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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0][논평] 경주 ‘한미정상 공동선언’에 대한 ‘평통사’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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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한미정상 공동선언’에 대한 ‘평통사’ 논평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일,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이하 ‘경주 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경주 선언’은 9·19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이하 ‘베이징 성명’)의 ‘이행 계획’ 합의를 위한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이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인 한미동맹의 유지, 강화에 매달림으로써 한반도 냉전해체와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및 민족의 통일이라는 당면 시대적 흐름과 민족적 요구를 외면하였다.

우선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머지않아 개최될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베이징 성명’의 ‘이행 계획’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경수로 제공 시기문제는 ‘베이징 선언’ 발표 직후부터 이를 둘러싸고 북·미 사이에 첨예한 입장 차이가 드러날 정도로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의 성패를 가늠할 고리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수로 지원 시기를 “북핵 프로그램의 포기 후”로 성급하게 못 박음으로써 ‘베이징 성명’ 합의의 기본 정신인 ‘행동 대 행동’ 원칙을 훼손하고 또 다시 북의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여 5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였다.

다음으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정전체제로부터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 6자회담과는 별도의 장에서 직접 관련 당사자들 간에 개최”되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베이징 성명’의 합의(제4항)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결정적 걸림돌인 한미동맹을 유지, 강화해 나가겠다는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동시에 밝힘으로써 이번 ‘경주 선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정전체제에서 태동한 것으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이행과 함께 해소되는 것이 역사적·국제법적 순리다.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대북 억제와 나아가 대북 점령과 정권/체제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력과 작전계획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남북간 평화공존/공영을 의미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국제법적으로 정전체제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는 해체되어야 하며,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전제로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따라 해소의 길을 밟아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주 선언'에서 양 정상이 한미동맹의 강화/유지에 합의한 것은 향후 구성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럼'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의 의제 채택 여부로 좌초하고 만 90년대의 '4자 회담'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더욱이 이번 '경주 선언'에서 양 정상이 밝힌 한미동맹의 유지/강화 방향의 그 퇴행적 성격은 앞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경주 선언'은 한미동맹이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관계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성격과 임무가 이미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동맹 발전'의 구체적 내용으로 '경주 선언'은 "한미동맹이 위협에의 대처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및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 증진을 위해 있다"고 밝힘으로써 한미동맹이 대처해야 할 위협의 범위를 대테러전을 포함한 비군사 분야의 위협으로까지 넓히고(포괄동맹화) 한미동맹의 적용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경주 선언'이 밝힌 "역동적" 동맹이란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경주 선언'이 밝힌 '호혜적' 동맹이란 주한미군에 대한 기지 제공과 주한미군 경비 분담금의 증액 등 동맹 유지를 위한 한국의 부담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일방주의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한미동맹의 종속성을 청산하고 호혜평등한 한미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인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하고 구체적인 환수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와 같이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관계로의 발전"이란 다름 아닌 기존의 종속적인 한미동맹의 확대재생산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양자, 지역 및 범세계적인 상호관심사안을 협의하기 위해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라는 명칭의 장관급 전략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한미동맹의 퇴행적 확대, 강화를 꾀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경주 선언'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6자회담이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로 발전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대결을 완화하고 협력안보를 도모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극성과 비대칭성, 미일/한미/북중 등 쌍무적 동맹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의 특성상 협력안보가 들어설 여지는 매우 좁다. 따라서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쌍무적 동맹관계의 폐기 혹은 비대적인 성격으로의 유연화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그런데도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 건설을 한미동맹의 강화와 함께 추구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다자안보협력체 건설의 취지를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경주 선언'에서 양 정상이 PKO 활동 및 대 테러전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은 이른바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 분야에서 한미 양국군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평시에도 미국의 대북, 대중 봉쇄 및 개입에 한국이 깊숙이 말려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이번 '경주 선언'은 "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및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 건설이라는 일부 전향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내용이 그 취지를 퇴색시키거나 역행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민족적 요구를 크게 거스르고 있다.
'경주 선언'이 밝힌 "남북한 화해"와 "군사적 위협의 감소" 및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와 통일”, 그리고 "지역 및 세계적 차원에서의 군축" 실현은 대북 적대적인 한미동맹의 폐기와 압도적 우위의 한미연합군의 핵 및 재래식 전력 감축, 대북 과잉전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의 철수로부터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

2005. 11. 18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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