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4/ 부산] 소성리 지킴이 일기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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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7일 소성리 사드 배치 저지 투쟁 이후 첫 지킴이 활동에 들어왔습니다.
보건소를 지나자마자 "통행제한"이라고 쓴 현수막이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왼쪽 차선으로 역주행을 하여 돌아나오니 부서진 천막 등으로 쌓아놓은 더미가 보입니다. 치열하고 절실했던 9월 7일의 투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물이자 주민들의 분노를 담은 바리케이트입니다. 그 뒤에 원래부터 있던 자경책상과 지킴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을로 들어가기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와졌네요.
지킴이들과 금연 엄니가 누군고 하는 표정으로 차를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차창을 내리고 "평통사에서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니 그제서야 안심하는 얼굴입니다.
"또 왔소? 어서오소"
그러고보니 자경탁자 옆에 보초서던 경찰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마을회관 앞에서 볼 때 경찰버스나 경찰병력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숨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주민들은 그 날 이후 경찰들이 마을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똥차도 하늘로 실어날라라! 이젠 니들 이리로 못다닌다!"
금연 엄니가 그 다음날 마을로 들어온 경찰들에게 호통을 친 후부터 주민들은 경찰버스, 경찰을 위한 밥차, 화장실 버스 등 모든 경찰 관련 차량을 마을회관 옆길로 다니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경찰들의 차 번호를 적어서 걸어놓고 한 차 한 차 확인합니다. 길가에 주차도 못하게 합니다. 지킴이들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녀회원들이 자경활동에 직접 나서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탄 자가용 하나가 들어오려다가 항의를 받고 후진하며 돌아갑니다.
주민들은 마을 안길에도 트랙터를 갖다놓고 경찰의 순찰차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금연 엄니가 사드저지 스티커를 좀 가져오라 합니다. 앞으로는 주민들과 지킴이들에게 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 스티커 없는 차는 다 돌려보낸다는 거지요. 통행증인 셈입니다.
정찰헬기로 보이는 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갑니다. 하루에도 십 수번, 신경을 자극하는 저 헬기들. 소음이 심하니 측정해서 피해배상청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연 엄니가 문득 묻습니다.
"저기서 여기가 보이나?"
"그럼요 보입니다."
"그럼 이걸 보여주자."
하면서 금연 엄니가 대나무 장대를 갖고 나가 헬기를 향해 찌르며 소리를 지릅니다.
"이 위로 다니지 마라!"
"우리가 힘이 있으면 월명리도 막고싶지만 그러면 전면전이 되니까 거기만 터주고 있다."
부녀회장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국방부, 경찰 간부들이 하루에도 십여차례 길을 열어달라고 한다. 사드 들어갔으니 이제 경찰이 마을에 올 일 없지 않느냐고 하면 아직 할 일이 있다고 한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주민들은 9월 7일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정부로부터 두 번이나 배신당하고 경찰폭력에 짓밟힌 주민들은 의로운 분노를 익히게 되었고 강철처럼 단단해졌습니다.
정례적으로 하는 수질검사 때문에 왔다는 환경부 직원들도, 평화계곡의 천주교 피정의 집에서 인터넷 고장 신고를 해서 왔다는 통신사 직원도 모두 예외없이 검문(!)에 걸립니다. 애매하다고 생각되면 상황실에 연락해서 동행하게 하여 목적지를 확인합니다.
황동환 신부님이 경찰 폭력에 무너진 천주교 천막을 개비하기 위해 다녀가셨습니다. 천주교 천막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 기대가 됩니다.
저녁때가 되어 마을회관 냉장고를 열어보니 돼지 삼겹살이 좀 있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먹고 다시 넣어주자 생각하고 삼겹살 김치 볶음을 해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저녁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이 채 열이 안됩니다. 삼겹살 주인은 상황실장이네요. 다시 넣어주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이에 여경들과 경찰똥차가 지나가려 하는 것을 되돌려보냈다는군요.
저녁을 먹고 모인 부녀회원들이 내일 있을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가칭) 창립총회 준비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러가지 사정때문에 잔치를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떡과 고기는 해야 되지 않겠나하는 의논들입니다.
그리고 16일 5차 평화행동 때 부를 합창 -"동지가" 연습을 한 후 새로 생긴 마지막 일정에 들어갑니다.
그것은 경찰들이 묵고 있는 구 캐디 숙소 앞으로 가서 한바탕 소리지르는 일정입니다.
부녀회원들과 주민들이 숙소 앞으로 이동하여 메가폰을 들고 숙소를 향해 "마을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한 엄니는 "미국놈들 *이나 *먹어라!"며 과격한 구호를 외칩니다. 며칠 전부터 시작한 이 마무리 일정은 주민들이 경찰의 폭력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줍니다. 경찰 뿐 아니라 사드를 들여오기 위해 거짓과 배반을 밥먹듯 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항의이고 미국을 향한 분노입니다. 거칠지만 진솔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요구입니다.
누군가 "요즘 경찰들이 이 구호를 듣고서야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있대"라고 하여 모두 박장대소 했습니다.
경찰 숙소 앞 구호외치기 영상보기 :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514121948633349&id=100001066750244
9월 7일 이후, 지킴이들의 일상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당번제를 운영할 정도로 지킴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종일 마을회관 앞에서 자경활동을 해야 합니다. 더 이상 경찰에 의해 마을이 유린당하는 것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를 받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이것이 소성리의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내일은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9월 7일 투쟁의 주체들이 새로 우뚝 서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부산평통사 까페에서 사진과 같이 다시보기 : http://cafe.daum.net/bsspark/kBUo/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