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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 19] [한겨레]차기 유도무기 반드시 필요한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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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유도무기 반드시 필요한가

국방부“최신형 패트리엇 구입”고수
전문가 “먼저 대공방어 전술 재점검”
국방부가 차기 유도무기(SAM-X)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총 2조원이 넘는 차기 유도무기 사업의 효용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방부가 구입을 검토하고 있는 제3세대 패트리엇(팩3) 미사일의 용도와 관련해, 높은 고도(고고도)로 침투 항공기는 공대공 미사일로 방어가 가능하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한반도 지형상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군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17일 “내년도 국방예산안이 대폭 증액되면서 38년 이상 지나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는 차기 유도무기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중요한 군사기지와 도시 등을 공중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차기 유도무기 사업 착수금으로 1300억원을 계상해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상태다. 원장환 국방부 획득정책국장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 바뀐 것은 없다”고 말해 차기유도무기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는 최근 마이카(MIKA) 등 공대공 미사일의 발달로 나이키 미사일이 맡고 있는 고고도 침투 항공기 방어 임무를 전투기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군이 수백발을 보유한 최신형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암람) ‘AIM-120’이 마이카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나이키나 패트리엇 미사일의 고고도 침투 항공기 방어 임무를 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90년대 미 공군에 배치되기 시작한 ‘AIM-120’은 목표 추적용 레이더를 갖추고 있어 발사 뒤 입력된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가기 때문에 조종사는 쏘고 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파이어 앤 포겟 방식)할 수 있다. 특히 사정거리가 63㎞이고, 이 미사일을 탑재하는 F-16 전투기는 200㎞ 이상 탐지하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어 항속거리가 짧은 한국 전장을 상당부분 방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내년부터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사업을 착수할 예정이이서 고도도 방어능력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을 고도별 방어 영역으로 나눠보면, 나이키와 패트리엇은 고고도용, 호크와 한국형 중거리미사일은 중고도용, 천마와 미스트랄 등은 저고도용이다.

군 관계자는 “지대공 미사일로 고고도를 방어하는 미국의 경우도 과거 중고도를 호크 미사일이 담당하고, 고고도를 나이키 미사일이 각각 맡았지만 이들이 퇴역하자 중·고고도용으로 통합해 패트리엇을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고도 미사일 호크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형 중거리 미사일(K-MSAM)을 개발하고 있다”며 “대공방어망 구성에서 어떤 전술을 취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8년께 개발이 완료되는 한국형 중거리 대공미사일은 사정거리 40㎞ 이상으로, 탄도 미사일 요격능력까지 일정 부분 갖출 예정이다.

이와함께 미사일 요격 능력에서도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반도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배치한 최전방 지역은 황해도 신계다. 여기서 서울까지 거리는 100여 ㎞로, 도달시간이 3분40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휴전선을 넘기 전에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군 관계자는 “평안북도 강계 부근에서 발사된 노동 미사일을 요격한다고 해도 탐지·추적·발사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경기 북부지역에서나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나이키가 담당하던 항공기 공중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 도입 목적이고, 미사일 요격은 최근 대공 미사일 성능 향상에 따라 추가된 임무일 뿐”이라고 미사일 요격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강창성 한나라당 의원은 “차기 유도무기 사업은 군 내부에서조차도 무용론이 제기되는 사업이며, 나이키 미사일 대체 명분도 예산 확보만을 위한 구차한 이유”라며 “화학탄을 단 미사일을 요격할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돼 요격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요격은 요격 미사일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미사일 기지 공격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유도무기 사업은 순수하게 비용면에서 따져도 효율적이지 않다. 2조4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비용 대 효과 분석에서 회의적이다.

차기 유도무기 사업 총액을 북한이 현재 보유중인 전술기 870대로 나눌 경우 북한 전술기 1대당 27억여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 전투기 가격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지만 값비싼 대공무기로 값싼 비행기를 격추한다는 셈이 가능하다. 북한의 고성능 전투기는 미그 23과 미그 29 60여대 정도이고, 나머지는 구형 전투기들이다. 특히 50년대에 주로 사용된 미그 15, 17과 일루신 28 등 구형 전투기와 폭격기가 4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4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 공군 F-16은 시리아 공군 미그 23, 미그 21 전투기와 베카계곡에서 공중전을 벌여 82대를 격추시키고, 1대만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손실을 입는 완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80년대 들여온 F-16 전투기 40대와 이보다 성능이 우수한 KF-16 110여대를 갖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차기 유도무기 사업은 군사전략상 필요보다는 기존 노후무기 대체라는 단순한 성격이 강하다”며 “청와대, 국방부, 기획예산처 등 정부 안에서 차기 유도무기 사업에 대해 의견일치를 본 것은 아니며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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