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27-29] [평택재협상 촉구 농성] 2박 3일 동안의 힘찬 평통사 농성보고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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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이 미대사관 옆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 천막을 설치하고 ‘국책과 공권력 그리고 생명파괴를 참회하는 삭발단식기도회’를 시작했다. 5월4일과 5일 노무현정권이 보여주었던 폭력성과 그리고 아름다운 황새울들녘을 철조망으로 뒤덮음으로 쓰러져가는 한반도의 평화와 생명의 부활을 기도하기 위함이다. 사제단 신부님들은 25일까지 9일간의 미대사관앞 농성을 마치고 대추리 현장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매일 미사를 드리며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고자 활동하고 있다.
미대사관앞 농성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의 목사님들이 이어받아 5월 26일부터 평택미군기지관련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목사님들의 교회일정을 고려해서 평통사는 5월27일(토) 오후6시부터 29일(월) 오전 9시까지 2박 3일 동안의 농성을 힘차게 진행하였다.
첫날은 박석진회원과 박종양회원이 농성에 참가했다. 비가 내리는 광화문거리를 걸으며 대추리, 도두리 생각이 먼저 났다. ‘직파해 놓은 논에 씨앗이 돋아났었는데, 이 비가 도움이 되어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을까?’, ‘정상적으로 모내기를 했다면 이 비는 단비일텐데...’ 이러저런 생각을 하며 천막에 도착해서 목사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의사항 등을 전달받았다.
짧은 농성이지만 지지방문을 온 회원들이 있었다. 회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원들이 돌아가고 우리는 침랑을 펴고 잠을 청했다. 밤이 깊도록 세종로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빛났다. 또한 수많은 차량들이 분주히 지나다녔다. 너무나 바쁜 삶 때문에 우리의 평화가, 우리의 생명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벼가 자라야할 아름다운 시골 마을 들녘에 철조망이 쳐지고 구덩이가 파이고, 곤봉을 든 군인이 주둔하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저녁, 대추리와 도두리에 평화와 생명이 부활할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도 해본다. 그리고 분주함 속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이 황새울 들녘을 지키는 일에도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일요일 아침부터는 인천평통사 오혜란 공동대표와 본부사무처 오미정 홍보국장이 농성에 참여하였다.
농성텐트가 있는 열린 시민공원은 스크린쿼터 사수 공대위에서 벌써부터 텐트 농성을 펼치고 있어 그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농성을 진행하였다.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 아픔을 이겨내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 농성하는 사안은 달랐지만, 우리들은 아픔과 그 아픔을 이겨낼 의지의 공통성으로 결코 남남이 아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연인들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함께 맞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시처럼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저마다의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함에도 서울에서 별로 멀지도 않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에는 목숨과도 같은 농토를 지킬 권리도, 평화를 향유할 권리도 없었으며 지금은 자신의 마을까지 가는 권리마저도 불법적 불심검문으로 통제되고 있다.
그렇기에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그 시간에 팽성 농민들은 철조망을 멍하니 지켜보며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 누가 대한민국 국민 명단에서 팽성 주민들을 지워버렸는가?
그 누가 민간인을 상대로 군부대를 투입하고 벼가 자라는 광활한 황새울 들판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였는가?
그 누가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이 얘기되고, 미8군사령부와 주한미사령부의 하와이 이전,축소,해체가 얘기되는 마당에 대규모 미군기지 확장에 대해 재협상을 하려하지 않는가?
저녁 때에는 평통사 공동길,정용진 국장이 농성에 함께 하였다.
간혹가다 비가 쏟아졌다 다시 멈추고, 그러다가 다시 쏟아지는 이상한 날씨가 이어졌다.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에 열린 시민공원은 돌기둥 안의 불빛이 은은하게 주위를 밝혀주었다.
어쩌면 운치가 있을지 모를 그 광경을 보면서도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그분들의 슬픔과 분노가 보이고, 철조망과 불심검문, CCTV가 보인다.
반드시 바로 잡으리라! 다짐, 다짐 또 다짐 해본다.
월요일(29일) 오전에 김영진 목사님과의 교대로 2박 3일동안의 평통사 농성을 힘있게 마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