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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7] [항의서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밀실협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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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장관항의서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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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파괴하고 국민의 자기결정권 봉쇄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밀실협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님!

한미양국은 한미동맹 안보정책구상(SPI) 회의 직후 매번, 주한미군의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즉,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으로의 역할 확대(아·태기동군화)에 관한 밀실회의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는 이 두 종류의 회의가 내용적으로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회의 참가 주체가 상당부분 겹치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미양국은 이번에도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협상을 비밀리에 개최할 것입니다.

반기문 장관님!

주한미군이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으로 자신의 임무를 확대할 경우, 한국은 중국-대만 간 분쟁 개입 등 주한미군 해외침략의 전초기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용산기지와 미2사단의 평택 재배치, 한미군사임무 전환, 주한미군 대규모 전략증강 등은 바로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한미동맹의 종속적 성격과 구조상 한국도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주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동맹’으로의 전환에 동의하고, 대테러전쟁과 유엔평화유지군(PKO),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것은 한미동맹이 미국이 주도하는 침략동맹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이 아·태기동군화하고 한미동맹이 침략동맹화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는 군비경쟁과 전쟁위험이 심화될 수 밖에 없으며 최악의 경우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가 전쟁의 참화를 뒤집어 쓸 수도 있습니다.
이는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우리 헌법(제5조)과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발동요건(제2조)과 지리적 적용범위(제3조)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반기문 장관님!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정부와 전문가그룹 일각에서 사전협의제를 도입하여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문제를 연내에 매듭짓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입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지역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미 양국이 사전 협의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국이 일단 사전 협의 원칙을 정한 뒤 구체적 명문화 방식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또 SPI회의를 뒷받침하는 전문가그룹의 책임자는 최근 자신이 대표 집필한 한 논문에서 “한미양국은 ‘사전협의를 전제로 한 전략적 유연성 인정’이라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사전협의제 방식으로 매듭지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 장관님!

결론부터 말해서 사전협의제는 주한미군 해외 출입(in and out)의 면죄부가 될 뿐입니다. 이는 사전협의제를 두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분명히 드러납니다.
‘신일미안보조약 제6조의 실시에 관한 교환공문’에 따른 사전협의제는 병력 배치의 중요한 변경, 장비의 중요한 변경, 극동지역에서의 작전을 위한 일본 기지의 사용 등의 규정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어서 실제적 의미가 없거나 편법을 통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일 양국은 이렇게 허울뿐인 사전협의제마저 비밀 합의를 통해 핵심 대상인 한반도에서의 전투작전행동에 대한 사전협의를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전협의제는 단 한번도 적용된 사례가 없습니다. 이런 속에서 미국은 일본에서 발진한 미군 전투기를 베트남전과 걸프전에 참전시켰으며, 일본 정부는 이를 용인하였습니다.
이처럼 미일 간의 사전협의제는 모든 면에서 철저히 미국의 군사전략적 이해를 보장해 주고 일본 국민을 속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일본이 이럴진대, 방위조약이 훨씬 불평등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은 물론이고 평시작전통제권의 핵심부분 조차 미국에 내맡기고 있을 정도로 제도나 관계에서 종속성이 더욱 심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나은 사전협의제를 갖춰 주한미군의 해외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우롱일 뿐만 아니라 장관님을 비롯한 외교안보 관계자들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입니다.

반기문 장관님!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는 지난 50여 년간 유지되어왔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로서 한미양국의 합의 전에 반드시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입니다. 자신의 운명에 관한 문제인 만큼 우리 국민은 당연히 그 핵심 내용을 알 권리와 그것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외교안보 당국자는 이를 알리고 국민의 의사를 수렴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관님을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회의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미국과 이 문제를 밀실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철저히 짓밟는 반민주적 작태일 뿐만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근본 이익을 팽개치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군사패권전략을 보장하려는 사대매국적 밀실외교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귀하를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국민을 무시하고 미국의 이익을 받드는 이런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사전협의제라는 기만적인 방식으로 주한미군 해외 침략을 합법화하려는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만약 일신의 영달이나 정권의 안위를 위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여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팔아먹는 행각을 벌인다면 귀하를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국민적·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2005. 12. 7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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