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3]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고 조영삼 님 시민사회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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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고 조영삼 님 시민사회장
2017년 9월 23일, 오전 7시 30분부터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고 조영삼 님의 시민사회장이 엄수되었습니다.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의 발인미사를 시작으로, 고인이 몸을 불살랐던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잔디광장, 청와대 앞, 미대사관 앞까지의 행진, 고인의 동지인 주민들이 사는 소성리, 영원한 안식처인 밀양까지 유족들과 시민사회장 장례위원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사드가 '임시' 배치된 롯데 골프장 앞에서
오전 7시 30분 발인미사, 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의 주례로 고인이 다녔던 밀양 성당 신부님과 황동환, 김동건, 나승구 신부님 등이 참여했습니다.
오전 8시 40분경, 고인이 고뇌에 찬 결단을 감행했던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광장에 유족들과 장례위원,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던 고인이 언론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을 선택한 것은 사드 철회에 대한 고인의 뜻을 문재인 정부에 전달해 달라는 의미였을 거라 추정됩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여전히 스스로의 몸을 불살라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막고자했던 고인의 충심을 외면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미 추종적 행태에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에 온 유족들은 감정이 차올라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상암동 노제가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상암동 노제에서는 고인의 유서를 군산평통사 박운옥 부대표가 낭독하였습니다. 사드 철회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고인의 마지막 글을 읽은 박 부대표의 절절한 음성에 유족들과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에, 남은 자들의 다짐을 담은 글을 오미정 처장이 낭독했습니다.
고 조영삼 열사여!
민족의 고난을 체현한 이의 힘겨운 병수발도, 망명객의 신산스런 삶도 기꺼이 을 감수하면서 통일의 열망을 한시도 놓지 않았던 님이여!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님이 소원하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것으로 벅차게 기대했건만,
미국의 압력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백해무익하고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강행하자
스스로 몸을 불살라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 님이여!
그리하여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심을 든든한 배경으로 국민들을 믿고 기어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랬던 님이여!
사드가고 평화오라!
당신이 화마에 쓰러진 이 자리에서 열사가 외쳤던 간절한 기도를 다시 듣게 됩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배려심 많은 동지인 ‘우렁각시’와 붕어빵 아들 ‘똥가리’와의 영원한 이별을 결단하며 우리 남은 이들에게 열사가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오직 사드 철회!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평화!
우리 모두가 님처럼 사드 철회를 위한 마중물이 되어줄 것을 당부하신 게 아니었을까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의 최전선, 한반도 핵대결 격화의 최전선이 되어버린 소성리 밤하늘은 별이 유난히도 밝고 많습니다.
이제 소성리 하늘에 새로이 빛나는 별 하나가 보인다면 님께서 사드 철회를 위해 싸우는 주민들과 우리를 지켜주는
별이 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여! 당신이 이 생에서 하실 일은 마치셨으니, 이제 평안히 쉬소서!
우리가 님의 뜻을 따라 기필코 사드를 철회시키겠습니다.
이어 호상을 맡은 이덕우 변호사가 고인의 영정에 술을 올리고 참가자들이 헌화 묵념하였습니다.
고인이 쓰러진 마지막 자리에 술을 올리는 김판태 군산 대표
고인의 유품이 있던 자리와 쓰러진 자리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인근에서 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시민사회장 장례위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약 500여명이 참여한 노제에서 강해윤 공동장례위원장은 "무기로는 결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신념에 사드배치 철회를 외치며 온몸을 던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마중물이 되어주신 고 조영삼 통일열사"라며 고인을 추도했습니다.
상암동 노제에서 유족인사 하기를 힘들어 했던 고 조영삼씨의 부인 엄계희 님은 마음을 추스려 무대에 올랐습니다.
엄계희 님은 "그는 평화통일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제가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야'하고 물을 때 '나는 평화통일을, 그 다음에는 세계 평화를 꿈꾼다'고 대답했다"면서 "한얼이 아빠는 거실에서 항상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너무 멀리 보지 마. 발코니만 봐'라고 했는데 제가 멀리 보려했던 것을 멈추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또한 "한얼이 아빠는 평화의 마중물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서 "세상 소풍을 마치고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가신 한얼이 아빠! 하늘나라에서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자유로운 영혼으로 안식을 누리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대형 영정과 상여, 만장을 들고 미대사관 앞으로 행진을 하였습니다. 평통사 회원들도 운구행렬에 함께하며 사드 배치를 강압하고 한반도를 핵전쟁의 대결장으로 삼는 미국을 규탄하였습니다.
미대사관에 다다르자, 평통사 중앙운영원이자 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인 조헌정 목사는 "분단의 아픔을 끌어안고 평생을 애써왔던 고 조영삼선생에게 우리 모두는 빚을 졌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제 그분의 죽음 앞에서 결연한 마음으로 다짐하십시다. 미국 너희들이 문재인정부를 굴복시켰는지는 몰라도 우리 천만 촛불 시민의 힘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횡포에 맞서 이 나라의 존엄과 자존, 평화와 주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그리고 우리는 분명코 이뤄낼 것입니다. 전쟁 없는 한반도, 미군없는 한반도,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이제는 우리 모두 힘을 합쳐 70여년에 걸친 지긋지긋한 분단과 암흑의 정전체제를 끝장냅시다! 우리 땅, 우리 조국,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십시다."라고 추모하였습니다.
원지동 화장장에서 운구하는 평통사 회원들
화장 후 분골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부인이 끝내 오열했습니다. 어제 밤, 장례식때 영정을 들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한얼 군은 화장 과정에서도 의연한 태도로 엄마를 돌보았습니다
오후 5시 30분경 운구 행렬이 소성리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직접 만든 만장을 들고 고인을 맞았습니다. 유족들과 장례위원, 소성리 이석주 이장, 만장을 든 지킴이들은 사드가 '임시' 배치되어 있는 골프장 입구까지 올라가 고인의 유지를 받들었습니다.
황동환 신부님의 기도와 이석주 이장님의 추도사가 있었습니다.
살과 뼈가 타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지고 계셨을 열사여!
사드 없는 우리나라, 전쟁없는 한반도, 핵무기 없는 한반도. 열사의 뜻 기려 꼭 만들겠습니다!
아래는 이장님 추도사 전문입니다.
이 곳은 패권주의의 화신, 미국에 의해 강제로 '허여'된 땅의 언저리, '임시배치'된 사드가 작전운용 중인 성주 미군기지 앞입니다.
이제는 사실상 남의 땅이 되어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고, 한반도 유사시 1차적 공격대상이 될 무서운 곳이 되었습니다.
이 곳이 동북아 분쟁의 진원지가 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통일을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기에 당신은 자신의 몸을 내던져서라도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하셨지요.
이제 이 곳에 오셨으니 사드를 물리치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소성리 할매, 할배들, 김천과 성주 주민들, 원불교의 모든 이들을 돌아보소서.
이 분들이 당신처럼 전국의 이름없는 많은 사람들이 사드 배치 문제를 크게 걱정하고 있음을 알고 위로와 힘을 얻게 하소서.
소성리 밤하늘에 또 하나의 밝은 별이 되어 사드를 몰아낼 때까지 최전선에서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을 지켜주소서.
당신은 하늘에서, 우리는 이 땅에서 힘과 지혜를 모아 사드를 철회시키고 한 판 잔치를 벌이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민들이 직접 음식을 하고, 직접 추모공간을 만들어 정성스레 준비한 노제가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이어졌습니다.
고인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 이어 강현욱 교무님의 고인 약력 소개가 있었습니다.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 대책위는 "
문재인 정부는 고인의 뜻에 답을 해야합니다. 님이 가신길은 혼자의 길 아닙니다. 이땅의 평화의 길입니다."라고 추도했고, 사드반대 김천대책위는 "아빠로서 아들로서 님이 하시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님의 뜻을 이어가겠습니다. 편히 가십시오"라고 추모했습니다.
김윤성 고 조영삼 시민사회장 장례위 공동위원장 겸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사드 철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선에서 소중한 동지를 잃은 이 아픔을 어찌 감내해야 하는 것이냐"면서 "고인의 숭고한 그 뜻을 이어 사드를 뽑고 평화를 심는 결의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최현정 사드배치반대김천대책위 부위원장은 "님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가족들의 그것에 비하겠습니까마는, 각중(갑자기)에 날아든 비보는 믿을 수가 없다. 황망하고 슬픈 마음에 자꾸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선명한 평화주의자가 돼야겠다. 여기 계시는 가족들이 외롭고 힘들지 않게 늘 함께 하겠다"고 했습니다.
원불교 김도심 교무님도 "평화를 외치는 종교인과 시민을 폭력으로 끌어내고 짓밟고 사드를 들여보내며 승리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지키겠다는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어기고 인권을 유린했습니다. 성공한 정권이 되길 바란다면 조영삼님의 살신성인의 자세를 기억하고, 간절한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위대한 대한민국 1700만 촛불 여러분, 평화의 마중물로 먼저 가신 평화주의자 고 조영삼님의 뜻을 새겨 사드 뽑아내고 이 땅에 평화를 이루는 그날까지 함께 하자"며 "평화의 땅에 통일의 꽃으로 피어나시라"고 추모했습니다.
이어 대구평통사 회원이기도 한 고희림 시인이 추모시를 낭독하였습니다.
평화의 바다로 먼저 가신 님께
- 고희림
밟히고 눌리고 꺽이고 부러지고
밟히고 눌리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소성리는 죽을 힘을 다했으나
경찰은
비단똥이 찬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소성리의 힘을 죽였습니다
님은 혼자서 죽었으나
님은 혼자서 가시지 않았습니다
님은 사드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님은 죽을 때까지도
대통령에게 사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어느 곳 어디에서부터 여기 소성리까지
언제까지나 지금껏 평생을
하마나 전쟁이 날까
하마나 살림이 풀릴까
하마나 민주주의가 될까
하마나 통일이 될까
하마나 사람같이 살아볼까
이런 생각뿐이었던 소성리였습니다
소성리엔 우리들이 있었고
우리들에겐 소성리가 있었고
저 깃발이 저 천막이 저 기도가 저 지킴이가 저 컵라면이 저 생수가 저 쌀들이 있었고
오늘은 님의 활활 빛나던
몸의 기도가
소성리 심장 속에 통일의 약속으로 박혔습니다
사드를 피하는 포탄
포탄을 섬멸하는 사드
사람만 죽어나는 무기장사
한국이 미일 동맹의 똘마니라고
미국 MD의 최전방 기지라고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타격대상이라고
사드는 너무 비싸고 고물이라고
무기장사는 커미션이라고
커미션은 똥파리들의 잔치라고
한반도는 뒤돌아보지 않고 전쟁위험으로 접어들었다고
낱낱이 유서에 쓰고 싶었으나 꾹 참으며
미국한테 달려가는 대통령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미국땅인양 유유히 들어가는 사드를 보고는,
소성리 할매들 분통을 더는 살아서 볼 수가 없어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아
사드를 데리고 님은 평화의 바다로 먼저 가셨습니다
소성리 사람들은 두 손을 들 사람들이 아닙니다
기다리자 기다려보자고 외치며
촛불들이 양보한 대가로
낫 한자루같은 촛불들을 훔쳐
미국의 품에 안기다니요
소성리 천막들은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는데
언제랄 것도 없이 무기를 팔아주는 다시 종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으로 스스로 살아야 했으나
마을의 얼굴에 침을 뱉는 국가가 국가입니까
미국에게 묻고 미국에게 응답하는
국가는 우리에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최고의 창과 방패는
전쟁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평화의 방패를 들고
통일의 창으로 물리치는 것입니다
님은 이를 알았기에
어린 아들과 아내를 남겨두고
평화의 제단 민족의 제단에
자신의 목숨을 올렸습니다
결코
버릴 수 없는 조상의 마을을 지키려
소성리의 원통을 함께 느끼며
영혼으로 사드를 막겠다는 결단에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으십시오
오늘 우리는 님이 데리고 간 사드를 영원히 묻습니다
님은 끝끝내 사드를 데리고 가셨으니까요
죽음으로 영혼으로 사드를 막아내고야 말았으니까요
부끄럽고 슬프고 분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님과 함께 하고 싶을 뿐입니다
소성리 노제에서 유족 엄계희씨는 "소성리 어머니들이 사드 반대로 TV에 나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같이 하지 않았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평화통일의 날이 올 때까지 한얼이 손 잡고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약속드리겠다.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부인 엄계희 님은 마을회관에서 저녁식사 하면서, "한얼이 아빠가 너무 큰 선물을 주고 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오후 7시 30분 경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배웅아래 운구행렬이 마지막 장소인 밀양을 향해 떠났습니다. 소성리 할머니들은 운구차에 올라 유족들을 배웅하며 위로하였습니다.
밤 9시, 고인의 마지막 안식처인 밀양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당 신부님들과 교인들, 추모객들이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며 봉안식을 가졌습니다.
소성리에서 함께온 지킴이들과 부산, 대구 회원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습니다.
고인이 다니던 밀양 성당 신자들이 촛블로 운구 행렬을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