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12. 12]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제재(Sacntions of Mass Destruction)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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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잡지인 Foreign Affairs 1999년 5,6월호에 실린 John Muller(미국 로체스터 대학 정치학 교수)와 Karl Mullerd(맥스웰 공군 기지 연구소 조교수)의 글을 약 70%로 요약한 글입니다.
위협에 대한 평가(Threat Assessment)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지난 반세기 동안 강대국 관계를 괴롭혀온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깡패국가들(rouge states)"과 테러리즘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핵무기에 대한 우려가 많이 사라진 반면에 "대량살상무기"라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는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거의 인명을 살상하지 않은 생화학 무기와 극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탄도미사일 등을 말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록 무기는 아니지만 또 다른 대량살상 방법인 경제제재를 간과하게 만들었다.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비교할 때, 경제제재는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에 의해 자행되어왔고, 역사상 모든 대량살상무기에 의해 살상된 사람보다도 탈냉전 이후 경제제재에 의해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미국이 이른바 '깡패국가'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는 정당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테러리스트와 깡패국가(Terrorists and Rouges)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아무리 드라마틱한 성격을 갖고, 무고한 희생자와 그 가족의 비극을 생각하더라도 사실 그 정도는 현재까지 패닉과 히스테리적 반응을 불러올 만큼 크지 않다. 미국에서 평균적으로 테러리스트에 의한 희생자보다 번개나 사슴 사고, 그리고 땅콩 알레르기에 의한 희생자보다 훨씬 적다. 테러리즘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은 근거가 별로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테러리즘을 무시할 정도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테러가 인류에게 큰 위협이고 응징해야 할 범죄이지만, 탈냉전이후 예방적 조치와 국제적 공조 등에 힘입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는 테러리스트와 깡패국가들이 테러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이유도 있다. 테러리즘의 효과는 실제적인 결과보다는 그것이 일으키는 심리적 공포에 있으므로 정부와 언론, 그리고 학자들은 테러리즘을 과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깡패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큰 문제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깡패국가(rouge states)라는 개념은 국제 정치에서 새로운 골칫거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에도 스탈린의 소련과 마오쩌뚱의 중국과 같은 거대한 깡패는 물론이고, 수카르노의 인도네시아, 나세르의 이집트, 카스트로의 쿠바 등이 있었다. 사실 오늘날 깡패국가라고 일컬어지는 이라크나 북한의 힘은 과거의 깡패국가들에 비해 대단히 약하다.
무기사찰(Weapons Inspection)
테러리스트와 깡패국가가 만약 대량살상무기를 갖게 된다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핵무기는 특히 위험하다. 그러나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성급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핵무기는 분명한 대량살상무기이지만 테러리스트나 깡패국가가 갖게 될지도 모르는 핵무기는 작은 것일 것이다. 과장된 파키스탄과 인도의 주장에 비해 독립적인 분석가들은 98년 5월에 핵무기 실험은 기껏해야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와 비슷하거나 작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물론 이런 정도의 핵폭탄으로도 끔찍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입은 피해는 다시 생각해볼 사실이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모두 약 10만명이 죽었으나, 탄착지로부터 3마일 떨어진 사람들은 완전한 노출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상처만 입었고, 대피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지면 바로 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치지 않았다. 몇 개의 철강 생산공장과 시멘트 공장은 무사했으며 대부분의 도시 서비스는 며칠 안에 복구되었다. 오늘날 히로시에 투하된 정도의 핵폭탄이 어느 도시에 떨어진다면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그 피해는 훨씬 작을 것이다. 만약 하나의, 혹은 몇 개의 핵폭탄이 위험한 세력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결코 문명의 종말을 위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물학 무기(biological weapon)는 잘 개발되면 수십만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에 들어갈 수 있는 유망한 후보일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 무기를 둘러싼 논쟁은 다분히 이론적이다. 왜냐하면 이 무기는 영국인이 수세기 전에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거의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전주의자들은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기도 관리하기도 어려워서 회피해왔다. 어쩌면 테러리스트와 깡패국가들이 이러한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생물학 무기의 사용 기록은 이들을 고양시키지 않을 것 같다. 기록에 따르면 2차대전 중에 일본군이 만주에 전염병을 유발하는 무기를 사용해서 수 천명의 중국인을 살상하였으나 일본군 역시 수 천명의 인명 손실을 입어 그 군사적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옴진리교 역시 적어도 9차례에 걸쳐 생물학 무기를 사용하였으나 단 한명도 죽이지 못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무기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한다. 생물학 무기가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낮은 고도에서 분무기로 뿌리듯이 사용해야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폭발물을 이용하는 것은 폭탄에 포함된 유기체도 죽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탄저균을 제외하고 치명적인 유기체는 수명이 짧기 때문에 폭탄이나 탄두에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생물학 무기는 그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고 공격한 측에도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무기이다.
화학무기(chemical weapon)의 경우, 대량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대단히 미미하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조차 의심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화학무기에 대한 공포는 과장된 성격을 갖는다. 하바드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Matthew Meselson에 따르면 1평방 킬로미터의 개방된 공간에서 많은 살상자를 내려면 1톤의 신경가스나 5톤의 이피리트(독가스의 일종)을 사용해야 한다. 1993년 기술평가 의회 사무소(Congress' 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의 분석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서 비방어태세의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사용된 사린가스는 3,000-8,000명 정도의 인명을 살상한다고 한다. 정상적인 기후와 조건에서 사용된다면 사망자 수는 많아야 그 수의 1/10 정도가 될 것이다. 화학무기가 대량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은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그 과장된 모습이 드러난다. 화학무기 사용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알려진 옴진리교에 의한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은, 5,000명의 사망자를 의도하였으나 단지 12명을 죽이는데 그쳤다. 또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 이라크에 의해 사용된 화학무기 역시 87년 5월동안 가스에 감염된 2만 7천명 중에 단지 262명이 사망하였다. 1차대전에서도 전선에서 가스에 감염된 사람 중 단지 2-3%의 사람이 죽었다. 이것은 다른 재래식 무기에 의해 부상당한 병사의 사망률에 1/10-1/12 정도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데 1톤의 가스가 사용되었고, 이는 전체 전사자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탄도 미사일이 대량살상무기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 역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미사일은 비쌀 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나 깡패국가가 손에 넣을 탄도미사일은 부정확하고, 운반체로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경험은 적절한 예이다. 이라크가 미군과 동맹국에 발사한 수 십발의 스커드 미사일중 단지 요행으로 한 발이 미군에 명중하여 28명의 사망자를 내었다. 또한 이스라엘에 퍼부은 27-30발의 미사일은 직접적인 사망자 1명과 심장마비 사망자 3명의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그러고 몇 명의 이스라엘인은 가스 공격에 대비해서 착용한 방독면에 질식사 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보고 Norman Schwarzkorf 장군은, "스커드는 모기 같은 무기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탄도미사일이 생화학 무기를 운반하는 경우에는 훨씬 더 많은 한계를 갖는다. 효과적으로 생화학 무기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탄두가 지상에 떨어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저고도에서 뿌려져야 하는데, 이것은 대단한 기술적인 정교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깡패국가와 테러리스트가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비행기나 크루즈 미사일, 혹은 무인 비행체에 투자하기보다는 탄도미사일에 그들의 돈을 낭비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더 현명할 지도 모른다.
경제 전쟁의 비용(The Cost of Economic Warfare)
깡패국가와 국제 테러리즘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위험은 자주 과장되고 있고, 대부분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에 광범위한 경제제재에 의해 인류에게 부과되는 위험은 명백하고 엄연히 존재하며, 때로는 대단히 파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야만성은 자주 학자와 정치인, 그리고 언론에 의해 간과되어 왔다. 실제로 경제제재는 과거부터 엄청난 인명을 앗아갔다. 1차대전동안 연합군의 해상봉쇄로 750,00명의 독일 민간인이 죽었다. 이 숫자에는 오스트리아, 터키, 불가리아인, 그리고 종전이후 관련된 독일인 사망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20세기의 모든 전쟁에서 폭격에 의한 사망자는 약 2백만명이다. 냉전시기에는 경제제재가 한쪽 진영에 의한 제재가 다른 진영에 의한 상쇄로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냉전시대의 경제제재 역시 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정도는 아니였으나 엄청난 사망자를 낸 것은 사실이다. 강대국들은 그들 자신과 세계 경제에 큰 비용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마음대로 약소국에 경제제재를 부과해온 것이다. 사실 경제제재는 1991년 하이티나 1992년 세르비아의 경우처럼 피제재국의 경제를 파멸시킨 경우도 있다.
이라크의 사례는 경제제재의 파괴적인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라크는 경제의 상당부분을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걸프전 당시 상당한 사회간접시설이 파괴되었으며, 후세인이 경제제재에 의한 국민의 고통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데 관심을 두기 때문에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라크가 경제제재로 얼마나 많은 인명 피해를 입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러 유엔 기구에 따르면 수십만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의 유아 사망률은 걸프전이전에 3.7%에서 걸프전이후 12%로 폭등하고 있고, 특히 5세미만의 어린이의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상하수도, 위생, 의료, 농업 등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이 대량살상무기 제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금지되고 있고 있는 이유가 크다. 물론 이라크 정부가 경제제재 해제를 목적으로 사망자 수치를 과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 어린이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UN은 생존자들이 더 많은 식량분배를 받기 위해 일부러 사망자를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사망자 추정을 바그다드의 사망률을 다른 지역에 적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바그다드가 다른 지역보다 사정이 훨씬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수중에 넣는 것을 방지하고, 그를 권좌에서 쫓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세인은 다른 지역으로 피신할 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경제제재에 의한 자국 국민의 엄청난 인간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권좌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반대파를 분쇄하고, 군사력을 회복하기 위해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국가들은 후세인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듯이 실현불가능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후세인에게 자살을 요구하고 있는데, 후세인이 이를 수용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제재의 결과는 후세인에게 인질로 잡혀있는 이라크인들에게 전가되고 있고, 이러한 결과는 경제제재 정책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다.
국민들을 더 이상 희생시키지 말아야(Let their people go)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으로 약 10만 명이 죽었다. 1차대전 중에 사용된 화학무기로 많이 잡아 약 8만 명이 죽었다. 여기에 이후에 사용된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사망자는 수는(나찌의 민간인 학살을 제외하고) 약 4십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역사상 대량살상무기 사용에 의한 모든 사망자 수보다 더 많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엄청난 비극이 미국에 거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민도 이라크 국민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라크의 엄청난 인명 희생에 대해 항의가 거의 없다. 이러한 무관심은 외국인 인명에 대한 존중 부족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국민의 생명에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반대국가의 생명에는 대단히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민의 무관심은 오도된 진실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또한 경제제재의 목적인 독재자 축출과 이웃 국가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동의하고 있는 이유도 큰 것 같다. 경제제재가 이라크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오고, 후세인의 제거가 기약할 수 없는 기대라면 경제제재를 다른 정책으로 대체해야 한다. 양쪽에 엄청난 비용을 유발한는 대결적 접근을 완화하는 것이 그 한 가지이다. 경제제재는 이라크 민간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가져오고 있는 만큼, 제재는 군사적 부분에 한정되어야만 한다. 냉전시대에 서방국가가 최첨단 기술이 소련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한 것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어떠한 정책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은 이러한 무기의 사용 예방을 궁극적으로 억지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면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라크 인접국에 강력한 주둔군으로 뒷받침된다면 무고한 이라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경제제재보다 자연과 역사의 순리에 맞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제제재의 도움이 있든 없든, 봉쇄와 억지전략은 군사적 위협을 제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라크에 통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떠한 이라크에 군사적 위협 행위는 자살 행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후세인의 최고 목적은 자살이 아니라 생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