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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2/1이철기 교수 발제문]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의 문제점과 위험성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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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의 문제점과 위험성
첫 한미 ‘전략대화’, 결과는 ‘대미 백기투항’

이 철 기(동국대 교수)

20일 새벽에 워싱턴으로부터 날아온 뉴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한미간 외교안보분야의 최대현안이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 정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작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기로 한 것을 외교적 성과로 자랑하더니, 첫 번째 열린 ‘전략대화’에서 한 일이 고작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 준 것이다.

‘전략대화’의 첫 작품이 ‘전략적 유연성’ 인정

‘전략대화’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마치 외교안보분야의 ‘대미항복문서’를 보는 듯하다. 미국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왔던 것들을 모두 망라해서 합의해주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 침략과 패권추구의 구실로 삼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의 협력 강화를 비롯해, 부시 2기에서 새로운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의 확산’에의 협력,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하고 있다.

그저 허무할 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함축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던 평화시민단체들과 의식 있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종속적인 대미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보다 균형적인 한미관계와 미래지향적인 외교안보정책을 갈망해온 국민들의 여망이 무너진 것이다. ‘균형외교’와 ‘자주국방’의 바람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한반도 안위와 직결되고 민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공개적 논의와 국민적 여론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밀실에서 결정해서 미국의 요구를 덜컥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한 약속을 일년도 못돼 뒤엎은 것이다. 이럴 걸 가지고 무엇 때문에 작년에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내 그 난리를 떨었는지 모를 일이다.

협상책임자들 문책해야

왜 이처럼 서둘러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주는 백기투항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동성명>의 내용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고민하거나 공들여 협상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미국측에서 작성해준 문서에 체면상 몇 자 고쳐서 합의해준 것으로 보인다.

협상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미래에 대한 비전 부족과 정세분석에 대한 통찰력 결여, 그리고 맹목적인 미국 추종과 무능,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더구나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미국에 더 코드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협상에서 보여준 협상태도의 재판이다.

외교안보팀의 정세 인식과 협상전략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글로벌 이슈(global issue)’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 현 외교안보팀이 내세워온 구상이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도 해주고 용산기지 이전협상도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북한핵문제나 남북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진한 발상은 미국에 역으로 이용만 당해왔다. 이라크 파병을 해주면 부시행정부의 대북한정책과 북한핵문제에 대한 입장이 온건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도 최근 북한의 인권문제와 위폐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강경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는 기대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에 당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은 간단해졌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강경하게만 나가면, 한국정부가 알아서 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들은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한국정부를 어르면서 가지고 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봉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주고 비위를 맞춰주면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도 시켜줄 것이라는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착각도 한 몫을 했는지 모른다.

‘전략적 유연성’의 직접적 목표는 중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이 당장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에 몰고 올 부정적 파장이 걱정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한국에 붙박이처럼 고정배치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에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의 다양한 군사적 목적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한다는 개념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전쟁억제력의 역할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 차원에서의 역할로 변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테러와의 전쟁’ 등의 명분아래 전 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침략에 동원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배경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일차적 목표가 중국이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간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주한미군의 출동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주한미군의 전력적 유연성’의 적용은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의 주장대로, “미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처럼 매우 당면하고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미군의 ‘군사변혁(military transformation)’과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개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목표가 21세기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데 두어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의 중심이 중국에 대한 봉쇄 내지는 견제전략에 두어짐에 따라, 주한미군을 비롯해 아시아주둔 미군의 주요 역할이 중국견제역할로 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해공군력 강화와 한국에서 해공군기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고, 미국 입장은 전면 수용하고

그런데 외교부는 <공동성명>에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단서문구를 포함시킨 것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외교적 성과처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거나 정세 인식에 대한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첫째, 외교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정부가 기존 입장을 크게 후퇴시킨 것이거나 그동안 국민을 속여 온 것을 시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되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같이 동북아에 적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외교부의 주장대로 <공동성명>의 단서문구를 해석한다 하더라도 한국군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입장을 미국이 존중(실제로 한국민의 의사가 존중될지의 여부도 불확실하다)한다는 것이지, 주한미군이 동북아지역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이 아무런 통제나 제약 없이 대중국 군사행동을 포함해 동북아지역에서 마음대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왜 이처럼 입장을 크게 후퇴시켰는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설사 한국군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군사행동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이 대중국 군사직전에 투입되거나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기지가 대중국 군사작전에 이용된다면, 이것만으로도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 대결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국봉쇄를 위한 미국의 ‘전진작전기지’로 활용되고, 주한미군은 ‘전진배치첨병’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이 동북아에서 미군을 따라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내세워 한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또 이 경우 한국이 미국의 요구와 압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목표가 중국이고 가장 큰 대상지역이 동북아임을 감안할 때, 동북아지역의 예외를 가정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이는 소도둑에게 소만은 훔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주한미군은 중국견제가 주목적인 아시아지역군으로 개편되고 있고, 주한미군기지는 중국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2사단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려는 110억달러의 무기도 실은 대부분 패트리어트미사일과 같은 미사일방어(MD)용과 대중국용 정보수집장비들이다. 미국은 오산공군기지내 패트리어트 PAC-3를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군산과 광주에도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종으로 PAC-3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동전의 양면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단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그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이란 미명아래 한반도 밖에서 행해지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군사적 필요에 우리 군이 동원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이 치르는 침략전쟁마다 따라 다녀야 할 판이다.

이미 <공동성명>의 곳곳에서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미동맹이 “지역 및 범세계적으로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반기문 장관은 ‘전략대화’ 참석에 앞서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전략대화’를 가지게 된 것을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지역과 세계적 문제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전략 협의를 갖는 단계로 발전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003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내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미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실무자 선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동의해주고, 단지 국민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국민과 대통령을 속여온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2003년 11월 7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그 후, 2004년 10월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3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와 2005년 10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도 재차 확인하고 있다.

한편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미연합군의 작전범위가 동북아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의 작년 5월 발언 역시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미상호조약 위반한 것, 국회동의 거치지 않으면 무효

이러한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의 발동사유(casus foederis)’를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리적 범위도 조약당사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로 사실상 한정하고 있다. 원래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규정한 목적상, 이처럼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에 머물지 않고 적용지역과 역할의 확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를 염두에 둔 ‘지역동맹’과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기여하는 ‘패권동맹’ 내지 ‘침략동맹’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효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과 안보환경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한국군이 동원되어 중국과 전쟁을 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보환경의 악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 유지되는 것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고, 또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미국의 말을 안 들어주면 정말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이 잘못한 신화에 대해 이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105개 주한미군기지들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인가. 연간 7억달러의 직접분담금을 별 군말 없이 내주고, 30억달러에 달하는 직간접분담금을 부담하는 한국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한국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최첨단 기지로 새로 지워주는 단일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이며 대중국전진기지 역할을 할 평택미군기지를 포기하고, 또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방어(MD)용으로 오산과 광주 등 서해안에 배치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거둬 가지고 나갈까.

중국포위전략이 구체화될수록 주한미군기지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LA발언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또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미국과 군사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태국과 필리핀에는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다. 뉴질랜드는 미국과 ANZUS조약을 맺고 있지만, 자국의 비핵정책을 내세워 핵을 탑재한 미국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기착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양국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이 뉴질랜드에 대해 경제 보복을 했다는 소문을 들어본 바 없다.

사실 미국은 한국에 단 한 명의 미군이 주둔할 수 없게 된다하더라도 한국을 동맹관계에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략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거나 군사적으로 밀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미국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 진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군사전략틀 탈피가 평화와 통일의 조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니는 가장 큰 위험성은 미국의 패권전략틀에 공고히 편입된다는 점이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정책은 동북아에 대립과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신냉전질서를 가져오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동북아에 대립과 갈등의 질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대미종속적인 안보정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기성찰 없이는 미래지향적인 안보정책이 나올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전략 및 정책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식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안보환경의 개선은 미국의 군사전략과 정책틀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자적인 안보전략과 정책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맹체제가 우리의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하고 안보환경을 악화시킨다면, 그러한 동맹체제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케 한다. 따라서 동맹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안보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맹체제가 아니라 동북아에 협력적인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동북아 질서가 다자화되고 균형화되고 협력적일 때만이 가능하다. 이는 결국 우리가 동북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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