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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23 평택속보] 철조망 안쪽에서 보리, 마늘 수확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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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안쪽에서 마늘, 보리 수확
2006-06-23-금요일-대추리,도두리

철조망 안쪽에서 마늘과 보리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전까지도 없는 살림에 마늘, 양파를 사드셔야 했던 주민들께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2004년 6월 이전부터 살고 있는 주민만 출입이 가능하고 사진 촬영도 해서는 안된다는 꼬리표가 붙은 수확이였다.
아침 8시 마을회관에 모여서 1호지선 쪽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얼굴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트럭, 경운기,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한 줄로 쭉 서서 들로 나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지척에 있는 들을 멀리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신다.
"기름값 물어주라고 해."
"저놈의 철조망을 확 걷어 엿이나 바꿔 먹어야지. 우라질..."
"쌍놈의 새끼들."
욕 한번 해보지 못하고 살아서 욕하기가 겁난다고 하시면서도 저놈들 하는 짓만 보면 욕이 절로 나온다고 하시는 주민들을 보면 맘이 짠해진다.


군인들 중장비 때문에 쩍쩍 갈라진 농노... 어디 길만 갈라놓을까? 주민들의 마음같아 차마 볼 수 없다.

 30분을 돌고 돌아 드디어 도착했다. 윗분이 안나왔다고 길을 막고 보내주지 않는다. 30분간 실갱이 끝에 겨우 들어간 들은 정말 이쁘기만 하였다. 지난 봄 주민들이 직접 씨를 뿌린 논에는 벼들이 어찌나 가지런히 자라고 있는지. 주민들이 예술가처럼 보였다. 조금 더 들어가니 벼가 자라고 있음직한 논에 한참 공사중인 모습이 보였다. 군인들의 숙소를 짓기 위해 생명을 죽이고 논을 망가뜨리고, 저 넓은 땅에서 벼가 자랐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잡아가고.' 조만간 잡혀가길 빌며 마늘밭으로 향했다.


생명을 죽인 것도 모자라 생명을 죽이는 땅으로 만드는 국방부


군인이 도둑질해간 마늘. 얄밉게도 줄기만 남겼다. 흔적이라도 남기지 말것이지.

논두렁에 심어진 마늘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사람키만큼 자란 풀 사이에서 파란 줄기를 내밀고 자란 마늘이 마냥 신기했던 것도 잠시... 이상하다. 마늘이 거의 없다. 알이 작은 거야 풀 때문이라고 해도 왜 있어야 할 마늘, 양파가 안보이는 걸까? 잠시 후 그 사실을 알게된 주민들 화가 단단히 나셨다.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에서 마늘 도적이 있었던 것이다. 5월 4일 이후로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었던 곳, 그 도적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무리 견물생심이라고 하지만 싹쓸히를 했네... 싹쓸히를"
"아니 라면 꿇여 먹을 때 넣어 먹으려고 가지고 간거야 누가 뭐라하겠어...이게 뭐냐고"
"수확도 못해보고 이삭을 줍는 일도 있나."
"100접은 나와야 하는데 10접밖에 안 나오겠구먼. 이런 도둑놈들..."
뿐만 아니다. 알이 큰 것만 가져갔는지 알이 작은 것들은 수로에 던져져 있었고 포크레인으로 파헤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도 있었다.


숨구멍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빨갛게 노랗게 타들어 간 모. 
구멍 하나 뚫어 주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이걸 다 죽였을까?

다 죽은 모를 모시며 울먹울먹 하시던 어머니, 끝내 울음을 터뜨리신다. 
"내 자식 다 죽인거여."
"이것들 생각나서 어째 두발 뻗고 잔다냐."
없어진 마늘, 양파 보시고 속상하고, 타 죽은 모 보시고 속상하시고... 그 마음 달래 보려고 마신 소주 한잔이 왜 이리 쓰고, 안주로 먹은 마늘은 왜 이리 매운지. 속상해서인지 매워서인지 속이 아리다.


때늦은 보리를 수확하시는 주민

시기를 놓쳐서 수확량이 예전보다 너무 적고 질도 떨어진다며 한숨을 쉬시다가도 오랜만에 일다운 일 해본다면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시는 아저씨. 역시 농부는 농사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신가 보다. 내일 또 보리랑 감자 캐러 들어 오실거라면서 좋아하신다. 감자는 많이 달려있기를 바래 본다.


주워온 마늘 묶으면서도 한숨만 푹푹...


마늘도 썬텐을 해야한단다...

잠시 캐온 마늘인데도 할 일이 많다. 가지런히 묶어도 주고 햇볕에 말려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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