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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 24] 제34차 국방부 앞 집회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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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집회서한[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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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께 드리는 서한

-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 한국부담 반대! 평택 대체부지 제공 반대!
MD 무기도입 등 대규모 군비증강 반대! 졸속적인 KMH 개발사업 반대! -


조영길 국방부 장관님!

한미 양국은 지난 2월 13∼14일,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7차 회의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안에 가서명하지 못함에 따라 4월에 8차 회의를 열어 협상을 마무리지을 계획입니다.
그러나 지금 가서명 하려는 용산 기지 이전협정 안은 우리 국민에게 무제한적인 부담을 지우는 굴욕적인 조약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 긴장완화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현재 미국에 의해 추진 중인 용산 기지 이전이 대북 선제공격과 대중국 봉쇄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한반도에 적용하기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이 같은 미국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의도와 이를 용인하는 귀하의 반민족적 태도를 결코 좌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및 시설 등에 대한 정밀 타격을 통해 북한의 전쟁수행 의지와 능력을 초기에 무력화시킨다는 새로운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6을 지난 해 말 완성하였습니다. 미국이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하면서 이전비용 전액 한국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을 우리 나라에 강요하는 것도 사실은 바로 이 같은 새로운 대북한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6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호전적인 신군사전략 수행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우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와 국방부는 용산 기지 이전 협상의 굴욕성과 한반도 평화역행과 같은 근본적 문제는 도외시한 채 협정안의 모호한 표현을 바꾸고 비용집행을 통제하는 따위의 지엽적인 문제만을 제기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국민의 비판을 모면하려는 호도책에 불과하며 설사 제8차 회의에서 정부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전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협상의 굴욕성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전비용 한국 전액부담에 대해서 우리 국민 86%가 반대한다는 한겨레 신문의 여론조사나 67%가 '굴욕적이므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한 인터넷 야후의 조사는 이번 협상이 얼마나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인가를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용산 및 미2사단 재배치의 명목으로 320만 평의 대체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것도 반세기 넘게 457만 평이나 되는 땅을 빼앗기고 온갖 미군범죄와 환경오염, 재산권 침해에 시달려온 평택 주민들의 삶을 또 다시 난도질하는 것입니다.

조 장관님!

차영구 수석대표는 7차 회의 직후 "6차 회의 때 한국이 처음으로 모호한 문구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했고, 이에 미국쪽은 이미 이전에 합의된 것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하여 당황스러워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협상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굴욕적인 협상이었음을 협상 대표 스스로 자인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영구 수석대표는 "이전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우리 국민 여론보다는 미국의 눈치를 우선적으로 살피는 사대주의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지엽적인 문구수정으로 우리 국민을 기만하고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해 하는 협상 대표로는 우리 주권과 국익을 결코 지킬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굴욕적인 협상의 전면 중단과 차영구 실장을 비롯한 협상대표들의 전면 교체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국민여론을 수렴하기에는 너무 촉박한 8차 회의를 연기하고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한데 기초하여 협상전략을 다시 짤 것을 촉구합니다.

조영길 장관님!

우리는 MD 무기 등 대규모 무기도입과 국방비 증액 방침에 대해서도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11일, 귀하를 비롯한 군 수뇌부가 참여한 군무회의는 '2005∼2009 국방중기계획'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차기 전투기사업은 2008년, 차기대공미사일사업은 2005년, 차기 공격용 헬기사업은 2007년, 공중급유기사업은 2009년에 각각 착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자주적 선진국방 구현을 목표로 국방재원을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3.5%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대규모 전력증강과 국방비 증액은 이미 남쪽이 북에 대해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군사력 균형에 비추어 불필요하며 한반도 긴장만을 격화시킬 뿐입니다.
특히 이미 추진되고 있는 KDX-3사업, 11월에 기종을 결정할 조기경보기사업, 내년에 착수할 SAM-X사업과 같은 MD관련 무기체계의 도입에 대해서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자주국방'을 빌미로 한 MD 무기도입과 국방비 증액은 미국산 무기의 대거도입과 그 운용에서의 대미의존성 강화로 인해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촉발시키며 6·15 공동선언과 남북 화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국가경제위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도외시하는 반민중적인 작태입니다.
이에 우리는 장관께서 시대착오적이고 무모한 대규모 군비증강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과도한 병력감축을 포함하여 군 구조의 획기적인 개혁과 긴장완화, 평화군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조 장관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한국형다목적헬기개발사업(KMH)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10일 61명 규모의 'KMH개발사업단'이 창설되고, 2월 17일에는 '체계개발' 획득계획 공고가 나고 이에 따라 참가신청 및 사업설명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헬기전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이미 700 대 200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조건에서 기술적, 경제적 가능성도 극히 희박한 KMH사업이 무리하게 강행되는 이유를 우리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방부가 이 사업의 취지를 '군의 노후헬기 대체 및 항공산업 육성'에 두고 있으나 우리는 이 사업이 육군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살리기 위한 저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국방부를 장악하고 있는 육군이 91년 걸프전 이후의 전쟁이 항공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실감하면서 현재 지상군의 핵심인 보병으로는 육군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헬기사업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또한 통상 한국의 항공기 설계와 개발기술은 선진국의 기술수준에 비해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KAI의 경우도 설계 기술도 없이 과거 BO-105, SB-427 조립생산 기술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KMH사업은 길형보 현 KAI 사장이 육군참모총장 재직시 육군에서 합참으로 소요제기 되었던 사업으로 길 씨는 퇴임한 지 10일도 되지 않아 KAI사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이런 정황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 국방부만 바라보고 있는 KAI를 살리기 위해 KMH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에 우리는 이 사업을 제기하고 주관하고 있는 국방부가 원점에서 사업의 타당성과 효율성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그것이 이 사업의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발생할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막는 일이 될 것입니다.


2004. 2. 24.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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