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4] 기고_제주해군기지가 미군기지인 근거 (오마이뉴스 : 고영대 공동대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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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가 사실상 미군기지라는 항간의 주장에 국방부는 그동안 부정으로 일관해 왔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가 결국 미군기지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근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결정적 근거의 하나는 제주해군기지가 주한미군 해군사령관(CNFK)의 요구 기준에 따라 설계됐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제주해군기지는 방파제 내측 수심이 17.40m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주한미군 해군사령관의 요구 기준(15.20m)에 따른
것으로서 미국 핵 항공모함의 안정적인 계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대한민국 해군, 08-301-1 시설공사, 07 조사 및
실험보고서, 3편 1장 기본설계, 1·7·3 계류시설 계획, 1 부두 계획수심, 180쪽).
▲ 남방파제 계획수심 제 주해군기지 남 방파제 설계 기준은 항모의 접이안을 전제로 설계됨. 해군본부가 2010년에 발행한 08-301-1 시설공사 실시설계에 따르면 남방파제 부두 계획 수심은 "주한미해군사령관(CNFK: Commander, U.S. Naval Forces Korea)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는 DL(-)17.40m로 계획"되어 있다. |
제 주해군기지가 미군기지인 또 다른 근거는 한국 해군이 미 항공모함(CVN-65급)을 대상 선박으로 접·이안 및 입·출항 시뮬레이션까지 실시했다는 점이다. 또한 비행갑판이 돌출되어 있는 항공모함의 접·이안이 용이하도록 계류바지를 갖추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그 설계도까지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대한민국 해군, 08-301-1 시설공사, 09 실시설계 요약보고서, 5장 부대시설, 5·1·2 계류바지, 2 항공모함 접안 방법, 52쪽).
▲ 항공모함을 중심으로한 설계의 또 다른 증거, 계류 바지 해 군본부가 발행한 08-301-1 시설공사 시방서 제5장 부대시설에는 "항공모함은 특성상 비행 갑판이 매우 크게 돌출됐고 안전하게 접이안 하기 위해 계류바지가 필요하며 항모는 TUGt선을 이용한 평행 접안을 하며 계류바지를 통해 접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
한국 해군은 현재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보유할 계획이 없다. 그런데도 주한미군 해군사령관의 요구에 따라 미 항공모함이 계류할 수 있도록 수심을 확보하고 접·이안 및 입·출항 시뮬레이션까지 실시한 것은 제주해군기지가 바로 미 해군을 위한 기지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명백한 근거라 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미 해군기지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근거로 잠수함 계류부두의 수심을 들 수 있다.
특 이하게도 제주해군기지는 대형선 부두의 수심이 11.5m인 데 반해 중·소형 부두 및 잠수함 부두의 수심은 12m로 더 깊게 설계되어 있다. 한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의 흘수는 209급(1200톤)이 5.5m, 214급(1800톤)이 6m이다. 앞으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더라도 그 흘수는 7m 정도로, '국방시설 설계기준'에 따라 최소 여유수심(1.2m)과 여유 안정수심(1.2m)을 더해 9m의 수심이면 안전하게 계류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무려 12m의 수심을 확보하려는 것은 미 대형 핵잠수함(흘수 9.5m 안팎)이 안정적으로 계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 보고서'(2009. 1)에 "12m의 수심 확보가 발주처(해군)의 요구"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잠수함 계류부두의 수심도 항공모함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해군사령관의 요구에 따라 한국 해군이 설계업체에 과업지시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편 제주해군기지의 선회장(항내 선박 선회 수역) 규모도 미국 항공모함 CVN-65급 길이(342.3m)의 약 1.5배(520m, 지형적 제약으로 부득이하게 예인선을 이용하는 경우)로 설계되었다(국방부, 『국방․군사시설기준』, 「항만시설 설계지침」, 41쪽). 한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 함정인 독도함은 길이가 약 200m로, 항공모함과 같이 1.5배를 적용하면 선회장 지름은 300m, 2배(예인선에 의한 회두)를 적용하더라도 400m에 불과하다.
▲ 선회장 설계 제주해군기지의 선회장 규모는 항공모함 선회장 규모에 맞춰져 있다. (국방군사시설 기준) | |
ⓒ 고영대 |
반 면에 제주도 지자체의 요구대로 15만톤 크루즈선(길이 약 345m)이 안전하게 입출항하기 위해서는 선회장 규모가 1035m(선박 길이의 3배, 자력으로 선회할 때) 또는 690m(선박 길이의 2배, 예인선이나 쓰러스트를 이용할 경우)를 충족시켜야 한다(국토해양부,『항만․어항설계기준』, 「제6편 수역시설 및 준설․매립」, 696쪽). 제주해군기지의 현 선회장 규모는 15만톤 크루즈선의 안전한 항내 통항과 접․이안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군은 15만톤 크루즈선에도 1.5배를 적용했다고 주장하나『항만․어항설계기준』에는『국방․군사시설기준』과 달리 1.5배라는 규정이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제주해군기지는 핵항공모함이나 크루즈선이 계류할 방파제 내측 수심, 잠수함 계류부두 수심, 선회장 등 주요 시설이 미군의 요구에 따라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의 제원에 맞춰 설계, 공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군기지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지 금 중국 동남해상에서는 중국과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간에 영토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이에 편승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해상 패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한 기지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과거에 주둔했던 필리핀 수빅만, 베트남 캄란만, 태국 우따파오 등의 해군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미 해군이 이들 기지에 다시 주둔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 기지 사용료 등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반면 최적의 대중 전진기지가 될 제주해군기지는 전적으로 우리 예산(미군기지로 건설되는데 따른 늘어나는 추가 비용 부담을 포함하여)으로 건설해 미군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며, 그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것은 제주도가, 대한민국이 중국의 중·장거리 미사일의 공격 대상으로 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