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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6]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재외 제주인 선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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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재외 제주인 선언>
세계평화의 섬, 제주 공동체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모두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
저희는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이후 서울과 경기, 충청, 강원, 영·호남, 그리고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아들·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제주인들입니다. 대부분은 일 년에 두세 번 명절 때나 찾아가지만 제주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만은 늘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동안 언론을 통해 제주 강정마을과 그 앞 바다를 메워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의구심과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지만 설마하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국 각지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종교인, 공무원, 시민들뿐만 아니라 야5당과 외국의 저명한 석학과 인권·평화운동세력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주해군기지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반대함으로써 여론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구는 폭력적 공권력을 동원하여 군항공사를 강행, 재개하고 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의견을 밝힙니다.   
1. 우리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와 양립할 수 없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다.” (2005년 1월 27일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세계평화의 섬’ 지정으로 인해, 이제 제주는 국제적 분쟁과 갈등을 예방ㆍ해결하는 완충센터로 거듭나게 될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동북아의 제네바와 같은 국제평화도시로 자리매김 해나갈 것입니다.”(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세계평화의 섬’ 누리집 인사말)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세계평화의 섬’의 취지 및 효과로 볼 때 ‘세계평화의섬 제주도’와 대규모 해군기지는 전혀 양립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남방 해양수송로 확보 등 평상시의 해양관련 임무는 큰 규모로 승격되는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고유하게 담당할 역할입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전쟁을 상정하는 것으로서 불가피하게 군사적 경쟁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비평화적 행위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고, 국방부 장관도 부인하지 못했듯이, 한국의 모든 군사기지는 미국 군대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으며, 지정학적 위치와 규모를 고려할 때 제주해군기지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제주섬을 군사적 긴장과 위험의 한복판에 놓이게 하고, 유사시 공격의 대상이 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따라서 강정마을만이 아니라 제주도 어느 곳이든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4·3 학살의 아픈 역사를 세계평화와 인권의 중심으로 승화시키자는 제주도민과 전국민의 합의, 그리고 제주의 바람직한 발전상에 반(反)하는 것으로서 전면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2. 우리는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인정되고,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천혜의 제주 자연생태를 진지한 검토과정도 없이 경솔하게 파괴해 버리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세계 전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UNESCO)의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모두 지정된 제주의 아름다운 천혜 자연은 우리 제주인의 자랑일 뿐 아니라 모든 국민, 전 세계 모든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연자산입니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가 한편으로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도전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며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과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제주 서갱이 등 멸종위기 희귀생물이 살고 있는 강정 앞바다, 그리고 어디서도 보기 힘든 1km의 구럼비 바위와 고대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을 시멘트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려는 해군기지건설공사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그 이율배반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제주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실시나 생태보호조치도 없이 천혜의 자연생태를 파괴해 버리고 마는, 이 환경철학의 빈곤은 우리 제주인을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제주의 미래와 꿈을  망치게 하는 나쁜 일입니다. 제주 올레길의 성공에서 보듯이 이제 제주관광은 자연과 더불어 지친 몸을 회복하고, 마음의 평화와 풍요를 얻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주의 미래는 전쟁을 막아내는 소극적 평화뿐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평화, 내면의 평화까지를 담아내는 것으로부터 제주의 희망과 꿈을 전망할 수 있을 때 찾아오는 법입니다.
3.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제주 지역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손실을 초래합니다.
중앙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해군기지 건설이 제주도에 큰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를 내세워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천박할 뿐만 아니라 근시안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제주 관광산업에서 점점 늘어가는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 최근 외국인 제주투자의 대부분을 이루는 다양한 중국자본의 직·간접투자 증가, 그리고, 최근 중국영사관 제주설치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겨냥할 대규모 해군기지 설치가 어떻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경제적으로도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합니다. 제주 지역경제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도 제주해군기지는 전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해군기지 결정과정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안보와 관련된 국책사업이고, 주민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 볼 때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해군과 제주도는 2007년 4월, 극히 소수의 마을주민을 돈 몇 푼으로 회유, 매수하여 기습적으로 전체 주민 1000여 명의 유권자 중 87명이 참가한 마을회의에서 해군기지 유치신청을 결의하게 만들었고, 충분한 검토와 토의, ‘주민 전체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다수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졸속으로 확정해 버렸습니다. 주민들은 2007년  8월, 해군과 찬성파 주민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민 전체의 투표를 실시하여 참가자 725명 중 680명(94%)의 반대로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이처럼 강정 해군기지 건설 결정과정은 첫 단추부터 주민에 대한 진지한 설득이나 토론 등 민주적 절차가 전혀 아닌 비열한 공작과 매수, 협박, 졸속으로 일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화롭고 우애 깊던 마을 공동체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었습니다. 사촌끼리는 물론 형제끼리도 마찰을 벌여 다투게 되고, 마을 주민의 75.5%가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 이상 소견을 보일 정도로 심리적으로 황폐해졌다고 합니다. 바로 이러한 비민주적 절차 때문에 이 과정을 주도한 전임 제주도지사가 주민소환투표를 당하며 사실상 정치적 심판을 받았던 것입니다. 잘못 끼운 단추는 풀어서 다시 끼워야 하듯이 잘못된 절차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은 국가안보나 국책사업임을 내세워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주민을 내리누르는 권위주의적 방식이 통하던 시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는 2011년 제주도의회가 의결한 취지를 존중하여 절대보전지역 직권결정 등 즉각적인 행정절차를 취하여 도민사회가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원점검토를 선언해야 합니다.  
5. 제주 4.3 학살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수구보수집단의 좌익 친북 매도와 공권력에 의한 강제진압을 결사반대합니다. 구속된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중앙정부와 해군은 그간의 절차상의 중대한 잘못을 시정하고,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을 밟기보다는 힘으로 억누르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는 징계위협 등으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에 압력을 가해 중덕 바닷가로 통하는 농로를 폐쇄하도록 했고, 이를 시발로 육지 경찰병력을 대규모로 차출, 투입하여 농성중인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강제연행, 진압, 구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추어 수구보수신문과 일부 정치꾼은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김정일 추종세력이라고 매도하는 등 이념적 색깔공세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되살아오는 제주4·3의 악몽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제주4·3이 무엇입니까? 정부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듯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공권력이 오·남용될 때 어떤 참극과 아픔을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산 역사가 아닙니까? 해마다 수십만 명이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제주4·3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통해 국가공권력의 올바른 행사에 대한 인권과 평화의 교훈을 배우고 있는 마당에 제주에서 또 다시 국가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희생, 권리유린이 재연되는 것을 우리 제주인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6. 제주도정과 정치권, 그리고 도민 여러분께 강정 주민들과 함께 제주해군기지의 원천 무효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 상생과 화해의 섬이어야 합니다. 또 다시 제2의 제주4·3으로 눈물과 피를 흘려서는 안 됩니다. 현재 종교계 저명인사들과 평화활동가들에서부터 이름 없는 시민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나아가 세계적으로 많은 분들이 강정 주민들과 반대의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제주인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제주도민은 강정 제주해군기지를 주도했던 전임 도지사와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날치기 통과시켰던 정치세력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렸습니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제주도의회, 각 민주진보정치세력은 이러한 민의를 받아들여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합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외롭게 고립된 채로 공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것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강정의 문제는 제주 평화공동체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오늘의 강정 구럼비 해안이 내일의 조천 앞바다가 될 수도 있고, 애월이나 성산포 앞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두가 제주의 푸른 바다이며 평화·생명·인권 공동체의 일부분입니다. 조천읍에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듯이 모든 동·읍·면, 마을에서 강정평화마을을 향한 연대의 손길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른 여러 동·읍·면, 마을에서 자란 제주의 아들딸들인 저희들도 멀리서 미약한 힘으로나마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원천 무효입니다.  
 2011년 9월 5일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재외 제주인선언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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