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증언] TPNW 3차 당사국회의 부대행사 - 민중법정 원고 심진태 선생 증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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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7일,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차 당사국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회의 기간에는 당사국 정부 대표단이 참가하는 회의 외에도 각국의 반핵평화 단체가 주최하는 많은 부대행사가 개최됩니다.
지난 4일(화), 평통사가 공동 코디네이터로 참여하는 원폭국제민중법정 국제조직위원회도 유엔본부 인근에서 민중법정을 주제로 부대행사를 개최했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는 민중법정 원고로 참여하는 피해자분들의 증언을 듣고, 2026년 민중법정에 대한 홍보와 참가자 조직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아래는 민중법정 원고 중 한 명인 심진태 선생의 증언입니다.
저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심진태입니다. 저는 일본 히로시마 에바마치에서 1943년에 출생하였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고향인 합천에서 살다가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로 인해 강제 동원되었고, 어머니는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셨습니다.
강제동 원된 합천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히로시마로 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립니다. 부모님과 저는 히로시마에서 피폭되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할아버지가 계시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가난으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굶기를 밥 먹는 것보다 더 자주했습니다.
저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일을 하면서 한국원폭피해자들이 겪어온 피폭 후유증으로 인한 삶의 고통을 20여 년 넘게 지켜보았습니다.
전범국인 일본에 강제 동원되어 끌려간 한국인들이 왜 폭사를 당하고, 원인 모를 병마에 시달리다 죽어가야 하는지 원폭을 투하한 미국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죽어야 합니까.
그러나 원폭이 투하된 지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원폭 투하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오롯이 견디고 살아오면서 나와 한국원폭피해자 후손들의 가슴에 쌓인 한은 말할 수 없이 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으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는 민간인이 죽거나 다쳐서는 안 됩니다.
한국 정부도 원폭으로 폭사하고, 너무나도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원폭피해자들과 후손들을 돌보지 않고 냉대해 왔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사실은 평생을 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길이 있다면 소송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 대한 소송의 길을 찾기 위해 원폭 투하의 불법성을 묻고 미국의 책임 인정과 사죄, 배상을 요구하는 원폭국제민중법정의 원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폭 투하가 잘못됐다고 미국이 인정하면 어떤 나라가 또 핵무기를 쓸 수 있겠습니까. 핵무기금지조약이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핵보유국도, 미국의 핵무기에 의존하는 한국, 일본 등도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폭의 후유증을 아는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원폭피해자들은 핵무기를 고철로 만들 때까지 핵무기 조제 및 사용에 반대할 것이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끝까지 요구하고 싶습니다.
이는 과거의 정의뿐만 아니라 현재의 핵없는 한반도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그래서 나는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남은 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세상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