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부시정권의 예방적 선제공격론의 국제법적 위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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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부시정권의 예방적 선제공격론의 국제법적 위법성
대구대 교수/국제법 최 철 영
미국은 이라크전쟁을 선제공격전쟁(preemptive war) 또는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이 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나라 영역에 대한 전면적 공격이나 체제변화(regime change)를 강요하기 위한 선제적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국제법이 허용하는 무력사용은 자국에 대한 타국의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 자위권으로서만 가능하다. 이 경우도 다른 국가의 무력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무력행사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그 보다 확대된 예방적 전쟁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방적 선제 공격론이란 무엇인가?
부시정권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행사를 선제적 자위권(preemptive self-defense)을 발동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순전히 자국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미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수행된 선제적 자위권의 이론적 근거로서 선제공격론을 주장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대량 살상이 가능한 현대의 첨단무기시스템 하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공격이 발생한 후에 사후적으로 인정되는 자위권개념은 국가안보를 담보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첨단의 대량살상무기 시스템 하에서는 일단 외부의 적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으면 반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선제공격론은 9.11 테러 이후 그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구성원의 색출과 보복을 빌미로 공공연히 주장되어 왔다. 부시는 미국의 자유와 미국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선제행동을 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미국의 2002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또한 급박한 무력공격위험에 대해서는 자체방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예방적 선제공격론은 유엔헌장에 규정된 자위권의 개념1)을 무리하게 확대한 예방적 자위권 논의와 궤를 같이 하는 개념이다.
국제법상 무력행사의 금지와 자위권
유엔헌장 제2조 4항은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어떠한 무력의 사용이나 위협도 금지하고 있다. 유엔헌장의 무력행사금지조항은 국제사회의 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강행규범이며 일반국제관습법의 원칙이다. 이를 위반하는 국가는 유엔안보리의 결의에 의한 강제조치의 대상이 된다. 다만 유엔헌장의 무력행사금지조항은 헌장 제51조에 규정된 자위권의 행사와 제4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엔안보리의 결의에 의한 군사적 강제조치의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유엔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자위권은 과거 국가자존권2) 개념의 범위를 제한하는 좁은 의미 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유엔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인정된다. 또한 국제사법법원(ICJ)은 1986년 니카라구아 사건3)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은 경우에 사후적으로만 자위권이 허용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처럼 국제법상 무력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력행사는 자위권의 행사로 인정될 수 없다.
예방적 자위권은 왜 허용되지 않는가?
그런데 일부에서 주장하는 예방적 자위권은 대규모적인 무력침략이 급박한 경우 그러한 위협을 제거할 목적으로 선제적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기와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는 피침략국의 안보능력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으므로 대량살상 무기의 공격이 발생한 경우 피침략국의 자위권은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도 예방적 자위권의 요건을 긴급하고, 다른 수단의 선택이나 시간적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절박한 필요가 있는 경우로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한 예방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국가는 도덕적 측면에서 상대방 국가보다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는 국가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적 자위권개념 조차도 현재의 국제법체제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 유엔 헌장에 의한 자위권행사는 그 전제조건으로 무력침략이 발생한 경우로 매우 엄격하게 해석 되며 예방적 자위권의 개념은 포함하지 않는다. 예방적 자위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침략적 무력행사와 국가의 생존을 위한 방어적 무력행사 사이에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예방적 자위권을 빌미로 한 무력행사가 각국의 자의에 맡겨지게 되어 국제사회에서 최소한의 평화를 담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예방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것은 국제법의 기본원칙인 무력행사금지원칙의 근본을 붕괴시키는 것이 된다.
예방적 선제공격론은 국제법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더욱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무력행사는 설혹 국제사회가 앞으로 예방적 자위에 근거한 무 력사용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예방적 자위권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국제법 위반행위이 다. 예방적 자위권의 개념은 상대국이 침략준비를 완료하여 공격개시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공격작전이 개시되어 국경을 향해 접근해 오고 있는 경우 또는 이미 결정된 핵공격의 위협 에 처한 경우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침략이 목전에 임박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제적 공격론은 예방적 자위권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패권적 논리이며, 자국의 국가적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침략행위를 합리화하는 반평화적 논리일 뿐 이다.
1) 유엔 헌장 제51조는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쓰고 있다.
2) 국가자존권은 자위권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적극적 의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무력행사의 권리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가령 어느 나라가 가뭄을 당하였을 경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력행사를 통해서 이웃 나라의 물을 강제로 빼앗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3) 친미보수집단인 니카라구아 반군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산디니스타 정권에 대한 무장반란을 시도한 사건을 가리킨다. 이 경우 니카라구아 반군의 무력공격 행위는 자위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