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1] 오마이뉴스 기고문/1조원 챙긴 주한미군... 글로벌 '호갱'된 한국/박기학 소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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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 이틀째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4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에서 주한미군병사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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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2015〜2019)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 협상 때 핵심 쟁점은 해마다 평균 2000억~3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미집행액이 생기는 문제였다. 미집행액의 대규모 발생은 그 근본 원인이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지급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방위비분담액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의 요구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대폭 삭감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증액(2014년 예산 대비 1323억 원 증액된 9320억 원을 2015년 협정액으로 함)에 합의하였다. 대신 정부는 방위비분담 제도개선에 합의하여 대규모 이월 및 불용이 발생되지 않게 하였다고 협상결과를 발표하였다. 과연 제도개선 합의는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미집행액 발생을 미리 예상한 정부의 예산편성
2015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정부 요구액)은 8448억 원이다. 인건비 3490억 원, 군사시설 개선비 3373억 원, 군수지원비 1585억 원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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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5년 방위비분담 협정액은 9320억 원이다. 2015년 예산은 8448억 원이므로 협정액보다 872억 원만큼 줄여서 편성된 것이다. 국방부는 <표1>에서 처럼 '과거 집행실적을 고려'하여 군사시설 개선에서 756억 원, 군수지원에서 28억 원을 각각 감액하여 편성하였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 스스로 협정액이 다 집행될 수 없을 것임을 미리 예측하고 예산을 짠 것이다.
<표2>를 보면 방위비분담 예산을 협정액보다 줄인 감액편성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제도개선을 이뤘다고 공언하였는데 9차 방위비분담 시행 첫 해부터 정부의 호언은 보기 좋게 빗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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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지난 협상 때 대규모 집행잔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도개선에 관한 교환각서'와 '건설의 이행원칙에 관한 교환각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이행각서' 등 3건의 협정을 체결하였다. 미집행액이 발생되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개선 장치는 크게 두 가지다.
휴지 조각이 된 제도 개선 약속
그 하나가 항목별 예산배정을 이전과 달리 철저한 사전 한미 검토를 거쳐 전년도 8월 31일까지 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측은 내년도 인건비만 올해 8월에 그 배정액(3490억 원)을, 그것도 일방적으로 우리 정부에 통보하였을 뿐이다.
군사건설비(군사시설 개선비)와 군수지원비의 배정액은 아예 알려오지도 않았다. 이렇게 되자 국방부가 <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군사시설 개선비와 군수지원비를 과거 집행실적을 고려하여 감액하여 편성한 것이다. 즉 사전 한미 간 검토를 거쳐 배정한다는 한미 간 협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항목별 배정액 결정에 관한 한미 간 제도개선 합의는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함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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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제도개선은 군사시설 개선사업에 관한 것으로 주한미군사가 집행연도의 전전년도 11월 30일까지 건설사업 목록의 초안 및 초기사업설계 목록, 그리고 간략한 사업설명서를 우리 국방부에 제출하고, 최종 건설사업 목록의 초안은 집행연도의 전년도 8월 31일까지 우리 국방부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2015년도 예산안사업설명자료(Ⅱ−1)>(161쪽)을 보면 주한미군사가 군사건설계획을 한국 측에 보냈다는 설명이 없고 '2014년 신규사업 미확정'으로 되어있다. 3000억 원~4000억 원에 이르는 군사건설 사업예산이 사업계획조차 없이 집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도 사업조차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2015년도 건설사업계획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2013년도 군사시설 개선비를 보면 우리 국방부가 감액편성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집행률은 69.1%에 불과하다. 예산 4303억 원 중 2972억 원만 집행되고 1330억 원이 이월되거나 불용되었다.
2015년도 군사시설개선 예산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심사를 받고 있는 지금까지도 2015년도 군사건설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방위비분담 예산 자체가 명확한 사업계획에 의거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작성되었다는 것, 따라서 예산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예산이 설사 국회에서 의결된다 해도 집행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정부는 9차 방위비분담 협상결과를 발표하면서 "미측이 사업집행 직전(전년도 11월)에 건설사업 목록만을 제출하던 현행 시스템을 고쳐서, 사업목록안을 사업설명서와 함께 현행보다 1년 앞당겨 제출하며 이를 기초로 1년간에 걸쳐...(중략)...사업계획을 사실상 공동수립"하게 됨으로써 "이월액 등 집행부진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제도개선의 의의를 강조하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이런 의미부여는 1년도 채 못가 빈말에 불과함이 드러나고 말았다.
대규모 미집행액, 터무니없이 높은 방위비분담 때문
제도개선 절차가 가동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고압적이고 일방주의적인 태도와 우리 정부의 저자세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대규모 미집행액 발생 문제의 본질은 집행의 투명성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4년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채 2014년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지금부터 무려 12년 전인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에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에서 빼내 축적해 온 돈이 1조 원을 훨씬 넘고 여기서 발생한 이자만도 50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8차 방위비분담 협정기간(2009〜2014) 협정액보다 감액편성된 돈이 3924억 원(이 돈은 앞으로 미국에 주어야 할 돈이다)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런 여러 사실은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이 마치 자신의 쌈짓돈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규모 미집행액 문제를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지급되는 문제로 보지 않고 자꾸 집행의 투명성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이는 미국이 무서워 문제를 정면 돌파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국회는 2015년도 군사시설개선비 3373억원을 전액 삭감하여 과도한 방위비분담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재정부담을 덜어주어야 하며 아울러 우리 국민의 혈세를 마치 쌈짓돈처럼 여기는 미국의 오만한 사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는 또 그동안 무시되어온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되찾는 것이고 방위비분담에 의해 유린되어 온 재정주권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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