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관련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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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개정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벼랑 끝으로 내몰‘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을 단호히 반대한다-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언론 보도에 따르면 2일부터 한미연합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위기관리참모훈련(위기관리연습의 변형)은 8일부터 진행될 한미연합연습에 앞서 국지도발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을 숙달하기 위한 위기관리 성격의 훈련이다.
대다수 언론의 보도와 세간의 이목을 비켜간 이 훈련이 중요한 것은 2019년 8월에 실시된 한미연합연습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 후 위기관리권을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이 행사할지를 놓고 심한 갈등이 야기된 데다 직후에 미국이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이하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의 개정을 요구함으로써 그 향배에 따라 전작권 환수 후 한국군 작전통제권과 한국의 위기 시, 전시 상황에 미칠 파장이 실로 크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요구대로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군의 위기관리권을 행사하고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는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향후 한국이 직면할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안보적 난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란
▲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중단 지난 2월 3일, 미대사관 앞에서 평통사 회원들이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란 “(한반도) 위기 상황 발생 시 한미동맹이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하기 위한 원칙과 지침을 제공하는 문서”(한국 합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 2020.11.3.)로 전시 이전의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문서다. “여기에는 한국 합참과 한미연합사 간 첩보 교환으로부터 … 지휘관 간 협의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여 위기 상황 발생 시 한미연합에 의한 체계적인 조치를 보장하고 있다.”(국방백서 1999).
한미 간 위기관리에 관한 문서는 “1994년에 관련 약정을, 1995년 5월에는 세부 시행 합의각서를 체결하였고, 1998년 4월에는 연합위기관리절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합의각서(‘한국 합참과 유엔사/한미연합사 간 연합위기관리에 관한 MOA’, 국방조약집)로 체결”(국방백서 1999)되었다. 이 합의각서는 제31차 한미안보협의회의(1999.11.23)에서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라는 명칭으로 다시 체결(경향신문, 1999.11.24.)되었다. 이전의 한미 군 간의 합의가 국방장관 간 합의로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
2.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의 2차례 개정과 최근 미국의 재개정 압박
체결 이후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는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개정되었다. 그런데 미국이 최근 다시 위기관리의 대상과 범주를 현행 ‘한반도 유사’에서 ‘미국 유사’로 확장하는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의 재개정을 요구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전의 두 차례의 개정이 위기관리 대상과 범주를 한반도로 국한시켰던 것에 비해 이번 개정 요구는 미국 등 한반도 역외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 폐기! 2019년 10월 30일, 미대사관 앞에서 한국군 병력과 자산을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동원하려는 미국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미 군 당국 간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논의는 이미 2019년 10월에 시작되었다. 당시 언론들은 제5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2019.11.15.)의 개최를 앞두고 “전작권 전환 이후 시행될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를 개정하기 위한 한미 간 첫 실무협의를 진행”하였으며, 이 회의에서 미국은 “연합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규정한 문구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 유사시’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경향신문, 2019.10.29.). 나아가 한미 군 당국은 “(개정) 초안을 만드는 중”(국민일보, 2019.10.29.)이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논의가 언론에 보도되자 미국이 이에 엄중히(?) 항의했으며, 국가정보원이 조사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미 당국이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을 그만큼 중대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언론 보도 때문인지 당시 개정 논의는 일단 수면하로 잠복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2019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는 관련 사안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20년 4월에는 한미가 개정 초안에 합의했다는 보도(한국일보, 2020.6.10.)가 나오고, 제5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2020.10.14.)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를 2020년 말까지 최신화해야 할 필요성”(공동성명 11항)에 공식 합의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제 문재인 정부의 최종 수락 과정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3.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미칠 파장
그러나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한미연합으로 관리, 대응해야 할 위기 대상과 범주가 남한 방어를 넘어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로까지 확장됨으로써 미국은 지금까지 행사해 왔던 한국군의 위기관리 권한과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행사하려 하거나 돌려주더라도 핵심 권한은 자신들의 손에 남겨둠으로써 환수된 한국군 위기관리 권한과 전작권을 누더기로 만들 수 있으며, 그 정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오마이 뉴스, 2021.2.17.)을 참조)
또한 위기관리 대상 지역이 오키나와와 괌 등 태평양상 미군기지와 미 본토를 포함하게 되고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남중국해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되며 심지어는 호르무즈와 중동지역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이 적용되고 해외미군의 작전이 이루어지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됨으로써 한국과 한국군은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국방상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1)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위기관리권 환수와 국가안보에 미칠 파장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무엇보다도 이를 근거로 미국이 전작권 환수 후에도 위기관리 권한을 계속 행사하려고 함으로써 미래연합사(한미연합사 후신) 사령관을 맡게 될 한국군 4성 장군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나 미래연합사 부사령관(주한미군 장성)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거나 한미 합의에 따라서는 미국이 정해놓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한국군의 위기관리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
그동안에도 한미 국방 당국은 한반도 위기 발생 시 데프콘(DEFCON, 방어준비태세) 발동 등 위기대응조치를 둘러싸고 적잖게 갈등을 빚어왔다. 한미연합 위기대응조치는 데프콘 4(정전 시)→데프콘 3(위기 발생, 장병 휴가 외출 금지, 즉각 출동 준비)→데프콘 2(위기 격화, 동원령 선포, 개인 탄약 지급, 부대 편제 인원 100% 충원)→데프콘 1(전시 전환, 계엄령 선포) 순으로 발령되며, 데프콘 3부터 전시로 간주되어 위기관리 권이 한국 합참의장으로부터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간다. 한미연합사 창설(1978년) 이전에는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권을 행사했다.
그 동안 미국은 청와대 기습 사건(1968년), 연평도 포격전(2010년) 등 남북이 직접 관련된 위기에는 위기를 해소하는 쪽으로,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1968년), EC-121기 격추 사건(1969년), 이른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년) 등 북미가 직접 관련된 위기에는 위기를 확대하는 쪽으로 대응하는 등 철저히 자국의 이해를 앞세웠다.
▲ 청와대 분수대 앞 평통사 회원들이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중단 릴레이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 후 다시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는 데 따라 한반도 위기 발생 시 남한의 이해를 배제하고 미국의 이해 위주로 위기조치―위기 확장 쪽으로―를 취할 가능성이 커진다. 위기조치관리관으로서의 유엔군사령관이 북한이 태평양 미군기지나 미 본토를 공격할 징후를 포착했을 경우 위기관리에 실패해 북한에 의해 공격을 당하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무기체계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전계획 5027-98 이후, 특히 최근의 작전계획 5015가 대북 선제공격을 공개 표방할 정도로 초공세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도 유엔군사령관이 위기 해소보다는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높인다.
나아가 위기가 비화되어 전시로 돌입하면 미국은 남한을 겨냥한 북한 무기체계보다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겨냥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 수행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며, 이러한 임무를 반영한 작전계획과 전작권 행사를 통해 태평양 미군기지와 미 본토 방어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동원하게 될 것이다. 이에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한반도 위기 발생 시 미래연합사의 위기대응조치는 남한 방어를 위한 징후 포착과 위기 식별/평가 및 대책 수립과 시행보다는 태평양 미군기지와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징후 포착과 위기 식별/평가 및 대책 수립과 시행에 중심을 두게 되어 남한 방어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에 동원된다는 것은 소성리 주한미군 사드 레이더가 노골적으로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겨냥한 북·중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하기 위한 전진배치모드로 운용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SM-3 요격미사일 장착이 예정되어 있는 한국의 이지스함이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겨냥한 북·중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미일 신가이드라인 개정과 일본의 안보법제 제·개정 및 집단자위권 행사로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겨냥한 북·중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과 주일미군 방어 임무를 수행하게 된 자위대와 적기지(북한) (선제)공격을 공언하는 일본 수구세력의 뒤를 이어 이제 한국군이 태평양 미군기지와 미 본토 방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작권 환수를 둘러싸고 한미 간 갈등의 주된 요인의 하나였던 전작권 환수 후 유엔군사령관의 위기관리 권한 행사 여부는 이제 더욱 첨예한 한미 간 갈등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 위기 발생 시 독자적인 위기관리권 행사로 남한 방어를 위한 위기대응조치를 수립, 시행해야 하는 한국군에 반해 태평양 미군기지와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위기대응조치를 수립, 시행해야 하는 주한미군으로서는 이 임무를 한국군에게 맡길 수는 없을 것이며, 이를 자신들이 주도하는 한편 미국 방어 에 한국군을 동원하기 위해서 위기대응조치 수립, 시행 전 과정을 주도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전작권 환수 협상을 벌일 때 당시 벨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한반도에서) 위기가 고조되어 전시로 전환할 때 유엔사의 지휘 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위기가 발생해 전시 전환에 이르는 시기에 유엔군사령관의 위기관리권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연습(2019.8) 과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이 위기관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고집해 그의 지휘하에 위기관리연습을 진행함으로써 전작권 환수 후 유엔사를 통해 위기관리권을 행사하려는 주한미군의 속셈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5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2018.10)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채택한 ‘전작권 전환 후 연합방위지침‘에 따라 이후 체결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간 관계 관련 개정 약정(TOR-R)’에 정전협정 준수와 관련해 유엔사의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시 권한을 명문화해 주었다고 한다(이데일리, 2019.9.4).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유엔사가 한미연합사에 대해 갖고 있던 “정전사무 이행에 관한 권한”―국방부가 발표한 유엔사와 한미연합사 간 관계 관련 공식 입장(2019.9.4)―이상의 권한을 부여해준 것으로, 전작권 환수 후 유엔사령관이 위기관리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이렇듯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위기관리권과 전작권 환수가 무력화되거나 빈 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남북, 북미 위기가 중첩되어 위기가 격화되는 과정에서 대북 선제공격과 같은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뿌리째 뽑히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한반도 위기 발생과 이의 전쟁으로의 비화를 막기 위해서, 아울러 남한 방어가 미국 방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전작권 못잖게 위기관리권의 즉각적이고 온전한 환수가 절박하다.
2)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동북아 위기와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다음으로 미중 위기에 대비해 한국은 미국의 대중 전진기지로 완벽하게 전락하는 한편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양안 분쟁과 동·남중국해 등 미국의 대중 군사적 포위전략에 동원될 수도 있어 한중관계가 군사적 대결과 분쟁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한반도는 미국의 대중 군사적 포위와 대결을 위해서 둘도 없는 지정학적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중 위기 시 한국 해군은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중국 주요 해군전력이 배치되어 있는 중국의 북해함대(청도)에 대한 봉쇄와 동·남중국해로의 중국 해군 전력의 기동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공군과 육군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미국을 겨냥한 동북부 ICBM 기지를 전투기와 미사일의 사정거리 내에 두고 있다. 이에 장거리 공대지 공격능력을 보유한 한국군의 F-35/F-15K, 함대지/잠대지 공격능력을 보유한 대형 구축함과 중형 잠수함,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1,000~1,500km의 순항미사일 등이 대중 군사적 견제에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집으면서도 중거리 핵미사일(INF)협정 탈퇴는 유지하려는 것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 일본 등에 배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중 군사적 포위와 미중 위기 시주로 공세전력으로 무장한 한국군을 주로 방어전력으로 무장하고 평화헌법 9조(교전권 부정)의 구속을 받는 자위대보다 훨씬 유용한 전력으로 간주할 것이다.
또한 양안(대만해협)과 동·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간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주한미군은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하여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사는 노무현 정부가 주한미군이 양안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용(2006.1.19.)해 주었고, 이를 전후해 주한미군 2사단의 3,600명과 헌병 70명 등 이, 2008년에는 AH-64D 대형 공격용 헬기 1개 대대가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파견된 바 있다. 이제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과 ‘미국 유사’를 명분삼아 주한미군이 아무런 제약 없이(?)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하고 양안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트게 되는 것이다. 최근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공 정찰기 U-2S가 대만해협 인근 동중국해 상공 12Km를 정찰 비행했”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세 번째 대만해협 출격”이라는 보도(연합뉴스, 2021.2.3.) 내용은 주한미군이 한미 합의―양안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를 어기고 노골적으로 양안지역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행사에 나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다.
중국을 겨냥해 주한미군은 이제 F-35, 제2 사드 레이더, 중거리 미사일 등의 배치에 속도를 내게 될 것이며, 소성리 사드 레이더를 전진배치모드로 운용해 중국의 ICBM을 조기, 탐지하는 것은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은 주한미군을 남한 붙박이 군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기동군화하여 중국 견제와 한반도 역외 분쟁에 동원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함의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유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면 한국군이 주한미군의 뒤를 이어 역외 기동군으로 변모하는 것도 필연이다. 이제 평택 미군기지는 이미 한반도 역외 기동군으로 된 주한미군과 역외 기동군으로 변모해 갈 한국군의 거점이 될 것이며,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미래연합사)는 그 지휘부가 될 것이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미래연합사)를 국방부 영내에 두기로 한 송영무, 매티스 한미 국방장관 간 양해각서(2017.10.27)를 깨고 이를 평택미군기지 내로 가져가는 것도 한국군의 역내외 작전에 대한 통제를 미국의 군사지휘구조체계 내에서 행사하고자 하는 것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어 미중 위기 시 한국군이 대중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하게 되면 미중 위기와 전쟁이 한중 위기와 전쟁으로 비화되어 소성리 주한미군 사드기지를 비롯해 남한의 미군/한국군 기지들이 중국의 (핵)공격을 받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남한이 북한 위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으로 가히 국가적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위기관리 합의각서’의 개정을 막고 위기관리 권한과 전작권을 전면 환수해야 하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절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인도·태평양 파병에 미칠 파장
‘위기관리 합의각서’가 ‘미국 유사’를 포함하면 다음으로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동북아를 넘어서서 인도·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위기에도 대응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일본·호주·인도(콰드)를 축으로 하고 여기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를 결합시킨다는 콰드 플러스가 미국의 의도대로 결성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은 양분되어 신냉전적 진영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미·일·호·인 4개국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최초로 인도양에서 연합해상훈련(2020.11.3~6/17~20)을 실시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달도 채 되지 않아 서둘러 콰드 외교장관 회의(2021.2.18.)를 개최하며 콰드의 군사적, 안보적 결속을 다지고 있다. 회의 후에 모테기 일본 외상은 4국이 “무력이나 강압으로 인도·태평양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데 동의했다.”(서울경제, 2021.2.19)고 전함으로써 콰드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밝혔다.
▲ 미일호인 연합해상훈련 2020년 11월 뱅골만에서 진행된 미일호인 연합 해상훈련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지는 “쿼드가 나토의 인도·태평양 버전”이라고 비판하며 "쿼드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노력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연합뉴스, 2021.2.19.)이라는 니펑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콰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대변했다.
미국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에 끌어들이려는 것은 한 마디로 미국 중심의 현 국제질서와 이를 뒷받침해 주는 국제법과 규범을 수호하려는 현상유지, 강화 정책에 한국을 가담시키고 한국군과 그 자산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소극적으로, 북한은 적극적으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데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본성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하게 되는 것이다.
▲ 에이브람스 사령관 한미연구소 홈페이지.
이러한 가운데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구소와의 화상회의(2021.1.5.)에서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국한된 것으로 인식되어왔고, 그동안 다른 역내 갈등에 투입되는 것을 자제해왔지만, 미 국방전략목표에 부합할 경우, 언제든 (역외 갈등에) 사용할 권리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앞으로 주한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갈 뜻을 밝히고 있다.
동 회의에서 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전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향후 중국과 역내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 역시 이 문제에 방관하거나 중립적인 위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가담과 한국군의 인도·태평양 지역 파병으로 중국과 무력충돌도 불사하는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의 한국의 의무인 양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의 콰드 (플러스) 구축은 궁극적으로 중국 포위를 겨냥한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중 패권 다툼에서 콰드 (플러스)를 발판 삼아 트럼프 행정부보다도 더 대중 군사적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한국을 대중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기도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 대사는 한미연구소 화상회의(2021.1.5.) 기조 발언에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에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면서 자유의 요새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을 이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초기지로 간주하고 있는 그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제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한국은 미국과 손잡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진영 간 대결 구도 형성과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대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동북아 진영 간 대결 구도 형성과 대결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였다면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진영 간 대결 구도 형성과 대결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4)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중동 파병에 미칠 파장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다음으로 주한미군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등에도 한국군을 파병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될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을 전후해 주한미군은 이미 일부 병력을 이라크 등 중동지역으로 파병한 바 있다. ‘동맹 위기관리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세계에서 ‘미국 유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동지역으로 주한미군이 보다 빈번하게 이동 배치되고 한국군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해적 퇴치 목적으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오만만과 페르시아만까지 확대하는 기만적인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2015년)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 봉쇄하기 위해서 구축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한국군이 가담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에 따라 명분 없는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것은 베트남전에 이어 한국군이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동원되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긴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항행의 자유’를 든 것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을 야기하며 내세우는 것과 같은 논리로 앞으로 한국이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스스로 끌려 들어가는 족쇄가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복귀함으로써 이란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최근 이란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미국의 폭격(2021.2.25.)에서 보듯이 바이든 행정부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의 패권 추구의 고삐를 늦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에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미국이 중동지역 패권 추구를 위한 군사작전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파병될 가능성은 확대되고 일상화된다.
3.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헌법 위배
주한미군의 한반도 역외 기동군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2021.1.5., 한미연구소와의 화상회의)며 주한미군 주둔과 자신의 임무의 근거로 미 연방 법전을 내세웠다. 이는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 기동군으로서의 성격과 법적 근거를 밝힌 것이자 미국과 주한미군의 한국 방어 의무를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구속을 최소화하고 비켜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의 적용 범위를 ‘미국 유사’로까지 확장하여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인도·태평양과 중동에 파병하고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동원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와 3조 양해사항(교환 의정서) 위배다.
▲ 작전통제권 반환하라, "Return OPCON Now" 지난 2월 3일, 미대사관 앞에서 평통사 회원들이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라고 명시함으로써 한미 양국의 영토에 대한 무력공격을 조약 발동의 근거로 규정하고 있다. 방어가 아닌 역내/외 공격에도 조약은 발동되지 않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제3조 양해사항은 또한 “조약 제3조에 의거해 일방국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를 제외하고 타방국을 원조할 의무가 없으며 또한 현 조약에 있어 대한민국의 행정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인도될 것으로서 미국이 시인한 영토에 대하여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 대하여 미국이 원조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하한 것도 있을 수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을 한미 영토로 한정하고 있다.
이렇듯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와 3조 양해사항에 따르면 한미 영토가 아닌 중국, 인도·태평양, 중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중국, 인도·태평양, 중동지역에 동원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와 3조 양해사항 위반이다.
그런데도 일부 국내외 전문가들이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이라는 표현을 들어 한미상호방위조약 적용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해석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에 반하는 주장이다. 태평양 지역은 무력공격의 발원지로서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상정할 뿐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한미 당국이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규정과 어긋나게 양안분쟁, 인도·태평양, 중동지역에 동원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이에 미국은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규정을 피해가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군이 미국 영토인 괌이나 하와이, 미 본토 방어에 동원되는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책임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반면 한국의 미국 방어에 대한 책임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으며, 또한 제3국의 미국에 대한 선제 무력공격을 상정하기 어렵고, 조약 체결 당시 배경과 한국이 처한 조건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미국의 한국 방어 의무를 일방적으로 규정한 편무조약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편무조약이 아닌 쌍무조약이라고 해도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3조에서 조약의 적용범위를 양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 쌍무조약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합치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3조에서 “ …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절차에 따른 조약 발동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즉 타 당사국에 위협이 발생했다고 해서 한 당사국이 무조건 자동 개입하는 것이 아니며, 자국의 주권, 영토,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고자 해도 미 의회가 미국의 이익 등을 고려해 행정부의 개입을 저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고 이를 근거로 한국군을 미 본토 방어에 동원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발동 요건인 헌법상의 절차를 한미 군 간 또는 국방 당국 간 약정으로 무력화하거나 대체시킴으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를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통수권을 부정하고 국가주권과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군 및 국방 당국 간 약정은 소속 정부를 구속할 수 있는 조약(국제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유사’가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면 ‘미국 유사’를 근거로 미국 방어에 한국군을 동원하는 것은 선제공격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는 것임은 물론 방어만으로 발동 요건을 엄격히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 2, 3조와 “침략전쟁을 부인”한 헌법 5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보다 심각한 것은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전시 이전부터, 곧 대미 무력공격이 발생하기도 전부터, 한국군이 모든 대미 위협 징후나 위협에 대해서 대처해야 하므로 대미 무력공격이 발생한 후에 발동하도록 되어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발동 요건을 크게 확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위기가 무한대로 확대됨으로써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하는 한국의 국력과 한국군의 전력이 낭비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아예 형해화하고 한반도와 동북아를 상시적으로 위기와 일촉즉발의 전쟁 상태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4.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위기관리권과 전작권—은 미국 대통령이 행사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결심만 하면 한국군을 동원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힐 수 있으나 이를 최종적으로는 막지 못한다.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자산이 미국의 이익과 미국 대통령에게 저당 잡혀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남한은 국토 전체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주는 태평양사령부의 GOP(General Outpost, 일반전초)—“적의 접근을 지연, 와해시키고 적에게 최대한 희생을 주기 위해 주력 전방에 배치되는 부대”(합참 군사용어사전, 2003)—로 전락한다.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기 위한 휴전선 아래의 GOP에 더해 중국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주기 위한 GOP 역할까지. 더구나 대중 GOP는 대북 GOP보다 공격과 방어를 위해 사거리가 긴 최첨단 고성능의 무기체계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그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질식시키고 남한 안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2개의 GOP로 상징되는 북한/중국 위협과의 극한 대결은 언제라도 국가와 민족의 삶을 송두리째 도륙낼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유사’가 포함되는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미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동맹 요구 및 ‘힘에 의한 평화’ 논리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군이 한국 방어에는 별 소요가 없는 대형 구축함과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고 나아가 항공모함이나 핵추진 잠수함까지 도입하려는 것 모두 한미동맹의 요구와 왜곡된 ‘힘에 의한 평화’ 논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면 잠재적 전쟁 공동체로서의 동맹의 본성과 한미동맹의 힘(군사력)이야말로 북중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위협이며, 그 대가는 핵무기를 포함한 북중의 보다 강력한 위협으로 되돌아온다. 이른바 안보 딜레마의 사슬이다.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가 창설되고 주한미군에 대한 작전지휘가 유엔군사령관에서 미 태평양사령관에게 넘어간 이래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보다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수행을 위한 부대로 성격이 바뀌었으며, ‘미국 유사’가 포함되는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으로 그 본성을 전면화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을 수행하는 주한미군의 성격이 전면화될수록, 한국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 깊이 끌려 들어가면 갈수록 국가와 민족이 더 빈번하게, 더 큰 위기에 노출된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를 도리어 위태롭게 하고 안보 위협을 가중시키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한미동맹에 매달리는 한 한반도 평화와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지킬 수 없다. 한미동맹 해체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군축으로 안보 딜레마의 사슬을 끊어내야만 평화, 번영,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실현을 위해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하라 2020년 7월 27일, 평통사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북한이 북미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동북아와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위한 연착륙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남한도 판문점/평양선언 등을 채택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길을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담해 미국의 현상유지에 힘을 싣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현상변경과 분단과 대결이라는 현상유지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판문점/평양선언을 사문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노력을 자승자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촛불시위의 와중에서도 미일의 뜻을 쫓아 미일을 지켜주기 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해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배반했듯이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기에 미국의 뜻을 쫓아 미국과 미군을 지켜주기 위해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악으로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나락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판문점/평양선언을 사장시키고 국민과 민족, 역사의 지탄을 받는 정권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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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언③-상] 국가 명운을 벼랑 끝으로 내몰 '동맹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주장]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 개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
[고언③-하] 이러다 한국은 미국의 '태평양사령부 GOP'가 된다
[주장]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 개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
[고언②] 11차 방위비분담 협정 졸속 타결 안 된다
[고언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