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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2. 12] [퍼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의 미래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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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의 미래

------------ 국방부의 '주한미군의 역할과 주둔 필요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

-----------------------------서보혁 (평화네트워크, 평화문제연구회) / 2000년 4월 25일


최근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주둔 필요성'이라는 제하의 글을 국방부 사이트에 올린 바 있다. 국방부는 이 글을 쓴 배경 중 하나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일각의 잘못된 이해를 교정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평화네트워크는 이러한 지적이 본회가 주한미군 문제를 주제로 한 제2차 국제토론회 프로젝트로 추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3월 27일 국방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낸 적이 있다. 그 답변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국방부 문건에서 받은 인상

우리는 시민사회가 정치사회와 동반자관계를 형성하여 국가 장래와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숙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사회적 문제가 더욱 복잡화, 다원화되어 가는 시대에 국가기구 또는 정치권에서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둘째는 행정부를 포함한 정치사회가 다루는 모든 정책결 정 및 집행이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정에 주체로 참여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민주화 과정은 정치사회의 시민사회 배제,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괴리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안전보장문제는 사회 전체의 안정과 번영의 근본 토대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는 필수적이다. 오늘날 안전개념이 군사적 개념에서 확대되어 인간안보 개념으로까지 발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분단상황과 그에 기초한 정치권의 안보정책 독점, 시민사회의 미성숙 등으로 안보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독자적, 비판적 견해들을 생산하고 이를 관련 당국과 수평적으로 대화하지 못하였다. 안보문제를 책임지는 국방부의 견해에서도 이러한 점이 완전히 탈각되지 못한 느낌이다. 오늘날 선진민주국가들은 안보문제에 대하여 전문가, 관련 이익집단, 언론,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증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평화네트워크는 이 문제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의식 계몽과 관심 고취, 의견의 표현 그리고 일정한 정책 제언 등을 추구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안보문제를 인간안보 차원으로까지 발전시켜 생각하며, 평화 실현을 위한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견해는 정부 당국의 의견을 비판,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보완적 역할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국방부가 발표한 글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글의 순서에 따라서 간략히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한미군은 자주적 통일국가 수립을 위해 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당국은 이를 대비하여 북한과 군비통제, 군축 논의를 장기적 구상 속에서 본격화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전제로 통일 이후 대한반도 군사전략을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응하여 거의 수립한 것 같다(Jonathan D. Pollack·Chung Min Lee, Preparing for Korean Unification: Scenarios & Implications, Rand Arroyo Center, 1999: 이 연구보고서는 미군 당국의 연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임). 국방부의 글을 보고 느낀 점은 우선, 국방부가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이 우리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고, 둘째는 따라서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군사동맹체제 속에서 안전보장을 추구한다는 인상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 점이 논리적으로 필연적 연관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점은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미국이 통일이후 한반도 군사전략을 치밀하게 연구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것과 달리 국방부의 !
견해는 통일이 되어도 현재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 주한미군의 역할과 우리안보에 주는 의미

이 대목은 냉전시대의 주한미군의 역할과 탈냉전시대의 주한미군의 위상(?)을 구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목은 냉전시대 주한미군이 가졌던 억지력으로서의 기능을 말하는 바, 국방부는 이것이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논지의 맥락을 볼 때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오늘날 북한의 총체적 국력 침체, 한국의 국방력 현대화, 미국의 개입확산전략의 유지와 첨단군사무기의 개발 등과 같은 상황 속에서 주한미군이 과거와 같은 억지력의 기능을 하고 있는가? 특히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슈워츠 한미 연합사령관은 지난 3월 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북한의 군사력 준비태세가 지난 5년간 계속 저하돼 지난 한해동안 이를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한겨레, 3.15).

이상과 같은 현재 상황에서 그리고 이를 연장하여 미래를 생각할 때 주한미군의 대북억지 기능은 거의 상실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공공연한 얘기지만 주한미군의 존재는 사실상 북한을 완충지대로 하여 중국을 억지하는 기능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의 국익, 나아가 자주적 통일국가 수립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오히려 주한미군의 철수와 남북 평화통일, 한반도의 완충지대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이 지역안정에 더 합리적 대안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동맹관계의 발전적 유지와 한중, 한러 동맹관계를 교차적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의 논의에는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며 거기에 알맞는 전략구상을 하지 않고 한미동맹관계에 의탁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러한 연구작업이 아직도 일정한 결과를 산출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주한미군의 주둔은 상징적 대북억지력으로 남고 실질적 기능은 대중억지력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미국의 대중 견제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군사관계는 견제와 함께 협력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의 현상유지 속에서 현재와 같은 미국의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대결일변도의 관계를 갖는 것은 미국에게는 바람직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은 실제 기능과 큰 틈을 보이고 있으며 해결 대안 모색을 남북한이 합의로 만들어낼 경우 가변적인 양상을 띠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남침 억지는 미국의 핵전력이며 현재의 북미관계, 남북관계, 북한체제의 역량을 고려할 때 '북한의 남침 억지'를 명분으로 한 주한미군 주둔은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의 주둔이 기회비용을 제공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은 합리적 근거의 결여로 반대 주장을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의견이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경제발전 등 모든 면에서 순기능했다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은 가령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분담, 토지 및 시설에 대한 무상 이용, 노동 및 경제활동의 제한 등의 요인과의 상쇄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과 국방예산 절약 운운은 주한미군 미화론에 불과하며 경제발전과 국방예산 절약을 위한 실질적 방안은 남북한 군비통제와 비생산적 국방예산 및 제도(예: 예비군제도)의 혁신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미군의 불법 건축에 대한 용산구청의 행정조치, 필리핀의 과거 미군기지 주변의 환경오염에 대한 보상 요구 등은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한국과 한반도에 미친 결과에 대해 균형된 시각을 가지고 평가하여 미래의 안보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셋째, 주한미군이 국가전략 위상 제고에 기여한다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다. 이 점을 갖고 북한은 주민 통합에 활용하고 있으며 남한정부를 대외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주한미군의 존재로 빚어지는 한미 군사관계의 불균등성과 국내 인권시비는 유사 상황에 처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국제적 위신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주한미군이 한국주도의 통일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은 국방부가 통일을 분단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통일한반도는 남한주도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통일과정이 주한미군의 도움으로 남한주도가 된다는 것은 동어반복이다. 우리는 실제 통일과정에서 북한지역을 포함한 전한반도에 민족이익 확립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할 시점에 서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또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관여하는 통일 과정이 민족 이익이 탈색, 약화될 가능성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방부의 인식은 상황예측력과 판단력!
에 있어 단순성과 낭만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과 주장

이 점과 관련하여 먼저 제기하고 싶은 것은 한미동맹의 고리로 인식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미동맹은 사라지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도 주한미군을 한미동맹의 핵심고리고 판단하며 안보정책을 추진하고 있는가? 오히려 시대적 조건의 변화(국내, 남북관계, 지역환경 등)로 주한미군를 대체하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고리를 확보할 필요성은 없는가? 가령, 지상군 철수를 대신하여 첨단기술과 정보력에 기반하여 동맹관계의 재구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당국이 그러한 것처럼, 정반대의 입장에서 남한 당국도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사활적인 것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한미군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중적 태도, 즉 전략적 입장의 고수와 부분적인 전술 변화는 북한체제가 놓인 객관적 위치와 생존전략간의 불일치에서 생기는 딜레마의 반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이자 안보상 적대관계로 보는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북한의 태도에 주목하고 견인할 부분은 북한의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여건이다. 이러한 여건을 활성화하여 북한의 전술적 변화가 전략적 지속성을 압박하도록 하는 것이지 전술적 변화가 위장전술로 보는 것은 현실변화의 힘을 간과하거나 통일 한반도를 위한 합리적 구상의 결여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술적 변화를 보이는 것이 80년대 후반부터라는 점과 그 환경요인을 고려하여 북한의 이러한 변화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정책 대응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3. 우리사회 일각의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

이 대목은 국방부가 시민사회와 대화의 기회를 보다 많이 가져야 한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첫째, 주한미군 주둔이 국익을 고려한 주권적 결정이었다는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 점에 대한 국방부의 평가는 형식논리에 따른 지금까지의 한미동맹관계를 합리화해주는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한국전쟁 당시 작전권 인계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미국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는가가 중요한 점이 아니라, 그러한 우리의 태도가 국가안보, 국가이익 수호를 위한 최선의 합리적 방안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당국이 주권수호의 의지와 능력,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를 다른 국가에 의지하는 것을 우리가 먼저 제의했다고 주권적 결정이라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은 타당한 것이다.

둘째, 국방부의 견해는 형식적으로 대등한 참여의 틀을 넘어 그 틀과 실제 권한 행사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해명이 부족하다. 국방부의 의견대로라면 근래에 들어 평시작전권이 환수된 이유는 단순해진다. 그것은 단지 국민여론, 국가위신을 고려한 조치일 뿐 실제 군사작전상에서 양자간 평등성은 이미 담보되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NATO는 다자간체계이지만 한미동맹관계는 말그대로 쌍무적 동맹관계이다. 양자간 평면 비교는 적절하지 않으며, 쌍무적 관계에서 다자간 레짐의 성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오히려 양국간 안보주권 및 군사협력관계에서 모호성을 야기하고 이는 정치적 의혹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문제는 주한미군 문제와 대해 시민들이 정부당국을 가장 불신하는 대목이다. 현재 SOFA협정 내용이나 개정 방향은 정부의 일방적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시민운동의 노력에 크게 의지했음은 명백하다. 일본 오끼나와의 여학생 추행사건과 시민의 연대, 행정당국의 협력이 우리에게 교훈적이다. 이제 군사 안보를 명분으로 '인간 안보'가 유린당하는 현실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부차시하는 태도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국가안보의 궁극점은 인간안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미군과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문제가 아직도 양국간 공식관계, 국민감정에 미치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런 점을 국방당국이 정책판단에 반영하지 않으면 자국민과 관계하는 국가의 국민들에게 정책 신뢰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상을 종합할 때 국방당국의 견해는 안보의존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통일을 대비한 국방개혁 및 정비와 같은 전향적 사고보다는 기존의 안보틀에 안주하는 것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통일과정을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의 개입을 전제로 한 판단은 전략적 사고의 단순성과 안보의존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주한미군이 우리의 안보에 큰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과 된다는 판단, 될 것이다는 예측을 구분하여 인식하는 태도와, 이에 기반하여 북한을 포함한 통일 한반도에서 민족이익이 주변 국가들의 이익과 조화되는 가운데 확보될 수 있는 안보정책을 개발하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주한미군 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냉정하게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

최근 국방부는 홈페이지(www.mnd.go.kr)에 띄운 '국방력 현대화 방향'이란 글을 통해 향후 전개될 한반도 상황을 '남북공존기-통일기-조정기-안정기'로 제시한 뒤 안정기에 이르면 병력을 40만-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향후 3만 5000여 명에 이르는 주한미군의 철수 및 역할 변화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대체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처음 제시했다.국방부가 이런 정책 제언을 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고무적이다. 다만 대체전력의 의미와 정책 집행 시기와 단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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