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보고서

[발표문] 민간법정 개최의 취지와 향후 진행 계획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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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민간법정 한일공동세미나]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원고로 하고 미국 정부를 피고로 하는

민간법정 개최의 취지와 향후 진행 계획

 

평통사 공동대표 고영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해 무려 최대 10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인 사상자를 발생시킨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노력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9차 NPT 평가회의(2015.4.27.~5.22)의 사전행사에서 한국 원폭협회 합천 지부장 심진태 선생과 아들 김형률을 원폭 후유증으로 먼저 보내야 했던 김봉태 선생의 호소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각국에서 온 시민/평화단체 대표들에게 미국 정부의 핵무기 투하 책임을 묻는 노력을 함께 전개하자고 역설함으로써 그 첫걸음을 뗀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김형률 선생은 생전에 원폭 피해 2세들의 원폭 후유증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고 알리는 데 짧은 생을 바쳤으며, 반드시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을 강력히 피력함으로써 1세들이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데서 촉진자 역할을 한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미국 책임을 묻는 노력은 개인적 차원에서 한국 원폭 협회 상층 임원 차원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비록 한국 원폭협회의 조직적인 결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규열 한국 원폭협회 회장과 부회장 등 현 임원진은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평통사 등 평화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핵무기 투하 책임을 묻는 미 대사관 앞 집회 등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권 법정 소송은 주권면제라는 국제법과 전투 중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미 국내법 등의 제약에 막혀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현실적 장벽 때문에 제도권 법정 소송에 앞서 먼저 민간법정을 열어 미국의 책임을 묻는 다음 그 과정에서 확보한 국제법적 근거와 정치적 정당성을 토대로 제도권 법정 소송으로 가는 길을, 2019년 하반기에, 최종 선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야오이 선생을 통해 원수협에도 비공식적이나마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에 지금의 활동은 민간법정을 성과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데 모든 초점에 맞춰져 있으며, 2025~6년 개최 예정인 제11차 NPT 평가회의를 전후해 유엔본부 안 혹은 밖에서 민간법정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때까지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민간법정 준비를 위한 사전행사의 위상으로 국제토론회를 3차례, 국제토론회 앞뒤로 한국인 자체 토론회를 2차례 정도 개최해 볼 예정입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국내외 홍보와 병행해 추진됩니다.

 

민간법정 준비 모임에는 한국 원폭협회 현 임원진과 합천 지회 지부장을 중심으로 하여 국내외 교수, 연구자, 평화활동가 다수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참여폭을 더욱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원폭협회 임원진과 합천 지회 지부장이 그 직을 그만두게 될 경우 이 분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면서 소송의 원고가 되어 주실 것입니다. 한편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북한의 피폭자를 재회할 기회가 마련되면 그분들도 원고로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해 볼 계획입니다. 일본 거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중 의지가 있으신 분도 원고로 모셔볼 생각입니다. 한편 국적이 다른 일본인 피해자도 법률적 구성에 문제가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원고로 모셨으면 합니다.

 

민간법정 준비 모임은 매달 1차례씩 회의를 열어 시모다 재판 판례, 관련 국제법, 다른 민간법정 사례 등을 검토해 오고 있습니다. 진용이 갖춰지고 인원이 충원되면 자료 발굴과 법리 검토 등의 활동을 분리해 진행함으로써 보다 속도 있고 깊이 있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자료 발굴 조사에 착수하였으며, 일본 내 자료 조사도 조만간 착수할 예정입니다. 마땅히 한국 내 자료 조사도 병행될 것입니다. 한편 한국 원폭협회에서 보관해 왔던 1970년대의 구술 채록 등의 자료도 책자로 펴내 자료로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자료 발굴 못잖게 어려운 과제는 역시 법리 검토입니다. 저희의 법리 검토는 단지 민간법정에서의 승소를 목적으로 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 등의 제도권 법정 소송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승소를 목표로 하고 있어 관련 성문법과 관습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매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기회주의적 판결을 극복할 수 있는 법리를 구성―ICJ 판결의 소수 의견을 발전적으로 재구성―해 낼 수 있는가가 법리 구성 성패의 관건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원폭 투하를 이미 불법으로 판시한 시모다 재판 판례 등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 등 제도권 법정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습니다. 소송의 원고로 나설 분들의 연세가 이미 70대 후반을 지나고 있어서 이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몇 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라는 높은 벽에 부담감을 가진 나머지 많은 능력 있는 학자와 단체들이 이 모임 참여를 꺼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벽을 넘어서는 것이 곧 이 모임의 성공을 담보해 줄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에 앞서 좋은 경험을 갖고 계신 원수협과 반핵 법률가 협회, 오늘 이 워크샾에 참여해 주신 분들이 저희를 지원하고자 이렇게 성의를 내주신 것은 저희들에게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으며,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디 오늘 이 워크샾이 1회 성 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어 민간법정이 성과적으로 개최되고, 미국 등 제도권 법정 소송을 통해 미국의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이 실현되는 그 날까지 연대를 다져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다른 길에서도 함께 활동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저의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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