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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6] 작전통제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막는 한 고리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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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통제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막는 한 고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박기학


1. 글을 시작하며


한미지휘관계 연구가 SPI(안보정책구상) 의제의 하나로 되어 있다. 또 2년 전 35차 SCM(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는 한미연합지휘관계를 연구하여 그 결과를 올해 SCM에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과 주권 회복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뜻에 맞게 작전통제권의 즉각적인 환수와 불평등한 한미지휘관계 청산으로 모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방부는 작전통제권 환수 의지를 국민 앞에 밝히지 않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작전통제권 환수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장기적인 과제로 치부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 논의는 국민 여론 수렴 없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현 정부의 주체적 의지가 매우 박약한 조건에서 우리 국민의 요구보다는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를 뒷받침하는 한미지휘체제로의 전환을 보장받으려는 미국의 요구가 우선하게 될 것이다.

미2사단을 미래사단(2UEx)으로 전환하고 동북아공군전투사령부의 창설을 내년 1월에 예정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대북 방위를 목적으로 성립한 현 한미지휘체제를 광역작전이 가능한 연합지휘체제로 전환시키려는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를 하와이로 이전하고 미8군사령부를 없애며 대신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기는 계획이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은 그 한 예다.(조선일보 2005.6.17) 또 미래사단으로 전환되자마자 2UEx의 지휘소에서 한국군 사단과 연합훈련을 가진 것도 한국군에 대한 새로운 작전통제체제 구축을 시험하는 것이었다.(중앙일보 2005.5.24)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와 함께 미국은 군사교리, 작전계획, 군 구조, 연합합동기동부대 편성, 무기체계, 정보, 군수 등 작전과 관련된 제반 분야에서 종전 이상으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 필요성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이 환수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기만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으며 오히려 한미지휘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종속적으로 될 우려도 있다.

벌써 발 빠르게 국내의 많은 보수적인 연구자나 관변 연구기관들은 한미동맹의 지역안보동맹으로의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앞다투어 한미지휘관계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작전통제권 환수 주장은 그 보다 더 큰 권한, 즉 광역작전지휘권을 미국에 보장해 주려는데 그 진짜 의도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까지 한국군을 자신의 지휘권 밑에 편입시키게 된다면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미국의 손에 쥐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되찾음으로써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의 조건을 완비하려는 미국의 기도를 막고 평등한 한미관계의 초석을 쌓아야 한다.



2. 작전통제권의 기만적 반환 가능성



1) 불평등한 한미지휘관계를 지속·확대시키게 될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

주한미군의 아태지역으로의 역할 확대는 그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의 역할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1) 역할이 확대된 주한미군이 아태지역의 한미연합작전에 대해서도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려고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때 미국의 한미연합군에 대한 작전통제가 지금의 한미연합사처럼 미군사령관이 한국군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형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 방위와 직접 관계가 없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작전에서조차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우리 국민 정서 상 용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다. 작전통제권의 미국 장악의 법적 근거가 되는 1954년의 한미합의의사록은 “국제연합군사령부가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한 책임을 부담하는 동안” 한국군을 국제연합군사령부의 작전통제권 하에 둔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의 역할 변경과 함께 가령 베트남전 때처럼 각자 지휘권을 갖는 협동형(병렬형) 지휘체제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또 미국은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 및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에 대한 한국민과 한반도 주변국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바깥지역의 연합작전에 대한 미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작전계획, 연합훈련, 무기체계, 합동기동부대(JFT) 편성, 정보, 군수 등 여러 면에서 한국군을 평시부터 작전통제 해야 할 필요성을 미국이 여전히 갖게 되리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또 미국은 연합작전 시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준 사례가 없으며 반드시 자신이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작전의 경우 설사 외형적으로는 각자 지휘권을 갖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지휘권을 관철하려 할 것이며 유사 시 미군의 지휘권이 보장되는 연합작전체제가 가동될 수 있는 조건을 평시부터 갖춰놓으려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에 따른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고려한다면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실제 환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한미연합작전 지휘체제, 지역작전 수행을 명분으로 한 상호운용성(무기체계 및 군), 한국 방위 및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통제장치 확보 등을 조건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작전통제권 환수 시 한국군을 사안별, 분야별로 통제할 수 있는 비밀협정들이 체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유명무실화된 ‘유엔사’ 강화를 최근 들어 강조하는 이유도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비해 작전통제권을 이어가려는 포석의 하나일 수 있다.2) 미국은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작전통제권은 자동적으로 유엔사사령관에게로 넘어간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더라도 그 시기가 늦춰지게 되고 또 내용적으로는 환수 전과 별로 다를 바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2) 기만적인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은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1989년 넌-워너 법률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자 미국은 1991년 1월 1일에 정전시(평시) 작전통제권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3) 그리고 1991년 제23차 SCM과 MCM에서는 정전시 작전통제권을 1993~1995년 사이에 반환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주한미군사는 워싱턴(국방부·합참)의 구상과 달리 주한미군의 위상 약화, 방위비 분담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정전시 작전통제권은 1996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은 2000년 이후에 이양할 것을 제의함으로써 반환 시기의 지연을 시도하였다. 1992년 초부터 리스카시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은 반환 관련 회의 자체를 기피하였으며 한국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협의에 응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한국에 CODA를 강요하여 1994년 4월에 합의하였고 그 해 7월 래피드썬더 연습을 계기로 CODA에 위기관리와 정전협정 유지 내용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는 횡포를 부렸다. 한국이 여기에 굴복하였음은 물론이다.

결국 평시 작전통제권의 핵심인 작전계획 수립, 연합작전 주관, 연합정보관리, 연합위기관리, C4I 상호운용성, 연합합동교리 발전 등의 권한이 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됨으로써―이것이 이른바 CODA(연합권한위임사항)다―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속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평시 작전통제권 반환을 대가로 오히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강화하는 교활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해 오던 2군에 대해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주요 시설이나 부대 등을 연합사령관의 통제 하에 두기로 한 것이다.(서울신문, 1995. 12.01) 그런가 하면 C4I 상호운용권한을 미국에 넘겨줌으로써 우리의 정보통신체계, 각종 무기체계, 화력통제장치 등을 미군 방식과 일치시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 무기체계에 대한 의존성이 오히려 강화되게 되었다.(한겨레 1994. 12.01)




3) 한국국방연구원과 랜드연구소 보고서

『21세기를 지향한 새로운 한미동맹』을 표제로 하는 이 보고서는 1992년 SCM의 결정에 따라 한국국방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연구를 시작해 1994년 SCM에 보고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벌써 10년전부터 미국이 한미동맹의 대중 포위동맹으로의 전환과 한미 광역지휘체제 구축을 기도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견고한 대북 방위동맹에서 과도기적 안보동맹(한국방위 위주, 부분적 지역안보 참여)을 거쳐 지역 안보동맹(한국 방위 지역안보 병행)으로 이행하는 것을 잠재적 위협과 장기적 기회를 고려한 균형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안보 동맹 시의 한미지휘체제로서 ‘개별지휘 및 한미지역사’(또는 광역사)4), ‘지역안보 임무를 위한 별도 군사력 유지 및 다국적 신속대응군 창설과 다국적 통합지휘구조 구성’이 제시하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지역사(광역사) 창설은 우선 그 목적이 주로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국 군사작전 수행에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한미지역사 창설은 미군을 사령관으로 하는 일방적 지휘관계를 다시 형성함으로써 작전통제권 환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한반도 바깥 지역으로까지 대미 종속적 한미지휘체제를 확장하자는 주장이다.

또 다국적 신속기동군과 통합지휘기구 구성은 나토처럼 태평양지역에서도 미국을 정점으로 한국군, 일본 자위대, 호주군 등 미국의 동맹군을 하나의 지휘체제로 편성함으로써 어느 성격의 분쟁에나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고 그에 기초하여 다국적연합군과 이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통합사령부―이 다국적 통합사령부를 ‘광역사’로 지칭한 듯 하다―를 꾸리자는 것으로 중국 포위를 완성하려는 미국의 구상을 충실히 반영하는 주장이다.




3.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되 ‘한미군사 협의기구’를 두자는 주장의 문제점




1) 여러 주장들

김일영·서주석·조성렬(2002)5), 국제정치학회 충북지역(2003)6), 차두현(2003)7), 김태우(2004)8) 등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주장한다. 다만 한용섭(2003)9)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비현실적’인 듯이 주장하면서 연합훈련 동안만 한국 합참의장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맡도록 하자는 지극히 비굴하고 또 전혀 현실성이 없는 안을 내놓고 있다.

작전통제권 환수 뒤의 한미지휘형태에 대해서 이들 논자들은 그 명칭은 다르나 하나같이 상설적인 한미군사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김일영은 양국 군대 사이에서 연락과 조정을 맡는 ‘한미군사기획단’을 설치하자고 하면서 그 업무로는 연합작전계획 수립, 연합훈련 기획, 전·평시 작전협조, 전시지원협정 등을 들고 있다.

차두현은 유사 시 상설 협의·조정기구로 ‘한미군사협력이사회’를 제기하면서 양국군의 연합작전에 대한 협의를 그 기능으로 든다. 그는 또 평시 협의기구로서 주한미군과 한국 합참 간의 연계 역할을 하고 양국 간의 공동교리·군사계획을 발전시키는 ‘한미공동군사기획단’을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김태우는 합동작전과 공동지휘를 협의하는 기구로 유사시 ‘한미군사협력이사회’ 설치를 주장한다.

국제정치학회 충청지역은 ‘수평적 협의체’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미군사협력체제의 내용으로 ‘한미 연합훈련 지속’, ‘한일 및 한미일 간 연합훈련 참여 확대’, ‘신속기동타격 위주의 전력체계 확대 편성’, ‘작전반경 확장 및 전쟁지속능력 강화 위주의 화력 및 기동력의 지속적 강화’, ‘한미양국 정부 및 군(합참, 국방부 간) 상설협의체 설치’, ‘군 내부(국방부, 합참)에 대미 군사협력체제 발전 및 대응정책 연구전담 조직 운영’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 실시 등 제시된 모든 내용이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여 대중국 포위동맹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입장을 대담하게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다.




2) ‘협의기구’는 미국에 작전통제권을 다시 주기 위한 수단

우선 한미군사협의기구는 한미동맹의 지역안보동맹으로의 전환을 전제하고 있다.10) 또 협의하는 내용이란 것이 작전계획 수립, 연합훈련, 공동지휘와 같은 사령부의 기능이다. 이 점에서 한미군사협의기구는 단순한 협의기구가 아니라 광역작전에 대한 한미연합지휘부로서 상정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미군사협의기구는 한미지휘관계의 불평등성을 청산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광역작전에 대한 미군의 지휘를 보장해 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협의 내용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작전만이 아니라 한국 방위에 관한 내용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작전통제권 환수 전이나 뒤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방위에 관한 전략과 전술, 작전계획 등에 대해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면 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가 없으며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나 다를 바 없다. 현 대북한 침공계획이 폐기되지 않는 이상 한국방위가 미국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것은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그들의 작전통제권 환수 주장은 군사주권 회복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한미지휘관계에 대한 미국의 변화된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또한 한미군사협의기구가 각자 지휘권을 갖는 협의적 기구라고 주장되지만 작전계획, 연합훈련, 합동작전, 공동지휘 등 그 협의 내용을 볼 때 기구의 위상은 연합사령부로 되어 있다.

연합사령부가 협의구조로 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다. 따라서 연합사령부의 지휘권한을 누가 갖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작전은 미국의 이해가 걸려있고 미국이 주도해서 벌이는 작전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의’란 곧 미국의 작전 지침과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한국군이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를 ‘협의’하는 자리가 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미국 합참(합동교범 3-16 : 다국적 작전 합동교리)에 따르면 “동맹지휘관계는 통합지휘구조 또는 주도국가의 지휘구조를 반영한다”11)고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단일지휘형이 아닌 병렬형 지휘관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 헌법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일 병렬형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단일 지휘형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미일 병렬형도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어




지금 많은 보수적 연구자들이나 연구기관이 작전통제권 환수 뒤의 대안으로 미일 병렬형 지휘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되 한미 간 협의기구를 두자는 주장들은 미일 병렬형 지휘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미일 병렬형 지휘체제는 겉으로는 각자 지휘권을 갖고 상호 협력하는 듯이 보이나 일본 자위대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지휘체제가 아니다. 그 대미 종속성은 한미연합지휘체제를 능가한다.

미국은 일본의 평화헌법이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일동맹이 시작되는 처음부터 미군의 단일지휘가 보장되는 미일연합지휘관계를 일본에 강요하였다.

구미일안보조약과 그 하위협정인 미일소파(SOFA)가 1952년 4월에 동시에 발효되었는데 미일소파 24조는 “일본 구역에서 적대행위 또는 적대행위의 급박한 위협이 발생한 경우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일본 구역의 방위를 위해 필요한 공동방위조치를 취하며, 또 안보조약 제1조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즉시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일은 ‘공동방위조치’의 내용에 대해서 “적대행위와 그런 우려가 있는 사태 때 합동사령부를 설치하고 미군이 지정한 사람이 사령관을 맡는”12) 것으로 비밀합의를 하였다. 여기서 ‘합동사령부’란 연합사령부와 같은 말이다. 미국은 구미일안보조약 협상 과정에서 “유사 여부는 미국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하며 필요하다면 미일소파의 규정을 일시적으로 폐기하고 미군을 사령관으로 하는 미일합동사령부를 설치한다”13)는 입장을 견지하여 관철시킨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행정협정 24조가 1960년 신미일안보조약 제5조(미일 공동 대처행동)에 승계되도록 함으로써 그 지위를 격상시켰다.14)

한반도 전쟁 시의 한미일 공동작전을 연구한 미쓰야작전연구(1963)는 “일본의 방위를 위해 필요한 준비작전(초계, 정찰, 경계, 작전준비 등)의 경우 현재 이미 주일미군사령관의 통제가 승인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본 직접 방위를 위한 작전 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일미군이 지휘한다”15)고 적고 있다. 또한 미쓰야작전연구는 “한반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미일 양국 정부는 ‘미일작전조정기구’의 구축을 도모한다”16)고 함으로써 미군이 사령관을 맡는 연합사령부의 설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시 때만이 아니라 평시에도 연합사령부를 구축하고자 하는 미국의 기도는 베트남 패전 직후인 1975년 ‘미일공동작전조정소’―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하는 헌법조항을 의식해 미일 양국은 ‘지휘’ 대신 ‘조정’이란 말을 쓰고 있다―설치를 일본에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일은 1976년 미일안보협의위원회 밑에 ‘미일방위협력소위원회’라는 협의기관을 두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이 소위원회는 “2년여의 연구를 거쳐 1978년 미일방위협력지침(구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이것이 미일간의 군사지휘체제의 기본적인 지침이 되었다. 이 지침이 실행될 즈음, 한미연합사령부도 구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17) 이 구미일방위지침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의 우려가 있는 경우 작전, 정보 및 후방지원에 대한 미일 간의 긴밀한 조정을 위해 ‘조정기관’을 두는 것으로 하였다. 또 구방위지침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의 우려 시에만 ‘조정기관’을 둔다고 하였으나 미일은 비밀리에 JPC(합동계획위원회)를 설치, 운영하였다.18) 이는 미일연합사령부 기능을 하는 최초의 기구라 할 수 있다.

이 때까지 주로 전시 때의 미일연합사령부 설치를 그것도 비밀리에 논의해 오던 미일은 1997년 신미일방위지침 제정을 통해서 전시 및 평시에 미일연합사령부 기능을 하는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 신미일방위지침 역시 겉으로는 “자위대 및 미군은 긴밀한 협력 밑에 각각의 지휘계통에 따라서 행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서 “자위대 및 미군은 공동작전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역할분담을 결정하고 작전행동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미리 정해둔다”고 규정함으로써 미군의 지휘를 보장해 주고 있다.

신미일방위지침은 효과적인 미일방위협력을 명분으로 ‘포괄적 메카니즘’과 ‘조정메카니즘’을 구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19)

‘포괄적 메카니즘’은 평소부터 작전계획 검토, 공동 기준(데프콘)의 확립, 공동 실시요령―예규(SOP), 교전규칙(ROE) 등 공동작전 실시에 필요한 작전·병참·관리 절차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을 말한다―의 확립 등을 임무로 한다. 평시 전쟁지도 기구로서 1998년에 미일이 설치에 합의하였다.

포괄적 메카니즘의 한 구성부분으로서 주일미군부사령관과 미태평양군 대표, 통합막료회의(합참회의) 사무국장과 각 자위대 막료감부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계획검토위원회(BPC)는 작전계획, 작전예규, 교전규정 등의 작성을 임무로 한다. 이런 임무가 평시 연합사령부의 핵심적인 기능의 하나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조정메카니즘’은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을 때나 주변사태 때 미일의 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평시부터 운영된다. 이는 전시 전쟁지도 기구라 할 수 있는데 2000년에 미일이 설치에 합의하였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조정메카니즘의 한 부분으로 ‘미일공동조정소’를 평소부터 구축한다. 주일미군사령부의 대표, 통합막료회의, 육·해·공 각 막료감부의 대표가 참여한다.

미일공동조정소는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연락원을 상호파견하며, 연락창구를 지정하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평소부터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조정기관은 중앙에 1개소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육해공군 별로 작전조정소가 있으며, 각군 및 주요 부대에도 다수의 연락장교가 상호교환되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20)

일본 방위청에는 1984년 이래 중앙지휘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주일미군사령부와 일체화 되어가고 있다.

주일미군사령부, 제5공군사령부, 주일해군사령부, 미육군군사수송사령부 등 주요 미군사령부에는 간부 자위관이 파견되어 상주하고 있다. 미 제7함대의 지휘관 회의에는 자위대함대사령관 등이 참관인으로 참가한다. 97년에는 정보본부가 설치되었는데 그 건물 지하에는 미군전용의 비밀 방이 있다.

이처럼 미일공동조정소는 평시부터 주일미군이 일본 자위대를 작전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춤으로써 전시에는 언제든지 미일연합군사령부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조정’이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말일 뿐이고 그 내용은 미일연합작전에 대한 미군의 지휘를 의미한다.

구미일안보조약 하에서는 유사 때 ‘미일합동사령부’를 설치하기로 밀약하였고 구미일방위지침에서는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에 한해 조정기관을 둔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신방위지침에 의해 공공연히 그리고 평시부터 미일연합사령부가 설치되게 된 것이다.

지휘권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또한 주변사태 여부의 판단 및 개전권이 미국에 있다는 점이다. 노로타 호세이 방위청장관은 어느 사태가 주변사태인지를 누가 판단하는가 하는 중의원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일미는) 사태가 닥치기 이전부터 치밀한 연락, 정보교환, 또는 협의를 거듭하기 때문에 양쪽의 판단이 어긋나는 경우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1999.1.29)”고 답변하였다.21) 또 그는 일본이 주변사태로 인정하고 미국은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이는 미국이 하는 대로 일본도 따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앞에서 말한 첫 번째의 경우(일본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이 임박한 경우로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미군이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군이 무력을 행사하는 경우 그 결정은 미군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는가”라는 히가시나카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당시 타카하시 외무장관 등은 “미국이 주체적으로 결정한다”고 답함으로써 개전권이 미국에 있음을 인정하였다.22)

더욱이 부시정권의 해외미군재편(GPR)으로 일본 자위대의 미군지휘체제에의 편입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1군단사령부의 자마 이전과 함께 육상 자위대가 이 사령부와 공동작전을 수행할 ‘중앙신속사령부’(Central Readiness Command)가 창설될 것이라는 보도(재팬 타임즈, 2005. 6.12)는 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미일병렬형은 각자 지휘권을 갖는다해도 일본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것은 일본이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탁하고 나아가 미국의 패권적인 군사전략 실현의 도구임을 자처하는 이상 미일지휘관계의 대미종속성은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5. 글을 맺으며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환수하느냐 아니면 미국 및 친미보수세력의 기만적인 작전통제권 환수를 허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를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서도 기만적인 환수를 거부하고 작전통제권을 온전하게 환수해야 한다.

작전통제권 환수가 온전한 것이 되려면, 다시 말하면 작전통제권 환수의 명분 하에 오히려 더 큰 지휘권을 미군에게 장악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전통제권 환수와 동시에 기존의 작전계획이나 군사훈련, 군사교리 등이 폐기되어야 한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우리 독자적으로 방위 목표와 전략·전술, 작전계획, 무기체계·군사장비, 군 병력 수 및 구조, 군사훈련, 정보, 위기관리 등을 결정하고 시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전통제권 환수와 함께 미국에 의해 강요되어 온 대북 적대적인 전략과 작전계획 등을 버리고 남북 화해와 한반도 주변국과의 선린우호관계에 기초한 협력적 안보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만약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서도 그동안 대북한 침략계획에 다름 아닌 5026·5027·5029 등의 작전계획이나 군사훈련, 군사전략 등을 고수한다면 대미 종속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군은 철수하기 전까지 우리 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방위목표와 안보전략, 작전계획에 협조해야 한다.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환수한다면 그래서 우리 나라 방위 목표와 전략, 작전계획의 수립, 무기체계의 결정 등을 우리의 국가적·민족적 이익에 기초하여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면 미국의 작전통제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고 자연히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는 그 뜻을 이루기 힘들 것이다.

FOTA 회의를 통해 한국이 대북 방위의 주된 역할을 맡기로 합의한 만큼 이제 작전통제권 환수는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미국으로서도 작전통제권 반환을 통해서 한국의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려 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서 북미 관계 정상화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진다면 작전통제권의 환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정세는 작전통제권의 온전한 환수와 불평등한 한미연합지휘관계의 청산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1) 고영대,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평화누리 통일누리2005 4·5월호 수록) 참조

2) 2003년과 2004년 연이어 SCM 공동성명은 “정전협정과 유엔사령부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긴요한 수단이 되어왔다”고 밝혔으며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은 2005년 3월 미 상원군사위 증언에서 “한반도에서 유엔사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3)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한미군사관계사,2002, 633쪽

4) 차영구, 폴락 『21세기를 지향한 새로운 한미동맹』(한국국방연구원, RAND연구소), 1994, 59~60쪽 참조

5) 김일영·서주석·조성렬, 주한미군의 향후 위상에 관한 연구(국회국방위 제출 보고서), 2002.9, 95쪽

6) 국제정치학회 충북지역, 한미동맹관계 변화 가능성과 한국의 대응방안(국회통외통위 제출 보고서), 2003.9

7) 차두현, 미래 한미동맹 : 새로운 대의와 비전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협력, 2003

8) 김태우, 미국의 세계안보전략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한미동맹관계의 발전방향, 2004.9

9) 한용섭, 한미연합지휘체제의 평가 및 개선방향(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의 ‘한미동맹 50년과 군사과제’ 수록 논문임),2003

10) 김일영은 “일정한 시점까지는 지역안보 동맹을 통해 미국의 힘을 빌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차두현, 김태우, 국제정치학회 충북지역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11) 국방참모대학 『미 합동기본 및 기준교리』1999, 290쪽(이 책은 미국 합참의 합동교범을 번역한 책임). 통합지휘나 주도국 지휘나 다 단일지휘 형에 속한다.

12) 고이즈미 치카시, 『일미군사동맹사연구』, 2002, 48쪽

13) 후지이 하루오, 『밀약-일미안보대개악의 음모』, 2000, 113쪽

14) 후지이 하루오, 『일미공동작전의 철저연구』 98쪽

15) 고이즈미 치카시, 일미군사동맹사연구, 2002, 120쪽

16) 고케쯔 아츠시, 『주변사태법』,2000, 120쪽

17) 한용섭, 위 논문,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의 ‘한미동맹 50년과 군사과제’ 수록 논문), 2003, 27쪽

18) 후지이 하루오, 『밀약-일미안보대개악의 음모』, 2000, 109쪽

19) 포괄적 메카니즘은 미일안보협의위원회(SCC), 방위협력소위원회(SDC), 공동계획검토위원회(BPC), 관계부처국장등회의, ‘연락·조정의 장’(필요시 외무성과 방위청이 설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조정메카니즘은 미일합동위원회, 미일정책위원회, 합동조정그룹, 미일공동조정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20) 장문석, 현대일본군사론, 1997, 256쪽(한용섭 위 논문에서 재인용)

21) 후지이 하루오, 『밀약-일미안보대개악의 음모』, 111쪽 [이 게시물은 평통사님에 의해 2012-08-28 15:31:43 국방정책과 군축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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