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9] [경향마당] 전시작전통제권이 왜 군사주권 아닙니까?/오혜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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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마당] 2010. 7. 9일 자
전시작전통제권이 왜 군사주권 아닙니까?
오혜란 | 평통사 평화군축팀장
2010. 7. 9
9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안보정책구상회의라는 이름의 군사회담이 열린다. 여기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후속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전작권은 군사주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 어떤 후속대책을 세울지 걱정된다.
청와대 김성환 수석은 군사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군통수권을 우리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한·미연합사에 대해 전작권을 행사할 때에도 양국이 공동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주권의 제약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작권은 군사주권이 아니며, 지금도 전작권을 한·미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가?
국군 통수권이라 함은 ‘대통령이 국군의 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군령과 군정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군통수권은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나 군령권이 그 핵심이다. 지휘권은 군정범주의 행정지휘권과 군수지원, 군령범주의 작전지휘권으로 나뉜다. 작전통제권은 작전지휘권 가운데 부대 편성, 부대훈련, 군기가 제외된 개념으로 작전지휘권보다 좁은 개념이나 작전지휘권의 핵심이다. 작전통제권이 빠진 지휘권이나 군령권은 알맹이가 빠진 부수적 권한에 지나지 않는다. 작전통제권 없이 대통령은 군통수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
작전통제권이 군사주권에 속한다는 것은 김영삼 정부 때 국방부가 국민 앞에 밝혔던 바다. 당시 국방부는 “실로 44년 만에 국가 주권의 중요한 일부인 정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국방일보 1994년 12월1일자)했다고 자평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는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은 주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군사주권이 정권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데 거짓말도 보통 거짓말이 아니다.
지금 연합사령관은 한·미군사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전작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겉만 보면 한·미 합의로 전작권이 행사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한·미군사위원회에서는 미국의 전략과 작전이 일방적으로 관철된다. 또 연합사령관은 미국 고위 당국에만 보고하고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도 미국에만 보고할 기술적, 법적 재량권이 있다. 한·미군사위원회 본회의 멤버는 미국 3명, 한국 2명으로 미국 우위의 의사결정구조다. 이처럼 한·미군사위원회는 미군 위주로 운영되므로 청와대 주장과 달리 한국 대통령은 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 행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끝)
* 경향마당에 실린 글은 원래 기고문을 지면에 맞게 줄인 것입니다. 기고문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왜 군사주권 아닙니까?
오혜란(평화와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9일, 워싱턴에서 안보정책구상회의(Security Policy Initiative)라는 이름의 군사회담이 열린다. 여기서 전작권 후속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전작권은 군사․국가주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 어떤 후속대책을 세울지 걱정된다.
청와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7월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군사주권을 포기했다는 세간의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군 통수권을 우리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한미연합사에 대해 전작권을 행사할 때에도 양국이 공동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전작권 연기를)주권의 제약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작권은 군사․국가주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지금도 전작권을 한미가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가?
국군 통수권이라 함은 “대통령이 국군의 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군령과 군정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군통수권은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나 군사력을 운용하는 용병기능으로서의 군령권이 그 핵심이다. 헌법학자들도 양병기능으로서의 “군정권은 전투와 관련한 군사 활동의 본질적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휘권은 군정범주의 행정지휘권과 군수지원, 군령범주의 작전지휘권으로 나뉘다. 작전통제권은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 상의 명시된 특정임무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으로서 작전지휘권보다 좁은 개념이나 작전지휘권의 핵심이다. 작전통제권이 빠진 지휘권이나 군령권은 알맹이가 빠진 부수적 권한에 지나지 않는다.
작전통제권 없이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 작전통제권이 군사주권의 상징이고 핵심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전통제권이 군사주권, 국가주권에 속한다는 것은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때 국방부가 스스로 국민 앞에 밝혔던 바다. 당시 국방부는 "한국군은 정전 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함으로써…실로 44년 만에 국가 주권의 중요한 일부인 정전 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독자적 작전지휘체계를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국방일보 1994. 12. 1)고 자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는 “나라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전작권은 국가주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군사․국가주권이 정권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데 거짓말도 보통 거짓말이 아니다.
현재 한미 연합사령관은 한미군사위원회(MC)의 지시를 받아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겉만 보면 한미 합의로 작전통제권 행사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한미군사위원회에서는 미국의 전략과 작전이 일방적으로 관철된다. 또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 합참이 아닌 미국 고위 당국에만 보고하고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도 미국 상부에만 보고할 기술적, 법적 재량권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한미군사위원회 본회의 멤버는 미국 3명(미 합참의장, 미 태평양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한국 2명(합참의장과 추가 대표 1인)으로 미국 우위의 의사결정구조다. 한미군사위원회가 미군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청와대 주장과 달리 한국 대통령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 행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은 수구냉전세력을 다독여 다음 대선에서 이기면 군사주권을 포기했다는 국민적 비판과 뒤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속내일지 모른다. 또는 북한 권력 승계과정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흡수통일에 나서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양자 모두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거짓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나서서 전작권을 환수하고 전작권 후속대책이 또 다른 주권의 이양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감시해야할 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