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1. 9] 국방예산 삭감을 바라는 평화운동단체가 예결위원들께 드리는 고언과 제안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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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의 삭감을 바라는 국민들의 뜻을 담아
평화운동단체가 예결위원들께 드리는 고언과 제안
예결위원 여러분!
위원들께서도 이미 잘 알고 계시다시피 국방부는 2002년도보다도 6.4%나 증액된 17조 4,064억 원에 달하는 2003년도 국방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국방예산은 남북 화해와 민족의 통일, 한반도 평화 실현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마땅히 대폭 삭감되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여러 평화운동단체들과 함께 지난 10월 22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여 2003년도 국방예산의 삭감을 촉구하였으며, '한겨레신문' 등 국내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집회 후 국방위 민주당, 한나라당 간사 위원들을 찾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국방위원들은 박세환 한나라당 간사를 필두로 하여 도리어 국방예산 늘리기에 급급하여 끝내 5,341억 원을 증액함으로써 위원들 스스로가 행정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국회의 위상과 권능을 훼손시켰으며, 끝내 평화운동단체들과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뿐이었다는 것은 위원들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국방예산의 증액을 포함하여 무려 4조 1천억 원에 달하는 각종 선심성 예산을 늘린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예산 증액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각 부문별 예산안을 하루 이틀 사이에 졸속으로 심의한 끝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부실함과 무책임성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예결위가 각 상임위, 특히 국방위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남북 화해와 민족의 통일, 한반도 평화 실현에 복무하고 국민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예산 편성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예결위원 여러분!
국방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북한의 위협'과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을 내세워 GDP 대비 2.7%의 우리나라 국방비를 3%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한의 국방비 누계가 이미 1980년을 전후하여 북한을 능가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 군사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은 국내외의 유수한 군사 관련 전문 연구 기관들에 의해서 이미 명백히 밝혀진 사실입니다.
또한 현재 남한의 국방비 지출은 약 150억 달러로, 15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북한의 국방비(북한 당국 공식 발표 액수 기준)의 무려 10배를 상회함으로써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일방적인 우위를 꾀할 수 있는 큰 액수입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북한의 위협론'은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론' 역시 근거 없는 막연한 주장에 불과합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가 주한미군이 철수한 후나 통일 후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그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이 주로 냉전과 남북 분단,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남북이 통일되어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소된다면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은 오히려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따라서 국방부가 내세우는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이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막연한 추정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국방부의 이와 같은 주장이 적을 양산하고 군사적 대결을 조장하여 도리어 안보를 위태롭게 하게 되리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방부의 이와 같은 무책임한 주장이 적을 양산함으로써 그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고자 하는 군의 생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한편 국방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곧 각국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해 내는 기준으로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부도 "89년부터 복지 재정 수요의 증대로 GDP 연동 개념을 폐지하고 재정 지원 능력을 고려한 사업의 우선 순위에 의거하여 실소요 개념"(2003년도 국방부 소관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인용)에 따라 국방예산을 편성해 왔습니다. 이는 국방부 스스로가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해 내는 기준으로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자, 국가적·경제적 조건이나 국민적 요구에 따라 국방비의 적정 규모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새삼스럽게 이미 폐기된 바 있는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다시 내세워 국방예산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궁색하기 그지없고 떳떳하지 못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곧 각국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해 내는 기준으로 될 수는 없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명백히 드러납니다.
38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방예산은 천문학적 규모이지만 미국 GDP의 3%에 불과합니다. 480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국방예산은 영국, 프랑스를 훨씬 능가하는 세계 2위이지만 일본 GDP의 1%에 불과합니다.
만약 국방부의 주장대로라면 국방비 규모 세계 상위 10개국의 국방비 총액보다도 더 큰 엄청난 규모의 미국의 국방예산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비를 합한 것(러시아, 중국 당국 공식 발표 액수 기준)보다도 크고, 남북의 국방비 합계보다도 무려 3배를 웃도는 일본의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GDP 대비 국방비 비율 세계 평균 3.8%에도 이르지 못한 작은 규모라고 주장하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매년 GDP의 3∼6%의 국방예산을 지출해 왔으며, GDP의 3%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9년 이후로 4년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지출을 누계한다면 여전히 GDP의 3%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1999년 이래로 GDP의 3% 이하로 낮아졌다고 하나 'NATO 방식'에 따라 국방비를 산출할 경우, 지금도 GDP의 3%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국방예산에 국방부 소관의 특별회계와 전투경찰비와 해양경찰비, 병무행정비를 포함시키면 국방비는 이미 GDP의 3%를 상회하게 됩니다. 나아가 전시에 군 지휘하에 작전이 가능한 국가정보원 등의 예산까지 포함시키면 국방비는 GDP의 3%를 훨씬 상회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GDP의 2.7%에 불과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산출 기준과 방식을 달리한 국민 눈속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결코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하는 근거로 될 수 없습니다. 각국의 국방비 책정은 그 나라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각 나라가 지향하는 미래의 국가상이나 국제질서에 복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남북 화해와 통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실현이야말로 민족의 염원이자 우리가 조성하고, 지향해 나가야 할 미래의 국제환경일 것이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마땅히 이의 실현에 복무하도록 책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150억 달러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90억 달러의 러시아 국방비(러시아 당국 공식 발표 액수 기준)를 훨씬 능가하고 있으며, 170억 달러의 중국 국방비(중국 당국 공식 발표 액수 기준)에도 필적할 만한 큰 액수로 중국, 러시아와 대등한 군비경쟁을 꾀할 수 있는 막대한 예산입니다.
이와 같이 큰 규모의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도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을 불러와 남북 화해와 민족 통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실현에 역행하리라는 것은 새삼 부연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군비경쟁을 막고 평화군축을 지향하며, 남북 화해와 민족 통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실현이라는 민족의 염원에 맞게 대폭 삭감되어야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2003년도 국방예산은 전력투자비로 2002년보다도 4.7%나 증액된 5조 7328억 원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부 내역을 보면 국방부는 F-X, KF-16, KDX-Ⅲ 등 국민들로부터 줄곧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받아 왔던 사업들에 각각 4565억 원, 1413억 원, 719억 원 등을, 또한 ATACMS와 AGM-142, 고속상륙정과 상륙돌격 장갑차와 같은 대북 공격적 무기 도입에 각각 1553억 원, 181억 원, 258억 원, 388억 원 등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F-X 사업은 이미 그 사업의 타당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의 결여로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받아 왔으며, 정식 계약 이후에도 보잉사의 농간과 국방부의 무능으로 절충교역마저 속 빈 강정으로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F-X 사업을 즉각 중단하는 것만이 국익을 지키는 길이며, 관련 예산의 삭감만이 이에 복무하는 길입니다.
KF-16에 대한 추가 도입도 철회되어야 합니다. F-16K를 추가 도입하는 것은 KF-16보다 작전반경이 넓고 고성능의 F-15K를 도입해야 영공 방위가 가능하다는 그 동안의 국방부 주장과 모순됩니다. 더구나 앞으로 F-15K를 60대까지 추가 도입하겠다는 국방부의 기존 계획으로 볼 때, KF-16의 추가 도입은 더욱 모순됩니다.
오로지 한국항공이라는 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한 KF-16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KDX-Ⅲ 사업 역시 남한의 미국의 MD 참여 의혹을 받고 있고, 그에 따른 대 중국, 대 러시아와의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이 격화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KDX-Ⅲ 사업은 또한 국방부 획득관리규정과 국회 예산회계법을 어긴 불법적인 사업으로, 시민사회운동단체들에 의해 국민감사청구 대상으로 된 사업입니다. 따라서 KDX-Ⅲ 사업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합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밀 폭격을 노리는 사거리 110㎞의 AGM-142의 도입과 북한의 후방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을 목표로 하는 사거리 300㎞의 ATACMS 도입은 이번 국방예산의 대북 선제공격적 성격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제공격용 무기 도입은 부시정권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으며,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더욱 격화시키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속상륙정과 상륙돌격장갑차 등과 같은 대북 침투, 상륙작전용 무기들 역시 방어가 아닌 공격용 무기로서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 군이라면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는 무기들입니다.
이 밖에도 국방부는 K1A1 전차 성능 개량 사업, 정찰 헬기 사업, 다목적 헬기 사업 등 이미 압도적인 대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들에 대해서도 1213억 원 등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책정해 놓은 바, 이들 사업에 대한 예산도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무차별적인 인마살상을 가져오는 지뢰살포기나 반인륜적인 DP-ICM 성능개량탄, 이전에 삭제되었다가 예산확보 차원에서 다시 부활시킨 공기부양정 도입, 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육군 전술지휘통제 시설 등에 책정되어 있는 예산들도 삭감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2003년도에 추진될 전력증강사업은 대부분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투성이의 각종 무기도입 사업에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적 행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방부와 국회는 국방예산을 늘리는 데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각종 비리로 얼룩진 전력증강사업을 개선하여 제반 사업의 타당성,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전력투자비의 낭비를 막는 일부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예결위원 여러분!
국방부는 2003년도 경상운영비로 2002년도보다 7.2%나 증액된 11조 6,736억 원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대한 경상운영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국방비의 증액을 외치는 국방부와 국회의원들조차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군 구조개혁은 국방부의 숙원 사업입니다. 군 구조개혁 없이 우리 군의 미래가 담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IMF 당시 구조개혁이라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군도 스스로 구조개혁을 내세웠지만 군 기득권 세력에 밀려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경상운영비를 7.2%나 늘린다는 것은 국방부가 여전히 군 개혁과 구조조정에 전혀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경상운영비의 삭감을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초과한 장성과 장교들부터 줄여야 하며, 다음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진 정원 자체를 대폭 줄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군 장성수가 병력 1만 명당 7명으로 미국의 5명, 프랑스의 4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으며, 전체 장교에서 장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미국의 0.3%에 비해 0.6%로 2배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한 실효성이 없고 중복된 유사기구들을 통폐합시키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상운영비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우리 군에는 불필요한 기구나 유사기구들이 난립되어 있습니다. 국방홍보원, 병원, 간호사관학교, 체육부대 등의 실효성 없는 부대나 각종 정보부대, 연구소, 현충원, 복지단, 경리단, 군수사, 병참기지, 인쇄창 등이 중복, 난립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구들을 대폭 통폐합함으로써 경상운영비를 줄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군 구조와 병력을 그대로 두거나,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을 통한 인력 감축 등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공룡과도 같은 저 거대한 경상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국회도 제기한 바와 같이 조속히 군의 통폐합이나 군단의 축소 등을 단행해야 하며, 나아가 70만 명의 병력을 20만 명 안팎으로까지 줄여 나가는 과감한 병력 구조개혁만이 경상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뿐 아니라, 우리 군의 정상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근본책일 것입니다.
이에 국회가 경상운영비를 대폭 삭감하는 것이야말로 군 구조개혁과 병력 감축을 강제, 선도해 나가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결위원 여러분!
2003년도 국방비에서 전면적으로 삭감해야 할 항목 중의 하나가 주한미군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금입니다. 2002년도보다 10.4%나 증액된 6,133억 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그 명분도 없고 근거도 잘못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분담금 이외에도 1조 원을 상회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직·간접 지원비는 국방비는 물론 국가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역대 미 대통령이나 주한 미 대사, 주한미군 사령관 등이 누누이 공언해 왔던 바입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비는 마땅히 미국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에 한미소파 5조 1항도 주한미군 주둔비를 미국 스스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1991년에 '한미소파 5조에 관한 특별협정'을 체결하여 우리나라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의 근거를 마련하였으나, 이는 한미소파 5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서, 원천적으로 무효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그 동안 독일의 7∼8배, 일본의 4∼5배에 이르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분담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이래로 매년 국방비 증가율의 2∼3배에 이르는 10∼30%의 주둔비 분담금을 인상해 주었으며, 주둔비 분담금 이외에도 기지 이전료, 카추사 인건비 등의 직접 지원과 토지 공여, 인력 지원, 국세·지방세·관세·도로 통행료 면제, 전기료·수도료·전화요금 할인 등의 간접 지원을 합쳐 1조 원 이상을 지원해 왔습니다. 만약 부동산 공여액을 공시지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간접 지원액은 수조 원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미군에 토지를 공여하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강제로 동의를 받아 냄으로써 재산상의 각종 불이익을 주고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동을 자행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및 직·간접 지원비는 지불되어야 할 그 어떤 명분과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주한미군으로부터 임대료 등을 받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의 전액 삭감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PKO 활동 경비의 전액 삭감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우리 군의 PKO 활동, 특히 미국의 대 아프간 전쟁 지원 활동은 그 어떤 명분도 찾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대 아프간 전쟁이 중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패권과 석유 등의 이권 장악을 노린 추악한 전쟁이라는 것은 세계 모든 평화애호인들의 한결같은 외침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의료, 수송 지원에 이어 공병부대의 추가 파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60년대 베트남전에 대한 파병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국내에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하여 우리 군이 베트남 민중들에 대해 저질렀던 수많은 과오들을 반성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는 아프간 민중들에 대해 저지른 과오에 대해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이 미국의 대 아프간 침략은 이제 이라크를 향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우리 민족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아무런 명분 없고 머지않아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은 미국의 침략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과 국가의 재산을 바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PKO 활동을 위해 이미 파견되어 있는 우리 군의 전면 철수를 주장하며, 이를 위해 관련 경비의 전액 삭감을 촉구합니다.
예결위원 여러분!
불요불급한 국방예산을 삭감하여 경제난에 대비하고 국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예산으로 돌려쓰는 것은 우리나라가 1997년과 같은 경제위기를 다시 맞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는 더욱 절박한 국민적 요구로 될 것입니다.
국방부는 국방비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산업평균치보다 크다고 주장하나 IMF 당시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국방부의 이러한 주장이 허위임을 잘 논증하고 있습니다.
국방지출은 그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가 국방비를 정부고정자본이나 민간고정자본으로 돌려쓰는 경우는 물론 정부소비나 민간소비로 돌려쓰는 경우와 비교해서도 낮다고 합니다.
국방지출이 대부분 소모적인 지출이라는 점에서 이런 연구 결과는 당연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국방비를 삭감하여 경제난에 대처하는 것은 실효성이 확실히 담보되는 건설적인 방안입니다.
또한 국방비를 삭감하여 민중 복지 증진에 돌려쓰는 것도 복지예산의 확보와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입니다.
정부는 '2003년 나라 살림 역점 부분'의 첫째 자리에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 구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보면 그러한 구호가 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2003년도 정부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관련 예산 증액은 9263억 원에 불과하며, 중산·서민층 생활 향상 지원 예산도 5939억 원에 불과합니다. 또한 쌀 개방으로 생계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쌀 경작 농가에 대한 소득 안정 지원 예산도 5589억 원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만약 2003년도 국방예산을 10%만 삭감하여 1조 7,0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면 사회복지 관련 증액 예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고, 중산·서민층 생활 향상 지원 예산이나 쌀 경작 농가에 대한 소득 안정 지원 예산을 3배로 늘릴 수 있으며,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삭감한 1208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의 15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 경우 동일 액수의 국방비 지출보다도 더 큰 생산 증대나 부가가치 증대 효과를 가져와 경제회생에도 기여하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과중한 국방비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국민경제와 민중복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궁극적인 길은 평화군축밖에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최근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의 대결이 첨예화됨으로써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언제 미국의 핵 선제공격의 희생양으로 될 지 모르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반도 위기 상황은 그 동안 북한보다 절대적으로 큰 액수의 국방예산을 들여 꾀해 온 군사력 강화가 결코 우리 민족의 생존과 안보를 지켜주지 못하며, 도리어 위태롭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결과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국방부와 국회는 '국방비 증액→군비 증강→안보와 평화 보장'이라는 그릇된 외길 사고에서 벗어나 '국방비 삭감→군비 축소→진정한 안보와 평화 보장'이라는 발상의 과감한 전환을 이뤄야 하며, 이로써 평화군축을 향한 거보를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200억 달러의 군사비 지출과 200만 명의 군 병력으로 상징되는 남북간 군사적 대결 속에서는 더 이상 민족의 희망과 미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에 예결위원 여러분들께서 평화군축의 첫 걸음으로서,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애국적인 결단을 내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2년 11월 4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공동대표 : 변연식, 서경원, 이세우, 임종철, 홍근수)