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고] 역대 최악인 11차 방위비분담 협정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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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인 11차 방위비분담 협정 폐기해야
-11차 방위비분담협정은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하 특별협정)이 타결되어 18일 가서명될 예정이다. 이 협정안대로라면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액은 1조 1833억 원이 된다. 10차 협정 대비 13.9%(금액으로는 1444억 원) 인상되는 것이다. 2022∼2025년 사이에는 매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해 주기로 했다.
이번 타결안은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굴욕적인 안이다. 인상액 1444억 원은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던 5차 특별협정(2002년)의 인상액 1254억 원을 뛰어넘으며 인상률 13.9%는 노무현 정부(2005년) 이래로 최고 인상이다.
▲ 역대 최악 굴욕협정 지난 3월 11일, 평통사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11차 방위비분담협정 타결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매년 방위비분담금의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 보장, 연간 상승률 상한 폐지, 특별협정 미체결상태에서의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선지급, 불법으로 집행된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협정의 소급적용 등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던 초유의 일이다. 뒤집으면 11차 특별협정은 한국을 ‘갈취’하지 않겠다던 바이든 정권이 트럼프 정권을 뛰어넘어 가히 ‘갈취’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탐욕을 부린 안에 문재인 정권이 철저히 굴종한 안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국력에 걸맞는 공평한 분담”이라느니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느니 하며 낯 뜨거운 평가로 일관하고 있다. 90% 이상의 국민이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반대한 여론이나 아무런 기준도 없이 방위비분담금을 최고로 인상해줬다는 언론의 비판이나 방위비분담금은 줄 필요가 없고 주어서도 안 된다는 시민사회의 줄기찬 외침에는 귀를 막은 정부의 아전인수식 평가와 전도된 현실 인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퍼주기인 11차 특별협정을 용인한다면 매년 수조 원에 이를 주한미군 경비부담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전방위적으로 가해질 바이든 정부의 각종 동맹청구서를 속수무책으로 떠안을 것이 뻔하다.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주지 않아도 된다!
불법적으로 집행되거나 남아도는 방위비분담금도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른다
미국은 1991년부터 특별협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에 전가해 왔다. 그러나 특별협정은 원천적으로 불법부당한 협정이다. 한미소파는 5조에서 시설과 구역을 한국이 제공하고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미국에 베푸는 은전이요 시혜로 언제라도 주지 않을 수 있고 주지 않아도 된다. 미국 동맹국들 중에서 특별협정을 체결해 주둔 미군의 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으로, 방위비분담금 자체가 극히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매년 불법적으로 집행되거나 이월되거나 남는 방위비분담금을 합치면 2∼3천억 원에 이른다.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은 1조 389억 원인데 이 중 2615억 원이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불법전용 되었으며 263억 원이 이월되거나 불용되었다.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의 27.7%에 해당하는 2878억 원이 과도하게 책정된 셈이다. 또한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운영비에 쓰지 않겠다던 정부의 거듭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2018년도에는 사드기지 탄약고 등 설계비로 5만 달러(약 6000만 원)가 쓰였으며, 2021년도에는 4900만 달러(약 593억 원)가 쓰일 예정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공사비에 전용하는 것은 한미소파나 특별협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불법이다.
주한미군은 2019년 말 현재 3280억 원(「2019년도 방위비분담 연례집행종합보고서」)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현금은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에서 쓰고 남은 돈을 모아놓은 것으로, 1년 치 군사건설비(2020년 3710억 원)에 해당한다. 이러한 불용액은 한국의 국가재정법상 한국 국고로 환수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액수만큼 방위비분담금을 삭감해야 하나 문재인 정권은 도리어 방위비분담금을 최대로 인상해 주었다.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막대한 주한미군경비를 부담하고 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도 방위비분담금(9602억 원)을 제외하고도 약 2조 원(직접지원 8106억 원과 간접지원 1조 1469억 원)을 주한미군에 지원하며 그 총액은 2조 9177억 원이다. 여기에 저평가된 기지 임대료나 누락된 미군탄약저장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4조 42억 원에 이른다. 한국은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경비 11.6억 달러(1조 2788억 원, 「미 국방부, 2019 회계연도 국방예산운영유지비 개요」)의 무려 2.3배(국방부 집계기준) 내지 3.1배(저평가된 액수 포함)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역대 미국 정권은 예외 없이 한국이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는다고 거짓 주장을 해왔고, 역대 한국 정권은 이에 굴종해 왔으며, 문재인 정권에 이르러 극에 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1차 특별협정 하에서 방위비분담금이 미국인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비용의 44%에 해당”한다며 이는 “과거 40∼45%를 차지했던 흐름과 비교해 과도한 증액이 아니”(연합뉴스, 2021.3.11.)라면서 13.9% 인상률을 보통 수준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계산 방식은 방위비분담금만을 반영해 산정한 것으로 한국의 분담률을 왜곡하고 최소화하는 잘못된 방식이다. 이에 반해 미 국방부는 『미 동맹국 공동방위 분담 보고서』(2003.7)에서 동맹국의 미군주둔비 분담률을 계산할 때 직접비(방위비분담금은 직접비의 일부)만이 아니라 간접비(기지임대료나 세금 면제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미 국방부의 계산 방식도 미국이 조금이라도 부담하면 한국이 아무리 많이 부담해도 100%가 나올 수 없는 구조여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왜곡된 방식이지만 그에 따르더라도 2021년 기준으로 주한미군의 인건비를 제외한 비인적주둔비(16억 달러, 1조 7600억 원)에 대한 한국 분담(한국 국방부 기준 3조 1408억 원, 저평가 포함 시 4조 2450억 원) 비율은 최저 64.1%에서 최고 70.7%로 미 국무부 계산 방식보다 20% 이상 높다.
2021년도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한국의 직, 간접 지원비 4조 2450억 원은 주한미군(2만 5,506명, 2020년 12월 기준, 미 국방부 국방인력자료센터) 1인당 약 1억 66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셈이다. 이는 2021년도 한국군 사병 평균 연봉 661만 원의 25배에 달한다.
13.9% 인상 근거 터무니없다.
문재인 이전 정권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인상/인하율 결정은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이나 주한미군 규모 변동을 기준으로 삼았다.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다. 미국의 주한미군 총주둔경비 증가율은 0.7%(『회계연도 2021 미군 운영유지비 개요』)다. 13.9% 인상은 물가상승률의 28배, 주한미군 경비증가율의 19.9배로 터무니없이 높다.
문재인 정권은 이전 정권과 달리 미국에게 특혜를 베풀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10차 협정 때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았다. 13.9%는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의 1.9배로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해도 터무니없이 높다.
11차 특별협정의 13.9% 인상은 이명박 정권 때인 8차 특별협정(2009년) 인상률 2.5%의 5.6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인 9차 특별협정 인상률 5.8%의 2.4배에 해당한다. 금액으로는 10차 협정(1조 389억 원) 대비 1444억 원이 인상되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 때의 8차 협정의 7차 협정 대비 인상액 160억 원의 9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의 9차 협정의 8차 협정 대비 인상액 505억 원의 3배에 달한다.
▲ 13.9% 인상은 역대 최대폭 인상 문재인 정권에서 체결한 10차, 11차 협정은 이전 정권에 비해 역대 최대폭으로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보장해주고 있다.
정부는 “13.9%라는 수치는 제도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6.5%)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면서 13.9%로 인상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마치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안정, 즉 무급휴직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다. 뒤에서 보겠지만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매년 불법전용되는 2천억 원가량의 돈을 인건비로 돌리거나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 배정을 줄이면 된다.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고 사드 기지 공사비 등을 한국이 부담하는 한편 그 불법성을 숨기기 위한 대국민 꼼수다.
국방비증가율만큼 연간 상승률 보장은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
▲ 인터뷰하는 정은보 대사 4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3.5
다년간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해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본도 5년 유효기간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하지만 국방비 증가율은 물론이고 물가상승률과도 연동시키지 않는다. 2021년 일본의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은 1.2%로 13.9%의 한국의 1/11배에 불과하다. 역대 한국 정부도 물가상승률을 연동시킨 적은 있지만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시킨 전례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대미 굴종이 끝 간 데가 없다.
11차 협정 기간(2020∼2025) 매해 인상되는 액수는 합치면 4507억 원(연평균 751억 원)으로 8차 협정(2009∼2013) 기간 1280억 원(연평균 256억 원)과 9차 협정(2014∼2018) 기간 907억 원(연평균 181억 원)에 비해 무려 3.5~5배(연평균 3~4배)나 많다.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한 것이 얼마나 미국에 큰 특혜인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11차 협정 타결안대로 하면 협정기간(2020∼2025) 한국은 대략 7조 6800억 원을 미국에 줘야 한다. 마지막 해인 2025년에는 1조 4896억 원을 줘야 하는데 이는 10차 협정의 1조 389억 원에 비해 43.4%가 인상된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3월 13.6%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50% 인상을 한국에 요구하였는데 사실상 미국 트럼프 정권의 50% 인상 요구를 충족시켜준 셈이다.
문재인 정권은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시킨 것에 대해 ‘국방비가 국력의 지표고 국력에 걸맞는 분담을 하기 위해서’ 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국방비가 국력을 상징하는 지표도 될 수 없지만 일본이 한국보다 국력이 뒤떨어져서 연간 상승률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인가? 일본은 2018년 기준으로 GDP 대비 방위비분담금(직·간접비) 비중이 0.147%로 한국 0.154%보다 낮은데 이것도 일본이 한국보다 국력이 뒤떨어져서인가? 서천 소도 웃을 일이다.
▲ 한국인 노동자 강제무급휴직에 분노한다 지난 2020년 4월 13일, 미대사관 앞, 평통사 등 시민단체들이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들의 강제 무급휴직을 진행한 미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도 개악을 제도 개선으로 속이고 잠정 합의했던 제도개선마저 포기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최저선을 75%에서 85%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협정 공백(미체결) 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선지급을 명문화함으로써 무급휴직의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고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 또한 속임수다. 인건비 배정비율을 늘리는 것이 무급휴직을 막는 장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 배정 비율을 85%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미국의 인건비 부담 의무를 더욱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아닌 제도 개악이다. 인건비 배정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2019년에는 인건비의 배정비율이 88%(5005억 원)로 늘어났지만 그 이듬해인 2020년에 주한미군은 40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켰다. 이런 미국의 강제무급휴직 조치는 한국 정부로부터 대폭적인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불법부당한 배임행위이므로 거기에 굴복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한국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이를 구실로 방위비분담금을 맹목적으로 늘려 주었다.
또한 한국 정부는 “85%를 종전의 노력(endeavor) 규정에서 의무(shall) 규정으로 바꾸었”(대한민국 정책 브리핑)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주한미군이 이를 안 지켜도 막을 방법이 없다.
10차 특별협정(제5조)은 “당사자의 관계 당국은 주한미군사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복지와 안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미국은 지키지 않았다.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들이 항상적인 해고위협과 근로조건 저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주한미군(사용자)이 국내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고 그러자면 한미소파의 독소조항인 노무조항이 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개선에 대해서 11차 특별협정은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한편 특별협정 공백 시 인건비를 선지급하기로 명문화한 것은 한미소파 상 인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미국을 대신해 한국이 그 의무를 떠맡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는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만큼 협정 공백 시 선지급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원천무효이며, 결코 제도개선이 될 수 없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안정을 위해서나 주한미군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지금처럼 주한미군에게 인건비를 건네는 방식이 아니라 그 돈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직접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방위비분담과 관련해 실제 필요한 제도개선은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과 불법집행을 막는 것이다. 국회는 10차 특별협정 비준 때 6개 항목의 제도개선을 한미당국에 요구했다. ‘작전지원’ 등 추가 항목 신설 불가, 주한미군 경비 전액 부담 금지, 미집행 군수지원 분담금 회수,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비한국업체 사용 금지,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비용 부담 금지,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폐지 등이 그것이다. 헤럴드경제 보도(2020.4.17)에 따르면 한국은 국회가 제시한 6개 부대의견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미국에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 협상단도 상당 부분 수용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제도개선 합의가 비록 트럼프에 의해서 최종 거부되었지만 이 잠정합의안이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의 기본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난 제도개선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바이든 정권과의 협상에서 얼마나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는지, 반면에 우리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견은 얼마나 철저히 무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한 소요를 산정해 한국이 원하는 금액을 원하는 곳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요가 없을 때는 단 한 푼도 주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제도 개선이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불법집행에 대한 소급적용은 불법이며 원천 무효다
▲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도나 웰튼(Donna Welton)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워싱턴D.C에서 열린 제9차 한미방위비협상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 외교부 제공)
한미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2019년 수준인 1조389억 원으로 동결하고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로 선지급한 3144억 원을 제외한 7245억 원을 주한미군에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외교부 보도자료, 2021.3.9.)고 한다. 이런 합의는 특별협정이 미체결 상태에서 1조389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도 마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사업에 대해 11차 협정을 소급적용하기로 합의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미 회계연도가 지나고 집행을 마친 2020년도 방위비분담 관련 예산은 11차 특별협정의 소급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2020 회계연도와 같이 특별협정이 미체결된 상황에서는 한미소파 5조가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차 특별협정이 없는 상태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 것 자체가 국가재정법과 헌법(국회 예산 심의·확정권과 조약 비준동의권)을 위배한 불법이다.
따라서 한국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로 선지급한 3144억 원은 미국한테 되돌려 받아야 한다. 7245억 원 중에 이미 집행된 4308억 원도 돌려받아야 하고 나머지 2937억 원도 미국에 줘서는 안 된다. 11차 특별협정과 같이 이미 회계연도가 끝나고 사업집행이 완료된 경우(2020년도) 소급 적용된 전례도 없다. 그동안 10차례의 특별협정 중 소급 발효된 경우가 네 차례(4차, 5차, 6차, 10차) 있었지만 그 때는 다 소급 발효가 적용된 회계연도가 진행 중이었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해 11차 협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고 원천무효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CNN은 방위비분담협정에 한국의 대미 무기구매 약속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2021.2.11)했는데,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향후 3년간 10억 달러(12조 원)의 미국무기 구매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만약 한국이 기존 미국무기 도입 계획에 추가해 방위비분담비를 보충해주는 차원에서 미국무기 도입을 바이든 정권에 약속해주었다면 그것은 애초 국산 도입 무기를 미국무기로 바꾸거나 제3국 무기 도입을 미국무기 도입으로 돌리거나 미국무기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었을 수 있다. 미국무기 도입 비용과 정비 등의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2020년에는 5.1조 원, 2021년에는 4.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11차 특별협정에 미국무기 도입을 추가로 명시한다면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돈은 방위비분담금과 무기도입, 유지비 등을 합해 매년 6조 원을 상회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매년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 요구가 사실상 관철되는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의 대중국 전략 수행에 쓰는 것은 명백한 불법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데는 남한 방어를 넘어 역외 신속기동군으로서의 임무가 전면화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대중 봉쇄 전략 수행 비용으로 충당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최근 오산의 미 7공군 소속 고고도 정찰기 U-2S가 두 차례나 남중국해 대만해협으로 출동하였다. 2019년 방위비분담금이 U-2S 정찰기가 소속된 5정찰대대(오산 공군기지)의 항공기 격납고 공사에 140억 원이 쓰였는바, 이는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방위비분담금 굴욕 타결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지난 3월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 타결을 규탄하는 평통사 회원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차 특별협정은 … 민주적 동맹을 활성화하고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반영한다"면서 “이 새로운 특별협정의 제안된 원문(text)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으로서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1차 특별협정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의미 부여는 방위비분담금이 단순히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을 뒷받침해 주고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동맹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현 특별협정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준비태세’ 항목 신설을 통해 주한미군과 해외주둔 미군의 역외작전 비용을 부담지우려고 했던 트럼프 정권의 기도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권과 주한미군의 ‘(역외) 작전지원’ 항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한국이 책임동맹의 입장에서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분담하려고 했다는 외교부 백브리핑 내용에 비춰볼 때 11차 특별협정에서 바이든 정권이 역외작전 비용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며, 문재인 정권이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앞으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를 비용적으로 뒷받침해 줄 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임무에 호응해 갈 것임을 예견케 한다. 그러나 특별협정은 그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국 방어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를 수행하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등을 통해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이에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법적인 비용 전가의 통로가 되고 있는 특별협정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한국이 주한미군에 토지와 시설을 무상 제공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군이 한국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였다. 그런데 1957년 주한미군이 유엔사령부가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대북 방어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최근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며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 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이제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 임무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미 본토 방어와 세계 패권을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제라도 방위비분담금이라는 대미 은전을 더 이상 베풀 필요가 없으며, 1957년 이래로 미국한테 받아냈어야 할 주한미군 기지 임대료도 즉각 징수해야 한다.
정부는 가서명 중단하고 국회는 비준동의 말아야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특별협정에 가서명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굴욕 협정을 비준해줘서는 안된다.
방위비분담금은 우리 형편에 따라 안줘도 되고, 적게 줘도 상관없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가적 재난을 감안한다면 국회는 역대 최대의 재정적 부담을 주는 11차 특별협정을 부결시켜야 한다. 대다수 언론들도 11차 협정이 아무런 기준이 없이 터무니없게 인상된 것을 비판하고 있다. 특별협정 가서명을 앞두고 3월 16일 열린 국회 국방위전체 회의에서 많은 의원들은 ‘(합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싫다. 한미관계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는 고무도장이 아니다’거나 ‘국방비가 아닌 물가상승률로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걷어차 버렸다. 이해할 수 없다’, ‘그냥 하자는대로 다하면 이게 무슨 국가냐’면서 11차 협정의 초유의 굴욕성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이번 협정처럼 국회의 제도개선 요구가 철저히 묵살된 예도 없다. 국회는 헌법과 국가재정법을 위배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소파에도 위배되며 우리 국민에게 사상 초유의 굴욕을 안긴 협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