마다 장사해서 버는 돈은 재판비용을 포함해서 지킴이들과 마을을 위해 쓰시겠다고 하는 분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중앙운영위원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먼저 서울로 가시는 배대표님을 제주공항에 모셔다드린 후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김영재 회원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날 재판은 케이슨 건과 이른바 공무집행방해 건에 관한 공판이 병합되어 열린 첫 재판이었습니다.
케이슨 건으로는 세 번째 열린 재판이었는데, 박석진 팀장과 정연길 목사에 대한 재판과는 별도로 김성한 신부님과 김영재 외에 다른 지킴이 한 사람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재판을 받아야 할 한 사람의 지킴이가 계속 참석하지 않아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군요. 그래서 이 날 케이슨 건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김영재 회원과 김성한 신부님에 대한 재판만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종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무집행방해에 관한 건은 검찰 측에서 제출한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측의 인부를 확인하는 것만 진행했구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아서 더 잘 생겨보이는 김영재 회원은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담담히 재판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다음 재판은 6월 10일(월) 오후 2시. 병합된 두 사건에 대한 증거와 증인신문으로 진행됩니다.
오후 3시 경 교도소로 이동, 박석진 팀장을 면회했습니다.
운동 후 샤워를 한 직후라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있습니다. 물이 얼굴 위로 흘러내려 눈물처럼 보입니다. 그걸 의식해서인지 "이거 눈물 아녜요. 물이에요."라고 코멘트를 합니다.
약간은 수척해진 얼굴...갑작스러운 구속에 당황했을 텐데 마음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바로 이어서 말합니다.
"죄송합니다. 철저하지 못했습니다. 여기 있을 때가 아닌데...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드시죠?"
지난 12월 보석으로 출소한 박석진 팀장은 거주지를 3일 이상 떠나있으면 안 된다는 법원의 보석판결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보석취소 판결을 받고 5월 7일 재구속되었습니다.
어떤 경우든 자신으로부터 문제를 찾고 과오를 줄여나가며 어려운 조건과 상황을 오히려 자신을 단련시키는 기회로 삼는 것만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기본 태도이기에 박석진 팀장의 이와 같은 반성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사법부가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성, 불법성에는 눈을 감은 채 경, 검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수사보고와 공소제기에 힘을 실어 박석진 팀장을 비롯한 수 많은 평화활동가들과 주민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가두며 벌금을 물리는 일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강정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활동은, 부분적인 실정법 위반으로 폄하하거나 훼손할 수 없는, 정당하고 의로운 일입니다.
강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귀포 의료원에 입원해있는 마을 주민 김미량 씨를 김종일 대표와 함께 면회했습니다.
김종일 대표는 제주법원이 내린 벌금형에 대해 벌금을 내지 않고 자원하여 교도소로 들어가 9일간 노역을 한 후 지난 밤 출소한 후 마을에서 쉬고 있다가 합류했습니다. 교도소에서는 김대표가 빨리 나가주기를 바랬다는군요. 투쟁 앞에서 물러섬이 없는 그의 활동 여정은 평통사를 만든 또 하나의 큰 힘입니다.
지난 10일, 서귀포시가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건너편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가 밀려 강정천으로 떨어진 김미량 씨는 복부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고 수술한 후 치료중입니다.
기가 막히는 일은, 30cm나 되는 부위를 내장 가까이까지 봉합하는 대수술을 받았는데, 의료원 측이 2주 진단만 했다는 사실입니다. 외부의 압력이 있지 않고서야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지요. 이 사건이 발생하자 도경에서 수시로 고위 경찰들이 와서 사과하고 위문한다고 하며 며칠 전에는 우근민 도지사까지 방문을 왔다가 쫓겨났다고 합니다.
이 날 폭력사태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강정마을회와 제주도대책위는 민주통합당 장하나 국회의원과 함께 24일 제주지검에 강언식 서귀포경찰서장 등 7명에 대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불법체포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강정의 여걸 김미량 씨는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텐데도 "내 똥배가 더 큰 상처를 내지 않게 해주었다"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강정천으로 추락하기 직전 모습(헤드라인제주)
김미량 씨를 방문중인 김종일 대표. 김성한 신부님도 찾아오셨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관련 기사 보기 : http://www.headlinejeju.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0597
서귀포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책방에 모인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책방운영에 대해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공사장 정문 앞에서는 늦은 밤까지 영화상영이 진행됩니다.
큰 전투가 끝났는데 아직 포연이 채 가라앉지 않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챙기고 고쳐야 할 것들, 세우고 자리를 다시 잡아야 할 것들을 살피고 일을 나누는 사람들...다시 생활과 활동의 틀을 짜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바쁩니다.
5월 24일(금)
아침 일찍 공사장 정문 앞으로 나가봅니다.
기지사업단 앞은, 이미 사진으로 본 그대로 천막대신 나무들이 어색하게, 쭈볏거리는 모습으로 세워져있습니다.
지금도 평화를 간구하는 100배는 기지사업단 정문에서 공사장 정문 앞으로 옮겨 지킴이들과 방문자들, 그리고 천주교 수녀님들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천주교 천막은 살아남아, 작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휴식공간이 되어줍니다.
천주교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의 줄기찬 평화행동은, 오늘도 불법공사를 세상에 알리는 목소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오전 9시 50분, 박석진 팀장의 재판을 방청했습니다.
그의 담당 판사는 허경호. 제주지법 수석부장판사입니다.
박석진 팀장의 재판에 앞서 15명의 선고심이 진행되는데, 허 판사는 단호한 태도로 한 사람 한 사람 선고의 근거를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재판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선고를 자상(?)하게 하는 판사는 처음 봅니다.
박석진 팀장의 재판은, 변호사가 추가로 제출한 변론내용을 판사가 확인한 후, 검사가 구형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검사는 1년 6월을 구형했고, 선고기일은, 구금기간이 너무 길다는 변호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1주일 뒤인 5월 31일(금)로 정해졌습니다. 시간은 오전 9시 50분.
부디 재판부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고 부끄럽지 않은 판결을 내리길 바랍니다.
법원에서 나와 다시 교도소로 향했습니다.
어제 면회하지 못한 김영재 회원을 만나 재판 진행에 대한 지원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 후, 허겁지겁 공항으로 달려갔지요.
사무처회의에 늦게라도 참여하려면, 한 시간이라도 빨리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그러나 비행기는 이 날도 지연됩니다. 김포공항 상공의 운무가 문제라는군요. 빨리 가기는커녕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습니다. 저가항공은 비행기가 적어 빨리 순환이 되지 않아 더 그렇다네요.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공항에서 세 시간이나 무료한 시간을 보냈지만 감옥에 있는 두 동지의 강건한 모습과 강정의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 소식을 회원들께 전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추신] 제주교도소에 구속되어있는 양윤모 선생님은 기결수로, 한 달에 네 번밖에 면회가 되지 않고, 이번 달은 이미 면회 횟수가 차버려 뵙지 못했습니다. 이종화 회원도 시간이 없어 만나보지 못했구요. 다행히 앞서 강정에 오셨던 배종열 상임대표님이 두 분은 만나뵙고 안부 전하셨습니다. 보고픈 분들 위해, 네 분 사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