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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0] 이병일 향린교회 목사님 1인시위 후기입니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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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봄날, 교회에서 미대사관 앞까지 걸어갈 요량으로 조금 일찍 교회를 나섰다. 낮 시간에 도심을 걷는 일이 드문 일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걷고 싶었다. 그런데 천천히 걸으려 해도 평소대로 빨라지는 걸음을 누가 막으랴! 인사동을 에둘러 통과하여 대사관 앞에 도착하였다. 새싹이 돋아나 초래진 나뭇들과 미대사관을 에워싼 남색의 전경들이 대조를 이룬다.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방문 때문인지 병력이 평상시 보다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잠시 정통부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이내 평통사의 박인근 부장이 피켓을 들고 지하철 출구로 나온다. 미대사관 앞으로 가서 일인시위를 준비하는데, 경찰과 대사관 직원이 시위의 내용과 상황을 각자의 상부에 보고하는 소리가 들린다. 피켓을 앞뒤로 두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잡으려 했으나 차도와 인도에 늘어선 전경들이 시야를 막고 있다. 광화문에서 신호 대기하는 차 안에서와 인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유심히 쳐다보고 간다. 멀리 보이는 인왕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모처럼 만의 명상시간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죽은 사람들, 고난주간에 흥행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리고 어제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 개표결과 ...... 이라크인들의 죽음과 예수의 죽음, 그리고 살아 있을 때에 당한 그들의 고통, 그리고 나 지난 주간에는 고난주간과 겹쳐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흥행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멜 깁슨의 영화가 또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흥분시켰다고 한다. 그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무역사적인 환상으로 남게 하고서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는 예수 이전에 로마에 항거하다가, 혹은 항거하는 도시에 함께 있다가 십자가 위에서 학살당한 수 천 수 만 명의 고난과 십자가의 절정이다. 또한 예수가 도래를 선포하고 평생 이루기 위한 간절한 마음이었던 하느님 나라,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 죽어간 모든 생명의 희망이며, 이를 위해 고난당하는 사람들의 용기이다.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는 오늘도 우리 속에서 의를 위해 고난당하는 생명의 죽음을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이웃의 고난과 연결되지 않는 예수의 고난은 무의미하다. 예수의 고난을 보면서 우리는 오늘도 억울하게 학살당하는 무고한 생명의 신음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예수의 고난은 바람에 날려 들어와 눈물나게 하는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언뜻 현실로 돌아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사뭇 진지하다. 어떤 사람은 다른 쪽의 내용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국제적 학살 조직인 미국 부시와 그 일당들의 잔인한 침략전쟁에 우리의 군대를 보내는 일이나 세계 지배를 더욱 확실하게 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언제든지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이나 모두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고난과 죽음은 나 하나로 족하다. 더 이상 하느님의 세상에서 이러한 죽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라고 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이고 대속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첨가 : 일인시위를 할 때에 2인 이상의 신청을 받아서 시위를 하는 주변에서 그와 관련된 홍보물을 나눠주었으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언제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는 “평통사”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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