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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 10] [국방비 증액―이래서 반대] 對美 종속 심화될 뿐 : 이철기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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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증액―이래서 반대] 對美 종속 심화될 뿐

경제 상황이 어려워 난리인데 내년 정부 총 예산 증가액의 대부분을 국방예산에 써야 한다는 안하무인 식의 발상 자체가 놀랍다. 국방부의 국방예산 증액 요청이 장기적 목표와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의해 즉흥적으로 추진된 데 일반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방한해 국방비의 증액을 요청했고 이에 국방부는 대부분 미국 무기 도입에 소요되는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발표했다.

이미 우리 군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국방비를 매년 6% 증액해 총 92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방 중기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내년 국방비를 28.3%나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방부는 국방예산의 GDP 비율을 올해 2.7%에서 내년에 3.2%로 높이겠다고 한다. 전세계 평균 3.8%에 미치지 못하고 안보위협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수치 장난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가 작을수록 GDP 대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GDP 비율은 우리보다 월등히 높지만 절대액은 훨씬 적다. 대만의 경우 거대 중국과 대결해야 하는 최악의 안보 상황이지만,2001년부터 국방비가 우리보다 적어졌다.

국방부가 제시하고 있는 작년 국방비 17조 4264억원(GDP의 2.7%)은 국방부의 일반회계예산만이다. 여기에 특별회계예산과 전·해경찰비, 병무행정비 등이 당연히 추가돼야 한다. 무기장비의 연구개발비가 상당 부분 누락돼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국방비는 훨씬 늘어난다. NATO 방식에 따른 국방비 산출에는 세관원을 포함해 전시에 무장해 군의 지휘 아래 작전이 가능한 모든 무장력에 소요되는 지출이 포함된다. NATO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우리는 이미 GDP 대비 3%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국방비 증액의 명분으로 자주국방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내용을 볼 때 자주국방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이 요청한 미국제 무기 도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로지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와 미 군수산업체들을 배불리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국방부가 도입하려는 무기들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와 관련한 무기체제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과 패트리엇 미사일 PAC3는 대표적인 MD 무기체제다. 이들 무기 도입은 미국의 MD체제에 사실상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남북한의 군사비 격차가 6배에 달하고, 남한의 GDP는 북한보다 27배나 많다. 연간 국방비가 싱가포르의 반도 안 되고 미얀마보다도 적은 북한을 구실로 율곡사업을 추진하던 1970년대 이래 최대의 국방비 증액을 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마구잡이식의 미국 무기 도입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을 수는 없다. 우선 군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국민일보, 2003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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