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2] 효순 미선 9주기 추모제 <걷어치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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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 미선 9주기 추모제 "걷어치움"
- 2011년 6월 12일(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효촌리 56번 지방국도 사고현장 -
2002년 미군장갑차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는 행사가 경기도 양주시 효촌리 56번 지방국도 사고현장에서 12일 오전 11시에 있었습니다. 사고 기일은 월요일인 13일이지만, 휴일인 12일에 열렸습니다.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와 평통사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 60여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사고현장 인근에 개인 사찰이 들어서고, 도로가 확장될 예정이어서 추모비 건립 운동이 더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상황입니다. 8일부터 14일까지 정동의 갤러리에서 추모그림전이 열리고 있어 기금 조성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허세욱 열사 추모사업회에서도 열사의 유지를 살려 기금을 내놓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엄마를 따라 추모행사에 온 아이가 비누방울을 연신 불어댑니다. 더웠지만 파란 하늘에 아이가 불어댄 비누방울이 떠 다니는 게 동화그림처럼 예뻐보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 두 소녀의 억울한 죽음이 묻혔던 게 마음에 걸렸던지, 아이 엄마는 아이와 함께 '응원'용 빨간 티를 입고 온 듯 합니다.
평통사 회원인 파주시의회 안소희 의원이 사회를 보았습니다. 추모비를 우리손으로! 불평등한 한미SOFA 전면 개정!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반대!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만장을 군데군데 세웠고, 사고 현장 부근에 두 소녀의 영정을 놓고 분향을 하였습니다. 미군이 조성한 추모공원, 미군이 세워 놓은 추모비 앞에는 미2사단의 조화가 있었습니다. 정말로 두 소녀의 못 다핀 꿈을 추모한다면, 진정으로 그 죽음에 사죄한다면 살인미군을 무죄 방면하는 일은 없었어야죠.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요구를 묵살하지 말았어야죠. 위선의 추모비는 아직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소녀들의 억울한 죽음을 각인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분노하고, 죄악의 근원인 미군을 내보내자고 다짐하면서 묵념을 하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추모사들이 이어졌습니다. 평통사 강정구 공동대표님은 "미선 효순이와 같은 비극적 일이 더 이상 없으려면 전쟁위기가 없어져야 하고 미군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재정적자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서 더 이상 패권 유지를 위한 군사력을 운용할 수 없다. 그 부담을 상당부분 동맹국에 떠넘기기 할 것이다. 온갖 만행 저지르며 전쟁위기를 초래하고, 우리 혈세를 좀 먹는 미군을 내보내야 한다. 상황은 낙관적이다. 주한미군 내보내는 평화협정 실현운동을 더욱 활성화 해서 효순이 미선이가 원하던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하였습니다.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님은 "한미관계가 9년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 터진 고엽제 불법 매립 사건은 미국의 국가적 범죄다. 우리에겐 치욕스런 주권 침해의 문제다. 지금보다 더 진일보한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두 소녀는 무건리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던 장갑차에 의해 목숨을 잃었죠. 그런데 그 무건리 훈련장이 확장되면서 인근 오현리 주민들이 고향을 잃을 처지에 있습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반대 주민대책위 주병준 위원장님과 주민 분이 나오셨습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무건리 훈련장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대대적으로 하였다. 새벽부터 나가 훈련 반대 피켓팅도 하였다. 효순이 미선이 기일에 즈음해 꼭 그렇게 훈련을 해야 하나? 국민들이 죽던 말던 훈련만 하지 말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 좀 들어라! 고향땅에서 살겠다는 주민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외국군대만 도와주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끝까지 싸워서 고향을 지키겠다" 고 결의하셨습니다. 민변 권정호 변호사님은 2002년 당시 사고의 진상조사단 일원으로 현장에 왔었던 것을 회상하며 "월드컵에 묻히며 우리 사법 주권이 훼손되며 우리 법정에 살인미군을 세우지 못했다. 미군 법정이 살인 미군을 무죄 방면후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사과 시늉이라도 하는 척 했다. 고엽제 등 주한미군 환경 범죄도 절대로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들고 나서야만 형식적인 조사라도 진행된다. 하지만, 미국은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시간 끌기 하면서 잊혀지길 기다릴 것이다. 미군은 한국의 환경 법규를 따르지 않는다. 국민들이 나서서 압박을 해야 현실이 바뀐다. 10주기가 되는 내년에는 이 자리에 우리 손으로 추모비를 세우자"고 하였습니다. 추모비 건립위원회 심우근 집회위원장이 나와 추모비 건립 운동의 경과를 보고 하였습니다. "작년 1월에 건립위원회를 꾸렸다.1만원씩 내는 건립위원을 10만명을 조직해서 10억을 모으자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약 300여명의 건립위원들이 수백만원의 기금을 모았고, 추모그림전을 통해 더 많은 기금이 모아질 것이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조직하자"고 하였습니다.
추모그림전을 주도한 민미협의 김운성 작가님은 소녀들을 추모하는 시를 적어와 낭독하였고, 민주노동당 최창준 자주통일위원장은 아이들의 피묻은 운동화 사진이 기억난다며 그때의 '탱크'가 지금은 '고엽제'가 되어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평화재향군인회 김환영 사무처장님은 이곳에 처음 왔다며 미군이 세운 추모비 말고 우리 손으로 추모비를 세워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경기북부진보연대 황왕택 집행위원장도 미군 범죄 문제와 SOFA 개정 위해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습니다. 이어, 경기북부에서 활동하는 극단 <허리>에서 미국에 의해 침해되는 한국의 주권을 형상화 한 극을 하였습니다.
마지막 순서에는 참가자들이 모두 두 소녀의 영정에 헌화를 하였습니다. 9년 전 소녀들과 같은 또래인 여학생도 헌화를 합니다. 전쟁을 겪었던 어르신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헌화를 합니다. 모두 생각은 같겠지요. 벽에 걸린 그림은 이근수 작가님의 <걷어치움>이라는 판화를 딴 것입니다. 두 소녀가 철망을 걷어올리는 그림 밑에는 " 움터라 / 움은 울음이요 / 울음은 / 함께함이요 / 같아짐이요 / 딛고섬이요 // 이땅 / 우리삶을 / 가르고 / 억누르는 / 모든사슬 / 막힘을 / 걷어 / 치움 "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작품은 14일까지 열리는 추모그림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참가하신 분들 : 주병준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반대 주민대책위원장과 주민분들, 유영쇠 선생님(전주)과 장기수 선생님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과 최복렬 연대사업국장, 이영 민가협 전 회장과 어머님들, 안영봉 평화재향군인회 공동대표와 김환영 사무처장, 황수영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최창준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과 당원 여러분, 박윤희 민주노총 의정부의료원 지부장과 조합원들, 이영순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단일노조 양주분회장, 김영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보좌관, 손민아 전교조 의장부지회 운영위원, 이충익 전교조 경기지부장, 황왕택 경기북부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이병원 민주노동당 포천시위원장, 민태호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 사무차장,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김형배 전교조 의정부지회 사무국장, 안소희 민주노동당 파주시의원, 강정구 평통사 공동대표, 명진 지도위원, 오혜란 사무처장 외 사무처 성원들, 서울, 부천, 인천 평통사 회원들, 심우근 추모비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 건립위원 권정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