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3] 소성리 지킴이 일기_부산 평통사
평통사
view : 2731
소성리 일기.
2017년 8월 3일
7월 30일 마을에 들어와 매일같이 새벽 5시부터 월명리나 마을회관 앞 당번을 선 탓인지 무척 피곤하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걱정이다.
다행히 오늘은 정동석 국장이 새벽 당번에서 빼주어서 7시까지 잘 수 있었다. 8시에 조회가 있어 마을회관 앞으로 나가보니 평통사 지킴이들이 컵라면으로 아침을 떼우는 중이다. 컵라면에 달걀을 풀어 밥을 말아먹고있는데 진밭교 쪽에 군인들 차량이 나타났다며 지킴이들이 차를 몰고 간다. 나도 주섬주섬 챙겨 따라나서려는데 지킴이들이 벌써 돌아오고 있다. 군인들이 탄 트럭은 모두 골프장으로 가버렸단다. 오늘은 별 일이 없으려는가?
먹다 만 아침을 다시 챙겨먹고 모여앉으니 8시 30분. 어제 청와대 비서관들이 소성리 수요집회에 왔다가 주민들을 만난 소식 등 상황을 나눈다. 특별히 새로운 소식은 없다. 청와대는 주민들과의 대화를 앞세우지만 요식적인 절차일 뿐, 이제 곧 사드 배치를 위한 공사가 시작될 것이고 공사를 막기 위한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치열한 투쟁만이 남아있다. 소성리를 비롯한 성주와 김천 주민들, 원불교의 단결과 투쟁 의지가 정말 중요한 때다. 평통사도 온 마음과 힘과 지혜를 다하여 이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뿐인, 여름휴가를 소성리에서 보내는 회원들의 얼굴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오늘 별 일 없으면 물가에 나가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전투을 앞둔 휴식이라고 해야 할까? 마침 어제 수요집회에서 원불교 이태옥 사무처장이 “여름휴가를 소성리로 오자고 제안하자”고 했으니 소성리 계곡이 얼마나 좋은지 답사도 해볼 겸.
월명리와 마을회관 앞 당번을 서기로 한 지킴이들은 그 일을 하고 남은 몇이 초전면에 나가 장을 보았다. 삼겹살도 사고 오리고기도 사고, 상치와 고추도 사고... 점심을 준비하시는 엄니들께는 오늘 점심은 진밭교 아래 물가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려 한다고 말씀드렸다. 사진을 찍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여름휴가를 소성리로 오라는 홍보를 해보겠다고 하니 “거기 우리도 자주 놀러갔던 데”라며 밥이며 반찬을 가져가라고 챙겨주신다.
진밭교 바로 밑, 계곡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경찰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저들에겐 감시대상. 경찰들은 우리가 점심을 먹는 동안 다리 위에서 보초를 섰다. 한심하고 가여운 일이다.
계곡으로 내려가려면 굵은 쇠통으로 만든 사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가족단위로 휴가를 오게 하려면 이 사다리는 개조를 해야 할 것 같다. 진밭교 밑 계곡은 더위를 피해 잠시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기엔 괜찮은 곳이다. 진밭교 바로 아래에 무성히 자란 잡풀을 정리하고 어지러이 흩어져있는 크고 작은 돌들을 치워 평상이라도 만들어놓으면 서너 가족은 넉넉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계곡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 위에 앉으면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다리 아래 바위들을 조금씩 움직여 공간을 만들고 자리를 펴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월명리에 당번을 서러 갔던 회원들까지 합세하고, 상황실 사람들도 궁금하여 들렀다 간다. 소성리로 여름휴가를 오라고 홍보하자던 이태옥 처장도 커피며 음료수를 들고 깜짝 방문을 했다.
언제 이 평화가 깨질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점심이 더 맛있었을까? 작년 7월, 성주 사드 배치 결정이 난 후부터 마을 주민들은 칠순, 팔순잔치도, 소풍도 모두 중단했다. 주민들은 일상의 평화, 사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이 왜 파괴되어야 하는지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미군을 위해 기름을 비롯한 장비를 실어나르는 헬기가 진밭교 작은 계곡의 하늘을 소란스럽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