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28] [성명서] 미국은 한미연합군의 역할 확대 기도를 즉각 중지하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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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미연합군의 역할 확대 기도를 즉각 중지하라!
지난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참모장은 "주한미군은 앞으로 역내(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발상황이 발발할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며 "역내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21세기에는 한미양국이 함께 동북아평화유지군 기능을 수행하면서 나아가 전세계적인 군사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 미국은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조차 부정하는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기도를 즉각 중지하라!
"한미양국이 동북아 평화유지군 기능을 수행하면서 전세계적인 군사소요에 대응할 것"이라는 캠벨의 발언은 한미군사동맹이 이제 단순히 대북한 방위 임무에 머무르지 않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군사작전에 동원되며 나아가 우리나라가 미국의 전세계 침략전쟁을 위한 전진기지로 전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가까이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 확보에, 더 넓게는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침략 전쟁 또는 작전에 한국군을 하수인으로 동원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다. 다시 말해서 '일본의 안보와 극동의 국제평화'니 '테러 대책'이니 하는 미명 밑에 주일미군을 전세계의 침략무력으로 운용하고 나아가 일본이 군대와 물자 등 모든 면에서 주일미군의 작전을 뒷받침하도록 한 미일동맹의 예에서 보듯이 한미동맹도 특정의 나라나 위협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동원되는 지역동맹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자신의 가공할 병력과 무력으로도 모자라 한국군과 자원까지 미국의 세계적인 침략전쟁에 동원하려는 미국의 범죄적 기도를 엄중히 규탄한다.
더욱이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발언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망발이다.
한미 간 군사협력(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것으로 상호방위조약 3조는 대한민국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발동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군과 미군이 남한 영역을 벗어나서, 남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이 아닌 다른 사안을 갖고 공동으로 작전하는 것은 명백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한 영역의 방위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이라크 차출과 같이 그 작전범위를 남한 이외의 동북아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국의 세계 패권야욕을 위해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마저 정면으로 부정하는 미국의 오만과 횡포, 일방주의를 엄중히 규탄하며 이런 불순한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기도를 중지하고 감축과 단계적 철수에 즉각 나서라!
지난 해 9월에 열린 5차 한미 미래동맹 정책구상회의에서 주한미군의 동북아기동군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양해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벌써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음을 말해준다. 또 지난 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했다"는 공동성명 내용은 캠벨의 발언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른 의도된 발언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북아 평화유지군' 또는 '동북아 세력균형자'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은 동북아에서 미군이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과잉군사력이라는 점에서 허위이며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주둔을 합리화하기 위한 거짓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영구주둔을 꾀하고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불러올 뿐인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 국민이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주한미군에게 토지와 시설을 제공하며, 주한미군 주둔비를 부담하는 것은 오로지 주한미군이 남한을 방위하기 위해 주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역할이 동북아 기동군으로 바뀐다면 우리나라가 주권과 국민자존심까지 침해당하면서 미국에 토지와 시설, 국민 혈세를 바쳐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용산 및 미2사단의 평택 이전도 바로 이같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위해서인 만큼 거기에 소요되는 이전비용을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대체부지 또한 제공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매년 주한미군에게 지불해 온 수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도 더 이상 지불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또한 우리 군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침략전쟁에 하수인으로 동원되지 않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에게 넘어가 있는 작전통제권은 즉시 환수해야 한다.
한편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어기면서까지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이제 대북 억지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의 기능이 더 이상 필요 없게되었음을 미국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의 전투능력이 북한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수준"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한미연합군과 북한군간 전력 차가 대폭 커졌다"고 말한 캠벨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불법적인 역할 확대 기도를 즉각 중지하고 대신 감축과 단계적 철수에 나설 것을 미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3. 정부는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기도를 단호히 거부하라!
캠벨의 발언에 대해서 국방부는 "한미연합군의 역할 확대는 사실이 아니며, 지금까지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 "캠벨 중장도 '본인의 발언 내용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조망하면서 가정적인 발전방향을 예시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는 따위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국방부의 해명은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고 이 발언의 파장을 덮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캠벨의 발언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우리 주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불법적인 발언이므로 주한미군에 엄중히 항의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캠벨의 발언을 해명하기에 급급해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 그리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 5조 1항 및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 하도록 한 5조 2항에도 위배된다.
우리는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아울러 그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국민 앞에 공개 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4. 5. 27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