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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 오마이뉴스 기고 - 사드 배치 후보지를 가다 ①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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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95180&CMPT_CD=SEARCH
  • 캠프 캐롤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자리 잡은 주한 미군 기지이다. 왜관은 민족사의 애환이 고스란히 새겨진 영남 내륙의 요충지였다. 조선 시대부터 산세가 험한 한반도의 지형적 조건은 물류 이동에 불리했고 수로가 이러한 불편을 덜어주었다. 낙동강 역시 영남의 주 물류 이동로였다. 

    낙동강 연안에 위치한 왜관은 자연스레 나루터를 기반으로 영남 내륙 지방 농수산물의 교역장이 될 수 있었다. 일제 시대에 일본의 한반도 강점 전략에 따라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자, 왜관은 부산에서 직송된 물자를 북부 지방으로 운송하고 경북 지방의 농산물과 임산물을 부산으로 실어 나르는 거점이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 때는 왜관을 중심으로 낙동강 교두보가 구축되어 왜관과 다부동 일대에서 55일간의 전투가 진행되는 등 한국 전쟁의 향배를 가르는 치열한 격전장이 되기도 했다. 

    미군은 한국전쟁 후인 1959년에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철도선과 고속도로를 이용해 군수 지원을 전개할 목적 하에 이곳에 미군 기지를 건설했다. 캠프 캐롤은 인근에 있는 대구 미군 기지들과 함께 미 육군 군수 물품을 저장, 정비하고 전시에 대비한 물자 비축과 각종 전투 장비를 보관하는 병참기지다. 

    전구(戰區) 지원 유지, 탄약, 배급, 운송, 수용, 대기, 이동 등 전시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미 육군물자지원사령부(United States Army Materiel Support Command-Korea(MSC-K))와 제2보병사단에 전투 근무를 지원하는 제501지원여단(2015년에 제2보병사단 지원여단(2ID Sustainment Brigade)으로 명칭 변경)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칠곡 왜관은 유력한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조선일보>는 "미국 일각에선 평택이 미 신형 300mm 방사포와 KN-02 개량형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드 체계를 그 사정권 밖인 대구(왜관)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왜관은 평택·오산을 포함한 주요 미군기지 방어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부산을 방어하기에도 적당하다. 지난 2월, 사드 배치 지역 선정 기준과 관련해 국방부는 "주한 미군 기준이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드 배치 가능성에 술렁이는 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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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배치 반대 칠곡군청 앞 기자회견 2월 18일 경북 칠곡군청 앞에서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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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평택시, 원주시, 군산시가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대구시도 사드 배치에 완곡하게나마 부정적 입장(작전적 측면에서 적절, 환경적 측면에선 부적절)을 표명했다. 부산 기장군 의회도 사드 배치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칠곡군은 정부가 사드 배치 공식 협의 방침을 밝힌 직후인 2월 11일 통합방위 협의체를 소집했으나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칠곡이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주민 여론을 의식해 같은 날 <매일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면 정부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주민 의사에 맞춰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관 주민 여론은 사드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술렁인다. 캠프 캐롤 미군 부대는 칠곡군 왜관읍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반경 5Km 이내에 아파트, 학교, 군청, 왜관역과 상등 왜관 생활 중심시설이 다 들어가 있다. 

    왜관은 미군 기지 때문에 도시 개발 제한, 미군 범죄, 고엽제 매립 논란 등 온갖 부담을 떠안아 왔다. "만약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이참에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영남일보, 대구시 "K2 이전과 별개로 진행을" 칠곡군 "일방적 추진 부적절", 2016. 2 .12)는 왜관 주민의 격앙된 반응도 이 때문이다.

    "앉아서 핵 맞을 순 없다" vs. "사드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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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배치 반대 왜관 캠페인 필자(황동환 신부)가 사드배치 반대 홍보활동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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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관 5일장이 서는 3월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왜관시장과 왜관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알리는 1인 시위와 캠페인을 하면서 왜관 주민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50~60대 이상 남성들 사이에는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강한 듯싶었다. 붕어빵을 파는 시장 상인은 빵 굽다 말고 20여 분 동안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앉아서 핵을 맞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며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관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사드가 남한 방어용으로 쓸모가 없고 오히려 안보, 경제면에서 우리에게 손해만 끼친다"고 설명했더니 "그럼 북한 핵도 없애라고 해야지 왜 그 이야기는 없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왜관 인근인 김천에서 출장왔다는 50대도 "전자파 피해 때문에 도심이나 왜관에 배치하는 것은 반대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며 "미국이 무기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을 알지만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차원에서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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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관 사드배치 시민 스티커 설문 사드 배치에 대한 왜관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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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사드가 (왜관에)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라며 홍보물을 받아 가는 주름이 깊게 팬 얼굴의 할머니도 있었고, 직접 서명하겠다며 서명판을 찾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과일 장사하는 상인은 홍보물과 영상을 유심히 보며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역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는 "어디서 나왔냐"고 물으며 "작년 가을에도 사드 배치 반대하는 단체에서 왔었는데"라고 관심을 보였다. "일요일에 '사드 바로알기' 강좌를 하면 참가할 수 있다"는 고등학생도 만났다. 그 고등학생은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면서 사드 배치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왜관 주민들은 '미군 부대로 인한 희생을 더는 감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북한 핵무기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속내가 복잡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여론은 50:50 같았다. 사드가 남한을 방어하는 데 쓸모없고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점이 바로 알려지고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논의와 함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진척되어 나간다면, 왜관 주민 여론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왜관, 전쟁 격전지가 아닌 평화의 고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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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관 오일장 캠페인 왜관 오일장에서 사드배치 반대 홍보물을 나눠주며 주민들과 사드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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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중앙일보>는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67.7%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자체 조사, 2월 13일~14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전화면접조사, 유·무선 평균 응답률 25.6%) 

    사드 배치 찬성 의견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일부 보수언론이 정부 측의 입장만을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 문제를 '성능이 아주 좋은 미제 공격용 무기를 들여오는 것'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 국민도 많다. 이곳 왜관읍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단순히 고성능 방어 무기 하나 들여오는 것 이상의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상대방의 미사일을 맞혀야겠다는 신념과 그것을 뚫어야겠다는 생각의 충돌이다. 공격력은 비슷한데, 상대방이 나를 방어할 수 있다면 나의 공격력을 더 증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닐까. 

    왜관뿐 아니라 한국 전역 어느 곳이든 사드 배치는 곧 미국 주도의 MD 편입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국이 여기에 들어서는 순간 동맹의 체질이 바뀔 것이다. MD라는 신념 체계를 깔아놨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기 위한 연습도 해야 하고, 예산도 들여야 하고, 군도 새로 편제해야 하고, 무기도 들어와야 할지 모른다. 대북 압박이 아닌 대중국 압박을 위한 지역 동맹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것 말고 달리 전망할 수 있을까. 

    사드의 한국 배치는 군비경쟁의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것이고, 동북아 지역엔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 간의 평화 공존도, 민족 통일도 요원하다. 그리고 사드가 배치된 한국은 유사시 상대국의 공격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왜관을 중심으로 평화의 고장을 가꿔왔던 칠곡군은 지역 주민과 함께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라는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의지를 다져왔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특히 왜관 배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일은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평화를 지키는 일임을 함께 인식하고, 왜관 읍민이 평화를 만들어가는 파수꾼의 역할을 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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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배치 반대 왜관역 캠페인 사드배치 반대 왜관역 캠페인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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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글 | 황동환 기자는 대구평통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 신부입니다. 이 글은 '평화누리통일누리' 통권 153호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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