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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일본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입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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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광장] 역사 바꾼 평통사의 활동들
1994년 이후 한국의 자주평화운동의 역사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의 발자취와 대부분 겹친다. 평통사가 이들 투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평통사는 반공이데올로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주’의 권리 확장을 위해 애써왔다.
평통사가 스스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2002년 효순·미선이 여중생 압살사건 대응 투쟁이다. 이 투쟁이 대중적 반미자주투쟁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2년 6월13일 경기도 양주군에서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처참히 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통사는 다음날 <한겨레>에 난 1단짜리 기사를 보고는 즉각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미 당국은 은폐하기 바빴지만, 현장 목격자를 찾고 검안의사를 만나는 등 진상 파악에 노력했다. 평통사의 이런 노력은 촛불시위라는 새로운 시위문화로 이어져, 수십만의 시민이 미국 대사관을 에워싸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2000년 ‘매향리 미군 국제폭격장 폐쇄 투쟁’은 미국 정부와 미군을 상대로 일궈낸 최초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미군이 한국전쟁 기간인 1952년 주민들의 땅과 어장을 빼앗아 만든 매향리 폭격장에서 오폭 등으로 주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평통사는 주민 및 학생 등과 함께 인간띠 잇기 등 투쟁을 벌여 사격장 폐쇄를 이끌어냈다.
2001년 하반기부터 진행한 F-15K 도입 반대 투쟁은 한국에 한참 성능이 떨어지는 전투기를 차세대 전투기라고 강변하며 팔아넘기려는 미국의 모습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성과를 냈다.
2003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투쟁은 우리에게 ‘맹목적인 한-미 동맹만이 살길이냐’는 물음을 던진다. 이 두 기지는 미국의 패권적 군사전략에 따라 ‘중국 봉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통사는 이 투쟁을 통해 ‘미-중 양강 체제로 세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남한이 미국의 패권적 요구만 추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