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평화누리통일누리:::제62호::: <현장_전략적유연성과 미군기지탐방> 올 여름, 그들의 수상한 작업을 확인하다 --- 오미정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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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전략적 유연성과 미군기지 탐방|
올 여름, 그들의 수상한 작업을 확인하다
“그들이 머무르는 곳엔 ‘희망’이 없다. 그들이 떠났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고향만 남아 있을 뿐. 그런데도 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땅을 삼키려 한다. 초록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잿빛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악마적 능력.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괴물>의 근원.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그들의 야심만만한 작업은 착착 준비되고 있다.”
Use of deadly force authorized. 군산 미공군기지 철조망의 경고문. "무기발포 허가지역임"
60년이 넘도록 이 땅의 이질적 존재를 용인하며 살아온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과 ‘재편·재배치’로 우리에게 더 큰 위협이 되는 이 이질적 존재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꼬박 2년 넘게 봤던 대추리 하늘을 수도 없이 날아다니는 수송기와 헬기에 대해, 때마다 벌이는 한미연합연습을 빙자로 수천명씩 몰려오는 해외미군들은 어디서 무엇을 타고 와서 무슨 무기와 장비로 어떤 훈련을 하는지,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이 이라크 전에 참전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이 미군을 여전히 ‘주한’미군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우리나라가 미국이 벌이는 침략전쟁을 위한 전초기지, 병참기지가 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
<전략적 유연성과 미군기지 탐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한미군의 군사 변환 및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기지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를 조사하고, 주민들의 애로 사항과 투쟁과정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행동함으로써, 기지 감시와 폐쇄 활동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
탐방은 7월 25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파주 무건리 훈련장, 영월 필승 사격장, 왜관 캠프 캐롤, 대구 캠프 워커, 부산 제3함대 사령부, 광양, 군산 새만금과 공군기지, 매향리 농섬, 오산 공군기지를 돌아다니며 조사활동과 보고회 및 간담회, 항의 행동으로 진행되었다.
한층 더 공격성이 강화되고, 작전반경도 넓어지는 부대들
미군은 2008년까지 12,500명의 병력을 감축하는 한편 150개 항목에 110억 달러를 투입하여 전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사업의 하나로 요격미사일은 PAC II에서 최신형 패트리어트(PAC III)로 교체되고 있으며, 평택으로 옮겨 올 주한미군 2사단 ‘제1 중무장여단전투팀’에 무인정찰기 ‘섀도’ 4기가 추가로 배치돼 운용되고 있다. 또한 평택의 아파치 롱보우 헬기대대는 북의 1개 기계화 군단을 섬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공격용 부대이다. 그 외 M1A1 에이브럼스 탱크를 개량하고, 전술지휘통제(C4I) 체제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탐방에서도 실제로 주한미군의 전력증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산과 군산 공군기지에서는 육안으로도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대가 보이고 (왼쪽 사진), 군산 공군기지는 새로 배치되는 아파치 헬기부대를 위해 15만평 이상이 확장 예정이라고 한다. 군산 공군기지 앞 새만금 갯벌 쪽으로는 유도 등이 기지 바깥으로 100M 정도 삐쭉이 나와 있었는데, 2004년에 설치된 이 유도등 설치물은 활주로 연장효과를 위한 것으로 일반 전투기보다 활주로가 더 길어야 하는 스텔스 전폭기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산과 군산 기지에서 1번 숫자가 쓰인 탄약창이 새로 지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사진) 1번 탄약창은 경기북부 훈련장 근처를 지나갈 때도 볼 수 있었는데, 이시우 씨에 따르면 탄약은 종류에 따라 1번부터 4번까지 번호가 매겨지는데 1번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량 폭발이 일어나 화재진압 자체가 불가능한 탄약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에 새로 배치되는 신형 무기들은 작전반경이 기존보다 2-3배 늘어나는데, 이는 훈련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국방개혁안에 의하면 한국군도 신무기 도입으로 기존의 군단, 사단의 작전 영역이 늘어난다고 한다. 한국군 군단, 사단 작전영역은 현재 300km×70km, 15km×30km인데, 미래에는 100km×150km, 30km×60km로 늘어나는 것이다. 당연히 군 훈련장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 필요 하게 된다.
1982년에 만들어진 1군단 종합훈련장인 550만평의 무건리 종합훈련장은 미군이 연 13주를 사용하는 한미공동훈련장이다. 미군은 민통선 안의 파주 스토리 사격장, 다그마노스 훈련장과 연계하여 이곳 무건리 훈련장에서 종합 모의전투훈련을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곳을 포 사거리 확장과 장비증강에 대비하여 1100만평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스토리 사격장도 새롭게 20만평을 확장한다.
20년 넘게 마을길을 시도 때도 없이 지나다니는 기갑부대의 훈련에도 그저 나라를 위해 묵묵히 참아왔던 순박한 무건리 주민들도 이번 훈련장 확장계획에 맞서 ‘무건리 훈련장 백지화 추진위원회’를 꾸려 저항을 시작하였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 기지의 확장과 전력증강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신속기동화 된 미군의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신속히 들어오는 것도 의미한다.
증원전력의 신속 전개를 위해 왜관의 캠프 캐롤과 대구의 캠프 워커에는 증원 병력이 사용할 장비가 사전에 배치되어 있고, 평택 캠프 험프리는 중무장한 공수부대원 100명 이상을 20시간 이상 거리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최신의 C-17 수송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괌에 배치되어 있는 사전배치 전단은 미 해병대가 한 달 동안 사용할 무기와 장비를 상시적으로 대비하고 있으며, 괌과 오키나와의 해병대는 초고속 수송함으로 20여 시간 만에 포항에 배치될 수 있다.
때마다 실시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한미연합연습은 바로 증원전력의 신속 전개 훈련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3월의 만리포 상륙훈련이 그 한 예다. 이들이 경기 북부 훈련장으로 이동하여 사격훈련, 전술훈련, 도하훈련을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쟁발발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일체화 경향
오산 미 공군기지 내에 있는 한국 공군 작전 사령부, 부산 해군 제3함대 사령부 부두에 접안하는 미 태평양 항공모함 전투단, 무건리, 필승, 직도 등 한국군 훈련장·폭격장을 사용하고 있는 주한미군…
이런 사실들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일체화 경향을 드러내는 징후들이다. 한미연합지휘통제자동화체계(GCCS-K) 구축, 한미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신무기 도입 등을 볼 때 일체화 경향은 기지와 시설 등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포괄하고 있다.
한미 양국군의 기지와 시설의 일체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로, 오산의 한국군 공군작전사령부(사진 위)는 원래 기지 안쪽에 있었는데 최근에 새로 증축되어 한쪽 출구 쪽으로 나와 있고, 출구는 한국군 헌병과 미군이 함께 보초를 서고 있었다.
부산 제3함대 사령부 부두(왼쪽 사진)에는 올 6월에 확장 이전하자마자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가 접안하였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항공모함이 접안한 경우는 없으며 항상 외항에 정박해 있었다고 한다. 미 해군 장거리 전력 투사의 핵심 무기체계인 항모전투단의 접안 시설을 한국군 기지가 갖추게 된 것이다.
한국군과 미군이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군 기지보다는 자국군 기지가, 군 시설보다는 민간 시설이 반발이 덜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필승 폭격장 대책위를 세워 투쟁해 온 영월의 주민들도 “진짜로 원하는 것은 폭격장이 아예 폐쇄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폭격장은 폐쇄하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군 폭격장마저 폐쇄하라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과도한 것 아닌가?”며 애로점을 말하지 않았던가. 그나마 주민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미군 훈련비율을 축소시켰던 영월 필승 사격장은 언제든 미군의 훈련 비율은 늘어날 수 있고, 이미 야간 훈련의 90%를 미군이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군과 미군이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목적이 달성되고 있음을 말한다.
생명과 환경 파괴, 주민들의 삶과 인권 파괴
일제가 전국의 명승지에 박아 놓은 쇠말뚝에 대해서는 그렇게 분노하면서, 미군이 민족의 영산 태백산에 포탄을 박아 넣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의식을 못갖는 것은 더 큰 죄악이 아닐까? 매향리 농섬의 바닷가에 무수히 많은 자갈들이 사실은 찌그러지고 녹이 슨 총탄, 포탄 조각이고, 2M씩 박혀 있는 대형 포탄으로 갯벌이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는데? (사진 왼쪽, 아래)
평택의 비옥한 농토는 미군에게 주저없이 제공하면서 거대한 자원과 생명력의 보고인 새만금은 매립하여 농토를 만든다고 하더니 이젠 그 매립지를 다시 주한미군 기지로 제공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말라가는 논바닥과 갯벌에선 벼들이 죽어가고, 조개들이 죽어가고 있고, 그 땅을 미군기지는 탐하고 있다. (사진 아래)
기지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으로 논바닥이 오염되고 상수원이 오염되고, 전투기와 장갑차의 소음으로 소들이 유산을 하고 아이들은 정서불안과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 곱게 잠든 다섯살 꼬마가 전화벨소리에는 깨어나는데 전투기 소음에는 끄떡도 않는다는 군산 주민의 얘기에 기가 막힐 뿐이다.
다시 대추리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전국을 돌아 탐방단이 도착한 곳은 대추리, 699일째 촛불행사가 열리는 평화예술공원. 꽤나 어렵게 하지만 운좋게도 전원이 마을 진입에 성공하였다. (사진 왼쪽) (평택 경찰서장은 그 분풀이로 다음날 700일 촛불행사 참여자들을 막무가내로 막았다고.)
전략적 유연성과 미군재배치의 핵심, 평택 캠프 험프리. 용산에 있던 모든 사령부가 몰려 오고, 새로 재편된 중무장 전투 여단이 배치되는 등 주한미군의 두뇌와 심장부, 타격력을 모두 갖춘 기지로 강화되고 있다.
캠프 험프리를 코 앞에 둔 대추리 도두리 마을은 2006년 7월 현재,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 기지확장에 맞서고 있다. 거대한 미군의 신군사전략에 대항한 한국인들의 투쟁은 이 조그만 마을의 농투성이들로 대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남은 힘은 그리 많지 않고, 상황은 더 험악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9월 주택 강제철거라는 극악한 폭력에 노출될 처지에 있다. 이들을 지지 엄호하는 것은 ‘평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영월 주민들이나 무건리 주민들만의 몫도 아니다.
미군이 한국 땅에 주둔하는 한, 미군기지 확장과 강화로 인한 피해, 환경 오염문제는 이 땅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문제이다.
지금 당장 우리 동네 문제가 아니라고, 나는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삶을 보살펴 지켜주는 것이 국가 안보 아니던가? 진정한 안보를 위해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기지강화는 중단되어야 한다. 전 국민적인 반기지 운동으로 일상적인 기지감시활동과 기지확장 저지투쟁으로 기지폐쇄 투쟁을 일궈갈 때 비로소 우리의 안보는 실현될 것이다.
글 ┃ 오미정, 사진 ┃ 최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