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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 효순·미선 13주기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한겨레, 2015. 6. 11)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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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림 시인, 효순·미선 13주기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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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 12주기 추모제가 지난 2014년 6월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 사고현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이들의 넋을 기리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마침 뒤편으로 탱크를 실은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 12주기 추모제가 지난 2014년 6월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 사고현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이들의 넋을 기리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마침 뒤편으로 탱크를 실은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2일 저녁 열리는 추모음악회에서 낭송
    신경림 시인이 2002년 미군 궤도장갑차에 치어 숨진 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을 기리는 추모시를 내놓았다.

    신 시인의 추모시는 12일 저녁 7시부터 경기도 의정부시 미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 공원에서 열리는 효순·미선양 13주기 추모음악회에서 낭송될 예정이다.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 대표인 박상희 목사는 “신 시인의 바람처럼 다시는 이땅에 이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두 소녀의 죽음을 기억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자주적인 평화통일의 길을 닦아나가자”고 말했다.

    다시 그날은 오는데
    -다시 신효순, 심미선 양의 영전에 드림

    신 경 림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아카시가 지고 산비알에 붉게 싸리꽃이 피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이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왔다는
    그래서 이 땅을 떠나지 않는다는
    장갑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슬픈 그날이 왔구나.

    우리는 다짐했지만,
    해마다 이날이면 다짐했지만.
    아름답던 너희 꿈들을 허공으로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영롱하던 너희 눈동자 이 땅 곳곳에서
    꽃으로 열매로 살아나게 하겠다고
    굳게 굳게 다짐했지만.

    타는 아스팔트 위를 장갑차는 달리고
    평화 대신 전쟁을 노래하며 장갑차는 달리고
    또 다른 마크 워커와 페르난도 니노에가
    열 명 백 명의 마크 워커와 페르난도 니노에가
    장갑차 위에서 휘파람을 날리는.
    너무나 흥겨워
    콧노래 흥얼대는.

    길에는 옛날처럼 꿈많은 소녀들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는 효순이들 미선이들
    그들을 위협하며 장갑차는 달리고.
    이 땅에서는 어떠한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마크 워커 들과 페르난도 니노에 들이
    운전하고 관제하는
    열세 해 전이나 똑같이 장갑차가 달리는.

    내 땅에서 내가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그것이 평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길이어서
    불끈 울분을 삼켜야 하는 우리는
    그래서 더욱 약해지고.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왔기에
    어떠한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수백 수천의 마크 워커와 페르난도 니노에들은 오늘도
    꿈많은 소녀들이 깔리든 치이든 아랑곳 없이
    너무 즐거워 마구 내달리는.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을
    우리가 이 땅에 되살려야 할 유월이 왔구나.
    이제 거꾸로 너희가 별이 되어
    우리 갈길을 가리켜주는 유월이 왔구나.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쓰러지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다시 그날이 왔구나.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 시낭송은 13일 현장추모제에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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