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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 26] [한겨레] 주한미군 이전시기·비용분담 재협상 필요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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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전시기·비용분담 재협상 필요



터 매입.시설비 우리쪽 대부분 떠안아
'용산'만 4조넘어 예산 증액분 절반 쏟을판

서울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에 주둔하는 미 2사단 등 주한미군의 이전·재배치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일까

주한미군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주로 ‘안보 공백’을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엔 어마어마한 액수의 ‘비용’ 문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한국쪽이 부담할 이전 비용이 너무 많아 국방예산을 압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자주국방한다고 국방예산 늘려서 미국의 배만 불려준다는 욕을 먹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이전계획 자체를 가급적 뒤로 늦추거나 미국쪽이 좀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안에서도 만만치 않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쪽이 부담할 이전비용에 대해 “용산기지 이전의 종합계획이 마련되는 연말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액수를 추산하기 어렵고, 토지 매입에서 해당 주민의 설득 절차가 남아 있어 지금 단계에서 이전비용 액수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조영길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및 대체전력 확보 비용과 관련해 “대략의 액수가 올해 말 쯤 나오겠지만 30억∼50억달러(4조2천억원~6조원) 선에서 총비용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 장관의 언급은 그동안 언론 등에서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추산’한 것일 뿐”이라고 둘러댔다.

주한미군 이전과 관련해 비용이 드는 분야는 △서울 용산기지 이전 △미 2사단 이전 내용이 포함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주한미군이 맡고 있던 임무의 한국군 이양 등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방부는 내년부터 오는 2006년까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매년 1조5천억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의욕적으로 국방비를 늘리고자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5조원을 증액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근 불경기와 기획예산처 국회 심의 과정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3조원 증액을 예상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1조5천억원은 증액 예산의 절반에 해당돼 기껏 예산을 늘려 주한미군 뒤치닥꺼리나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비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한국쪽이 부담할 액수는 조 장관이 밝혔던 ‘4조2천억원~6조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새 기지의 아파트 건립비용 등 일부만 미국쪽이 부담하게 돼 있고, 기지 이전이 한국쪽의 요구로 추진된다는 이유로 토지 매입과 막대한 돈이 들어갈 통신시설 이전 등을 모두 한국쪽이 부담하게 된다. 주한미군쪽은 지난 90년대에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90억달러(10조원)로 잡은 적도 있다.

아무튼 한국과 미국은 용산기지 이전을 2004년에서 2006년까지 3년만에 마치도록 합의했기 때문에, 국방부는 매년 1조4천억~2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한미군 기지 터 4114만평을 한국쪽에 반환하는 대신 한국은 부산 의정부 오산 이천 평택 포항 등의 154만평을 매입하고, 추가로 이전을 요구한 9개 기지 대체시설을 건설해 주한미군쪽에 제공하기로 돼 있다.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GAO)은 지난달 공개된 ‘주한미군 건설 계획 검토’이라는 보고서에서 이전비용을 22억6천만달러(2조7120억원)로 추산하고, 이 가운데 한국쪽이 86.8%인 19억6200만달러(2조3544억원)를 2003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부담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국방부는 매년 평균 235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주한미군 임무 이양에 따른 비용은 별다른 예산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쪽의 설명이다. 한국쪽에 이양될 10개 임무 가운데 5개 임무는 사실상 예산이 들지 않으며, 나머지 5개 임무를 떠맡을 비용도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돼 있어 추가 부담이 있더라도 큰 액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미 2사단이 이전할 한강이남 지역 500만평 토지매입비가 제외돼 있다. 이 비용은 연합토지관리계획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별도의 것이다. 한-미 두 나라는 미 2사단의 한강이남 이전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2006년까지 오산 평택 등지에서 토지 매입을 마치기로 합의해, 이것까지 합칠 경우 국방부가 부담할 액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연합토지관리계획의 일부 비용은 앞으로 지불할 주한미군 주둔 지원금(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돼 있다”며 “한강이남 이전 부지는 동두천 의정부 등 경기 북부의 미 2사단 터 1200만평을 팔면 재원을 조달할 수 있고, 용산 땅을 팔아서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강 이북의 땅과 한강 이남의 땅은 토지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용산 땅을 팔겠다는 계획도 ‘용산기지 공원화’가 물건너가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민주당)은 “주한미군의 존재는 한반도 안보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과도 연결되므로 이전을 지금처럼 2006년까지 단기간에 마치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것이 최선”이라며 “미 2사단 재배치도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전 터로 500만평이나 필요한지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쪽이 먼저 요구했지만 미군쪽도 서울 주둔에 따른 반미감정 악화 요인이 된다는 계산에서 한-미 회담과정에서 서두르자고 했다”며 “이전 터 매입비용 등을 한국쪽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끝>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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