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한 한미공동언론발표문에 대한 평통사의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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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제재와 압박’, ‘군사 대결적 방식’으로 달성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한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을 규탄한다.
11월 8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은「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이 발표되었다.
1. 이번「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오로지 한미 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 등 군사적 대결만 강조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는 방한 중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대결 수사를 누그러뜨렸다는 언론과 세간의 평가가 트럼프의 양두구육과 같은 속임수 행보를 똑바로 보지 못한 일면적, 표피적인 것임을 말해 준다.
이번「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에 대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힌 지난 6월 30일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해서도 크게 뒷걸음친 것이다.
아울러 이번「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밝히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 지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 등의 내용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북 제재 대상 지정 조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언급과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내용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대북 군사적 대결 위주의「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그 동안의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대북 초강경 공세적 주장이 전면 반영된 것으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공세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군사적 대응과 맞물려 현재의 한반도 전쟁위기를 한층 격화시키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우리는 조건 없는 북미, 남북대화 재개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달성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2.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다음으로 “일본과의 3국 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서 “3국 간 미사일경보훈련 및 대잠수함전 훈련을 계속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한미일 통합 MD와 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정책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 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 약속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으로,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합의한 지 10일도 채 안 되어, 또한 싱가포르 CN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군사동맹을 부정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이를 뒤집음으로써 또다시 대미관계에 대중관계를 복속시키고 말았다. 이로써 미국과 일본은 이른바 ‘동북아판 나토’라고 불리는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를 미·일·호 군사동맹과 결합시켜 미국 주도의 아태 지역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미일의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과 종국에는 나토와 연계시켜 나갈 것이다. 이 때 한미일 군사동맹을 그 '핵심축'(「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전문)으로 삼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사드 배치는 바로 그 출발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한미동맹의 성공적인 사드 배치” 운운한 것은 사드는 임시 배치된 것에 불과하고 환경영향평가 후 전면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의 그동안의 사드 관련 주장이 얼마나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호도하고 사드 배치에 따른 비난을 일시적으로 모면해 보려는 기만적 주장이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3. 다음으로 한미 정상은「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첨단 군사 자산의 획득과 대한민국 및 주변 지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확대를 통해 한·미동맹의 방위 태세와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하였으며,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 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 개량, AH-64 아파치 대형 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한미 정상 간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적폐세력의 미국으로부터의 무분별한 무기 도입 관련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그대로 떠안을 것을 강제하는 것이자, 문재인 정부는 한술 더 떠서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요구와 함께 미국산 무기를 확대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지난 10년간 수입한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 360억 원으로 한국의 1년 국방비와 맞먹는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산 무기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것은 대북 방어 작전 소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무기 강매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국내 지지도를 높여 탄핵을 모면하려는 트럼프의 장삿속과 정치적 꿍꿍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충실히 뒷받침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속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조장하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요구와 함께 대북 선제공격 무기 도입으로 트럼프의 한반도 전쟁위기 조장을 한껏 거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무기체계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미국산 무기 도입을 약속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의 한미 공동성명이나 발표문에서도 그 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굴욕적인 대미 저자세 외교 행각이라는 점에서 실로 개탄스럽다.
그러나 한국이 향후 도입하겠다는 미국산 무기들은 재래식 군사력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어 과잉전력으로 되는 무기체계들로서 국민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적 대결과 군비경쟁을 격화시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우리 민족과 국가 이익을 전면 훼손하게 된다. 나아가 이들 무기체계는 한결같이 대북 선제공격용 전력이자 미·일의 대중 견제와 미·일 방어를 위한 것들이다. 게다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하기도 어려운 고성능 무기체계들이어서 한국군의 전략과 작전, 전력 운용에서 대미 군사적 종속을 심화시킬 뿐이다.
바로 이상의 이유들로 볼 때 한미 두 정상이 지난 한미 정상회담(6, 30)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합의했던 내용이 이번「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서는 완전히 빠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으로 대중 포위 작전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에까지 한국군이 동원되려면 주한미군의 전면적인 ‘전략적 유연성’ 행사와 함께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는 미국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핵·미사일 문제를 ‘제재와 압박’, ‘군사 대결적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한 미국의 확장억제전략과 ‘4D 작전개념’, ‘작전계획 5015’ 등의 초고강도 공세 전략과 작전 수행, 이를 뒷받침하는 공세적 전력을 운용하고 이에 맞게 한국군 병력과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 미국은 결코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반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환수 공약 또는 집권 후 조속한 환수 입장을 속절없이 포기해 버린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이익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가 전면적으로 관철되고 한국의 이익과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가 철저히 배제된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에서 ‘제재와 압박’, ‘군사 대결적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마냥 추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이번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방위비분담금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불법부당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평한 분담에 대한 갈망을 인정하였다(acknowledged the desire for equitable cost sharing)”는 발표 내용은 그동안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미 간 분담이 공정하지 못했고, 따라서 공정한 분담을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은 정당하며, 이에 차기(10차) 협상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해 주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위비분담금은 미집행액만 2017년 현재 무려 1조 원이 넘고, 직·간접비를 합해 한국의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용 분담률은 80%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미국이 공평한 비용분담 운운하며 방위비분담금의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또한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은 “다가오는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분담 조치)을 통해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 사드 배치 및 운용 등과 같은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이를 위해서 차기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관련 ‘방위비 분담 조치(defense cost-sharing measures)’를 취하기로 하였음을 뜻한다. 그러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구실로 한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는 미군 유지비(주둔비)를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어 있는 한미소파 5조의 위배이자, 방위비분담금은 어디까지나 주한미군 장비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불법부당한 요구이다.
한국이 총건설비 107억 달러에 달하는 “주한미군 평택기지 확장에 90억불 이상을 부담한 것에 대해서 양국 정상이 주목하였다”는 「한미 공동언론발표문」내용 또한 향후 협상에서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한국의 입장보다는 방위비분담금의 총액을 늘리려는 미국의 입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이 미 2사단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한 것은 미 2사단 평택 이전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LPP 개정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전횡이다. 그런데도「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미국의 관련 불법과 전횡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부당한 한국의 미 2사단 이전비용 부담을 마치 한국의 자발적인 의지인 양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의 비용 분담을 전례삼아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에서 자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미군주택 임대료나 C4I 현대화 비용에 대해서도 방위비분담금의 전용을 더욱 더 당연하게 여길 것이며, 나아가 다른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서도 한국의 부담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한 이번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 내용은 차기 협상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기투항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듯 협상 전에 미리 미국의 불법부당한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해 버린 것은 역대 이명박·박근혜 적폐 정권 하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굴욕적인 것으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도를 넘는 대미 종속적 태도에 충격을 가눌 길이 없다.
5. 이와 같이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철두철미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회담이자 협상 내용이었다. DMZ에 가서 한 시간이나 트럼프를 기다리다 되돌아오는 등 한국 대통령으로서의 자존을 내팽개친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굴욕적 자세가 모든 한미정상회담 과정과「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 관통되어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대미 저자세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그 동안 겹겹이 쌓아 놓은 반북 대결적, 대미 종속적 적폐들을 청산할 수 없으며, 그 결과 이 땅에서 자주가 움트고 평화가 숨 쉴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치욕적 결과를 규탄하며, 이 외교적 참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그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 진용의 총사퇴 및 전면 개편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7. 11. 9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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